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41
최저임금
전희진
이십 년 전에 죽은 줄도 모르고 나는 자꾸 사람들의 입에 오른다
입에 오르다가 심심해져서 나는 자꾸 자란다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던 것이 이제는 겁도 없이 막무가내를 오른다
결국엔 17층 옥상 절해고도까지 오를 것이다
마구 오르는 나를 따라잡으려고 다운타운 봉제공장에서는
미싱 밟는 맥시코누나들의 치마가 덩달아 올라간다
플로리다 하늘에선 허리케인 어마가 어마어마하게 자라고
데스밸리 사막에선 모래돌풍이 자라고
엄마 옆에서는 아빠의 콧수염이 속도 없이 자라고
샌 앤드리아 지진대에선 빅원이 자라고, 빅원의 루머가
언제 터질 줄 모르는 대박같이 무성하게 자란다
오늘도 늙은 오빠는 로또 옆을 굳게 지키는데
굳세어라, 금순아*
금순이 누나는 가고 없는데 나는 해마다 굳세어 진다
꺼지지 않는 열풍으로 부엌에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대중가요
미주문학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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