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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가톨릭문인협회 지도 신부 - 최대제 로베르토 신부님

* 대담 시간 : 2018년 6월 17일 (일) 오전 11시
* 대담 장소 : 천주교 성 아그네스 성당 사제관 

* 대담자 :   지희선 (요안나) 

-- 사랑한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다. 또한, 안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주가톨릭문인협회 지도 신부님이신 최대제 로베르토 신부님을 좀 더 알고 더욱 가까이 모시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6월 17일 주일 오전 11시. 최 로베르토 신부님이 주임으로 계시는 천주교 성 아그네스 성당으로 가 찾아 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Father’s Day’였다. 파더스 데이에 파더를 만나러 가게 되어 그 의미를 더하는 듯했다. 그런데, 아뿔사. 부지런하기로 유명한 신부님이 이날 따라 행사 관계로 정신 없이 바쁘셨다. 전화상으로야, 인터뷰 시간을 두 시간으로 넉넉하게 잡아 두었으나, 그 욕심은 일찍 접어야 했다. 사제실 문을 두드리는 신자들 때문에 인터뷰는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기록상의 편의를 위해, 질문은 Q, 답변은 A로 이어 가고자 한다. (대담자) --
 
Q : 신부님! 이번 가톨릭 문학 3집 출간을 앞두고, 특별히 저희 지도 신부님이라 한번 모시고 싶었습니다. 딱딱한 인터뷰라기 보다, 편안하게 대화 나눈다고 생각하세요.
A : 네. 그러지요. 하는 데까지 해 봅시다. 하하. 
Q : 알았습니다. 오늘 행사도 그렇지만, 곧 8월에 맞이하는 창립 50주년 행사를 앞두고 무척 바쁘시지요?
A : 네. 전 신자들이 협심단결하여 잘 준비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그네스 성당은 남가주 한인 최초로 창립된 어머니 성당으로서, 본당 신자 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신자와 비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 그렇군요. 혹, 이번 행사를 앞두고 특별히 내건 슬로건이 있나요? 
A : 창립 50주년이라면 짧지 않은 연륜이지요. 과거와 현재의 내 신앙 생활을 재점검하고 미래의 영성적 삶을 위하여 ‘감사와 희망’이라는 슬로건으로 잡았습니다. 
Q :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몇 가지만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A : 우선, 신 구약 성경 필사본과 통독반을 운영하고 있구요, ‘은빛 여정’이란 이름으로 65세 이상 되시는 어른들 성경 공부반이 있습니다. 외로운 이민 생활의 특성상, 식사와 대화를 통한 친교의 시간도 곁들이고 있습니다. 7월에는 한국 순교 성인들의 영성에 관한 특강을 하고, 11월 위령성월에는 매주일 죽음에 관한 특강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취지지요. 
Q :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겠지요. 그런데  신부님, 삶은 기록이 중요한데 50주년 기념 책자는 발간하지 않나요 ? 
A : 왜요? 당연히 발간하지요. 남가주 최초 성당의 역사적 기록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나요? 아그네스 성당에서는 중요한 시기에 'Amor''라는 이름으로 책자를 발간하는데 이번  창립 50주년을 맞이해서는 'Amor 4호'가 나옵니다.
Q : 아, 그렇군요! 이제, 신부님 개인 얘기로 좀 넘어가 볼까요? 신부님은 어떻게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셨나요?
A : 묵고 살기 위해서 신부가 됐지요! 
Q : 네? 설마? 
