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 마라톤

2017.05.13 02:23

서경 조회 수:80

결전의 날이 다가 왔다. 
내일이 바로 OC (오렌지 카운티) 마라톤이다. 
바닷가를 끼고 도는 아름다운 코스라 꼭 한 번 뛰어 보고 싶던 코스였다. 
마침, 새로 조인한 포레스트 러너스의 공식 마라톤이라  함께 뛰게 되었다. 
OC 마라톤과 롱비치, 헌팅톤 마라톤을 '연이어' 다 뛰면  왕메달도 준단다. 
한 번 욕심 낼 만하다. 
이 주일 따라, 날씨가 흐리고 비도 간간이 뿌려 은근히 걱정이다. 
오늘 날씨를 보면, 내일은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시합 당일인 내일은 비가 올 거라는 예보다. 
전문 러너는 비 오는 걸 전혀 개의치 않지만, 생쥐가 되어 덜덜 떨면서 뛸 걸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다만, 뛰는 시간만이라도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 보았다.
출근 시간을 늦추고 가슴에 붙일 빕넘버를 찾으러 갔다. 
랭카스트로 이사 간 리챠드 김이 먼 길 마다 않고 자원 봉사자로 나서, 편안하게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같은 도움이라도 행동면에서 '의무'와 '사랑'의 형태로 나타난다. 
봉사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책임을 느끼고 그저 '의무감'으로 도와주는 사람과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사랑'으로 도와주는 사람. 
리챠드 김의 즐거운 표정을 보며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LA 러너스 클럽에 같이 있었다는 인연으로 많은 사람 중에 우정 나를 선택하여 도와주겠다고 한 마음이 진정 고마웠다. 
이번에 처음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리챠드 김의 동료 어거스틴 김도 동승했다.
어거스틴 김은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우리는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30분 거리에 있는 OC 엑스포 장소에 도착했다. 
하늘엔 먹구름이 덮였는데, 담벼락을 꽉 채우고 핀 진분홍 부겐비리아는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사람들도 벅적벅적.
벌써 축제 분위기다. 
나의 빕넘버는 7940.
기념 사진을 찍고, 엑스포 매장을 한바퀴 돌았다.
견물생심.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을 것같은 물건 몇 가지를 샀다. 
싼 맛에 티셔츠도 몇 개 더 사고, 작은 물통을 넣을 수 있는 허리 띠도 사고, 전화기를 빼지 않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투명 홀더 허리띠도 하나 샀다.
선수는 연장을 나무라지 않는다지만, 나같은 올챙이 러너는 이런 소소한 물건도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관심이 많다.
즐거운 쇼핑까지 끝내니, 어느 새 열 두 시가 가까워 온다.
고마운 마음에, 내가 점심을 사겠다고 나섰다. 
비치 길에 있는 데니스에 가서 셋이 맛난 점심을 먹고 힘찬 응원을 나눈 뒤 헤어졌다.
이제, 준비물 챙길 일만 남았다. 
새벽 세 시에 만나서 움직인다고 하는데 눈을 붙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피니시 라인이 눈 앞에 아롱아롱.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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