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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산문 노무현과 정몽준

2016.12.13 16:17

최선호 조회 수:68

 

 

노무현과 정몽준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여러 가지의 해프닝이 있었다. 그 중에 우리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던 일은 정몽준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 사건이었다. 대한민국 선거사상 유례없는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몽준 후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에 전적으로 승복하면서 노무현 후보를 밀기로 굳게 약속하고 선거유세도 맹렬히 하였다. 심지어는 강원도에 가서 지난여름 물난리로 파괴된 모든 것들을 말끔하게 복구하겠다는 공약도 하였다. 정말 멋있는 공약이었다. 유권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까지 하였다. 그러던 그가 선거일이 임박하자 노무현 후보와의 결별선언을 했다. 선거사상 이보다 더 크고 암담한 노릇이 또 어디 있을까!

 

     노무현 후보에게는 물론,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놀라움을 끼얹어 당혹케 하고 말았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는 지금도 그 속내를 정확히 헤아리기는 어려우나 정몽준은 노무현 앞에서 얼굴 들기가 만만치 않으리다. 노무현을 밀던 사람이 갑자기 배신자로 둔갑을 하였으니 노무현이 당선된 이 마당에 무슨 면목을 세우겠는가?

 

     정몽준은 정몽준 대로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은 노무현대로 자신이 만만할 것이다. 속 시원히 복수도 할 수 있을 것이고 배신감에 대한 앙갚음도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노무현 당선자로서나,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정몽준에 대한 배신감을 갖는다면 누구나 다시 한번 실망감을 금치 못할 것이다.       

 

     바라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량이 넓은 대통령, 참을 성 있는 대통령으로서 너그러움을 보여 준다면 모든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더욱 높이 우러를 것 아닌가. 복수도 앙갚음도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추호라도 정몽준이 불이익을 당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인격과 아량에 금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합중국 대통령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은 미국의 16대 대통령보다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를 가늠해 본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으로 존경받고 있다. 그는 유능한 지도자인 동시에 대인관계에서도 자상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대통령이었다.

 

     링컨 대통령을 아주 미워하는 스탠톤은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비하하고 욕설까지 하면서 심지어는 링컨을 고릴라의 원종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하면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고릴라가 아닌 유인원(類人猿)이라는 좋은 원숭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스탠톤은 "아브라함 링컨은 진화되지 못한 고릴라"라고 욕설을 퍼붓곤 하였다. 그 당시 아프리카에 가서 원숭이들을 사냥 해다가 동물원에 파는 듀사이듀라는 사냥꾼에게 "고릴라를 잡으러 무엇 하러 아프리카까지 가느냐 일리노이주 스프링 휠드에 가면 고릴라가 있는데…"라고 했다. 링컨을 매우 모욕하는 언사였다. 일리노이주 스프링 휠드에는 링컨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브라함 링컨은 스탠톤에 대하여 싫은 소리 한 마디 없이 그를 국방장관에 임명하였다. 링컨 대통령을 욕하는 스탠톤이지만 아브라함 링컨은 스탠톤이야말로 국방장관으로 최적임자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 후, 아브라함 링컨이 암살을 당하자 스탠톤 국방장관은 링컨의 시신을 바라보다가 "지금 여기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통치자가 누워 있다"며 흐느꼈다. "여기 고릴라 원종이 누워 있다"고 말할 수 없었던 까닭은 아브라함 링컨이 베푼 사랑과 인내와 승리가 스탠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자기를 욕하고 미워할지라도 참고 기다리며 사랑을 베푼 링컨의 위대함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