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7:16
서머타임
전희진
시간을 한 시간 앞으로 당기다가
두 시간 앞으로 당기다가
백 년이나 앞당기다가
한 시간 두 시간 짧아진
나의 잠은
백년이나 짧아져서
꽃잎처럼 가벼워지고 얇아져서
사과나무 향기로 후루루, 오래된 잠들이 쏟아지는데
당신이 떠난 자리 그대로 흔들리는데
가벼워진 나의 잠이 당신을 백 년이나 지나칠까 봐
실수로 스치는 오늘 아침, 나는
손님들로 북적이는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고
꽃술처럼 길게 늘어나는 지구의 이마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거기
당신은 사과처럼 붉게 익어가고
나의 잠은 백 년이 짧은 듯 그렇게 길어진다
-소외지, 2017년 여름-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 | (시평) 전희진의 시 '늦은, 봄'을 읽다 | 전희진 | 2019.02.03 | 198 |
53 |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1] | 전희진 | 2020.05.20 | 151 |
52 | 노인 | 전희진 | 2020.07.16 | 145 |
51 |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 [2] | 전희진 | 2019.01.29 | 129 |
50 | 폐업 | jeonheejean | 2020.12.17 | 128 |
49 | 주제별로 살펴본 시집‘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20.12.05 | 114 |
48 | 백년동안 몸을 풀지 않는 드가의 한 소녀를 위하여 | 전희진 | 2019.01.14 | 111 |
47 | 밀접 접촉자 | 전희진 | 2021.02.19 | 107 |
46 | 선글라스의 귀환 | 전희진 | 2020.03.08 | 102 |
45 | 노라의 변신 | 전희진2 | 2019.12.17 | 95 |
44 | 부부 | 전희진 | 2019.01.14 | 91 |
43 | 연극 관람평 ‘해나와 공포의 가제보’ [2] | 전희진 | 2020.03.14 | 89 |
42 | 동쪽 마을에서 [1] | 전희진 | 2020.12.02 | 87 |
41 | 어느 목조 건물 | 전희진 | 2020.09.10 | 83 |
40 | 봄, 그 거대한 음모 | 전희진 | 2019.01.22 | 82 |
39 | 무모한 사람 | 전희진 | 2021.02.19 | 80 |
38 | 오월이 오는 길목 [2] | 전희진 | 2022.04.25 | 74 |
37 | 목련꽃 질 무렵/전희진 | 전희진 | 2022.05.03 | 62 |
36 | 소금사막_창작가곡제 | 전희진2 | 2019.03.22 | 58 |
35 | 장례식장에서 | 전희진 | 2022.04.26 | 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