A : 정말이에요! 저도 욕심이 많고 명예욕도 강해서 처음엔 법조계로 나갈까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죠. 그런데, 그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신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 걱정, 밥 걱정 없고, 마누라 걱정까지. 야, 이거다! 싶더라구요. 하하.
Q : 그런 인간적인 걱정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모든 욕망을 끊고 일생 사제의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요? 동기 치고는... 좀...
A : 하하! 하지만, 90%의 불순한 동기로 시작하더라도 하느님 말씀 안에서 동기의 정화를 거치면 90% 축복으로 변해 가지요. 기도하면서 계속 주님의 뜻을 찾아가면  모든 것이 작용해서 선을 이루게 됩니다.
Q : 동기의 정화라... 처음 듣는 말이지만, 정말 멋있고 아름다운 말이네요? 사실, 언제 어느 때에 주님의 부르심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겠어요? 주님의 방법은 또 우리하고도 다르니까요. 
A : 그렇지요! 필요한 시간에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부르신다고 봐요. 부르심은 개개인에 따라 다 다르니까요. 
Q : 맞습니다! 언젠가 강론 때 들은 말씀인데 ‘하느님은 하느님 때에, 하느님 방법으로’ 부르신대요. 그 얘기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신부님, 사제 서품은 언제 받으셨지요?
A : 좀 늦게 받았지요. 마흔 여덟에 받았으니 2003년이네요? 
Q : 오, 정말 늦게 받으셨네요? 사제 서품 받으실 때, 상본에는 무슨 말씀을 새겼나요? 
A : “주여! 저를 약하게 하소서! 저는 당신 안에서 강해지리이다.” 코린토 2서 12장 10절 말씀을 제 말로 만든 것입니다. (코린토 2서 12,10 : "내가 약할 때에 오히려 강하기 때문입니다.")
Q : 감동적이군요! ‘저를 약하게’ 해 달라는 말씀이 가슴을 치네요! 참으로, 겸손된 기도군요! 
A : 네, 인간은 늘 자기 스스로 강해지길 바라죠. 하지만, 오직, 주님 안에서만이 강해져야 하는 거죠. 이 말씀은 제 사제의 길을 바르게 가도록 다잡아 줍니다. 
Q : 상본 말씀 외에 특별히 밑줄 긋고 싶은 성경 말씀이 있나요? 
A : 네, 시편 51장 12절 말씀과 요한복음 15장 16절입니다. 시편 51장 12절은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제게 만들어 주시고 굳건한 영을 제 안에 새롭게 하소서”라는 말씀이고, 요한 복음 15장 16절은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라는 말씀입니다.
Q : 상본 말씀과 요한 복음 말씀에서는 신부님의 겸손함을느끼고, 시편 말씀을 통해서는 마음의 정결을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엿볼 수 있군요. 존경스럽습니다!  신부님의 사목 지향은 무엇인지요?
A : 첫째는, ‘주님과의 친밀한 만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도 중요해요. 제가 성전을 아름답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일환이지요. 교회도 나눔의 도구라고 봐요. 
Q : 아, 신부님은 바리스타시면서 커피샵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그것도 사목 지향과 관계가 있나요?
A : 그렇지요!  저의 커피는 인생을 배우고 신앙을 이야기하는 수단입니다. 또한 커피를 통해 들어오는 기부금은 성당에서 쓰는 게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보내집니다. 
Q : 커피는 주님과의 친밀감 뿐만 아니라, 이웃간과의 소통과 나눔을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네요. 두 번 째 사목  지향은요? 
A : 두번 째 사목 지향은, ‘복음의 생활화’ 지원이지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각자의 성소에 따라 섬기도록 돕는 일이지요. 각자 받은 소명이 다 틀리니까요.

