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행시조 - 모닥불
2018.12.31 16:37
올해 마지막 작품이라며 민들레 글방 그룹 카톡에 ‘겨울 모닥불’이라는 리디아 시인의 동시 한 편이 올라 왔다.
리디아 시인은 혼자 독학하여, 어렵다는 <월간 문학> 출신 동시 작가가 되더니, 2년 전엔 첫번 째 낸 얇실한 시조집으로 황금찬 문학상까지 받았다.
거기에 고무되어,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천명하더니 사이프러스 지역에 ‘민들레 글방’을 차렸다.
가르치는 게 자기 공부를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이란다.
아니나 다를까.
무엇이든지 하면 뿌리를 뽑는 성격.
그 인내심과 열성은 두 번 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야말로,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 글방 수업을 위해 고시생처럼 작품들을 읽고 쓰며 파고 든다.
그 마음을 헤아려 ‘겨울 모닥불’을 읽고 답글삼아 ‘모닥불’ 삼행시조를 지어 올렸다.
글방 회원들은 알 수 없으나 친동생인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추억담 하나를 떠올린 거다.
작품이랄 것도 없지만, 함께 나누려는 마음 하나로 < 모닥불> 삼행시조를 올해의 마지막 글로 올린다.
새 해에는 모든 벗들이 더 건강하고 건필할 것을 빈다.
모 - 모정은 아름다워라
영화를 아시는지
닥 - 닥치는대로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명화
불 - 불현듯 생각이 나네
주인공 닮았다던 샘
P. S : “뚝딱! 뚝딱! 나오라”는 리디아 시인의 격려 답글 받고 시조 공부 삼아 몇 수 더 올립니다.
모 - 모두 와서 쬐라고 모닥불이라 부르는가
닥 - 닥종이 문풍지 저도 춥다 떨지만
불 - 불덩이 뜨겁진 못해도 시린 손 데워주네
모 - 모래밭에 새긴 이름 파도가 와서 지우네
닥 - 닥다글 구르던 인생 시간은 공평하여
불 - 불 밝힌 새 해 아침에 이름 석 자 또 올리네
모 - 모자라는 시간 쪼개 열심이던 글방 친구
닥 - 닥자에 막히셨나 감기에 걸리셨나
불 - 불시에 지으라는 삼행시 묵언수행 하시네
모 - 모두들 지나가는 거라고 말들 하지만
닥 - 닥지 낀 마음 켠에 미움 불씨 없느냐고
불 - 불 꺼진 창 별빛 보며 생각에 잠긴다네
모 - 모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누가 말했나
닥 - 닥채에 맞아 본들 그 깊이를 가늠할까
불 - 불만도 호사로운 삶 목숨만이 질기더라
모 -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묵언수행 하시는가
닥 - 닥쳐올 비난들을 감당할 수 없노라고
불 - 불 보듯 뻔한 일임에도 말 한마디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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