Q : 신부님께서는 요즘 ‘피정의 집’도 준비하고 계시죠? 30에이커의 넓은 대지에 돈도 거의 170 만불이 든다는 얘길 들었는데 일복은 타고 나셨나 봅니다.
A : 아, ‘예수 성심 피정의 집’ 말이군요. 170만 불은 땅값이고 건축까지 하면 약 500만 불 정도 들 거라 해요. 비영리 단체라 은행론도 안 되어 여러 성당 신자와 심지어 개신교 신자까지 도네이션해 주셨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Q : 와- 규모가 대단하네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평소에 계획하셨던 일인가요? 
A : 여러 사람이 참석할 수 있는 대규모 피정 장소가 마땅한 게 없다는 말을  듣고 있던 차에, 마침 기회가 닿아서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꿈이나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Q : 규모가 너무 커서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A : 저는 원래 걱정 같은 걸 안 해요.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거지요. 이를 테면, 걱정거리가 있다면 우리는 그 걱정을 내려 놓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거죠. 내가 바라는대로 되지 않았을 때, 오히려 하느님 뜻이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걸 믿어요. 
Q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걱정을 내려 놓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A : 사람들은 자꾸만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걱정들을 해요. 이 피정의 집도 다 주님이 주신 것이고 언제 끝날 지도 몰라요. 또, 누가  끝낼 수 있는지도 모르지요. 저는 초석을 까는 거구요. 
Q : 시작과 끝맺음에 대해 얘기하시니, 탈출기에서의 모세와 여호수아가 떠오르네요. 누군가 시작하면, 또 누군가에 의해 끝낼 수 있다는 말이 새삼 의미깊게 들립니다. 이제, 우리 미주가톨릭문인협회 지도 신부님으로서  문학과 신앙과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 문인은 영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문학은 영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한 방식이구요. 
Q : 신앙인으로서의 문인들이라면 어떤 덕목을 지녀야 할까요? 
A : 첫째, 기도와 성경 읽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두번 째로는, 진리를 선포하는 문인으로서 그 사명감을 가져야 하겠지요. 그 이름에 걸맞은 말과 행동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지요.
Q : 듣고 있는 제가 부끄럽네요. 혹시, 좋아하시는 작가나 작품이 있으세요? 
A : 많지요. 박완서, 구상, 최인호 그리고 정채봉도 좋고. 외국 작가로는 <침묵>을 쓴 엔도 슈사쿠도 좋아 해요. 
Q : 아, 네! 감동적인 작품이지요. 저는 <영원한 묵주알>을 쓴 나가이 다카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사실, 신부님 일본 성지 순례 일정에 나가이 다카시의 ‘여기당’ 방문이 있어 꼭 참석하고 싶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못갔어요.
A : 아, 그랬군요! 나가이 다카시도 정말 좋은 작가지요.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Q : 네, 저도 무척 아쉬웠어요. 마지막으로, 우리 전 신자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A : 먼저, ‘기도와 성경의 생활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피정 등을 통해 ‘의식화 운동’이 있어야 해요. 또 한 가지, 사람보다 주님을 바라보며 내 신앙을 키워 나갔으면 해요. 가끔, 실망을 주는 성직자들을 보고 비판에만 열을 올리거나 성당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않습니까. 그건, 자기 영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Q : 굵직굵직한 일이 터질 때마다 우리 신자들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요? 
A : 그땐, 남의 실수나 연약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를 새롭게 가꾸어야지요. 성숙된 신앙인의 태도는 그런 분들을 위해 기도해 주는 거지요. 그런 신앙 자세가 우리에겐 필요하다고 봐요. 
Q : 맞습니다. 역시 신부님들은 생각하시는 차원이 우리 평신도하고 다르군요. 비난보다는 기도를!  쉽지 않지만,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가져야할 덕목이겠습니다. 
A : 우리 모두 결핍된 사람들이에요. 열 두 제자를 보면 답이 나와요. 다들 수준 이하에, 배반에, 자리 다툼까지... 그 열 두 제자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교회 모습과 세상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다 보이는 거죠. 우리 역시, 부족함에도 제자와 같이 모두 부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Q : 부름 받은 사람들! 말만 들어도 가슴이 떨려 오네요. 미사 드릴 때도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A : 미사도 수동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봐요. 
Q : 그렇습니다. 오래 다니다 보면, 미사도 의무나 습관적으로 참례할 때가 많은 것같아요. 
A : 신앙도 그렇지만, 모든 게 타성에 젖으면 발전이 없어요.  매일 성장해 가야죠. 
Q : 좋은 말씀입니다. 신부님! 오늘 느긋한 마음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리라 마음 먹고 왔는데 안 되겠어요. 저보다 신자들이 신부님을 더 필요로 하는 것같아요. 다음에, 우리 가톨릭 문인들 피정 가면 더 많은 말씀 듣기로 하죠. 
A : 그래요. 분위기가 어수선한데도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항상 이래요. 하하.
Q : 신부님! 오히려 제가 감사하다는 말씀 드려야지요. 바쁘신 중에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단순한 이 사실이 왜 이리 가슴 뛰게 하는가. 왜 이다지도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가. 아마도 흰구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이 배경으로 받쳐주기 때문이리라. 바람에  밀려 다니는 우리 신앙을 잡아주는 길라잡이 신부님들. 신부님들이야말로 푸른 하늘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신부님들을 인터뷰 하고 나올 때마다, 하늘이 다시 올려다 보여지는 건 우연이 아닐 게다. 혹, 부족함을 느껴도 ‘불만보다는 기도를!’. 이 말씀에 방점을 찍고 싶다. 나를 ‘약하게‘ 해 주시고 주님 안에서 강하게 해 달라는 신부님의 염원은 내가 약한 존재임을 전제하고 올리는 겸손한 기도다.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해 달라는 기도 역시, 쉽게 더럽혀질 수 있는 내 인간적 연약함을 인정하고 올리는 청원이다. 우리는 우리들 마음의 상본에 어떤 말을 새기고 살며, 어떤 성경 귀절에 밑줄을 그어 놓고 삶에 적용하며 사는가.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계심에’ 성당은 공소가 되지 않고, ‘신부님 계심에’ 흔들리는 신앙 다잡을 수 있습니다. 신부님은 우리들의 아빠, 아버지십니다!” 신앙의 기쁨을 누리게 도와주시는 모든 신부님들을 향해 절로 터지는 내 마음의 기도다. 여전히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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