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2 00:50
봄,그 거대한 음모/
전희진
완전범죄라니 그라니
이 거대한 음모의 물결 뒤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새 한마리 얼씬 안 했는데
엄마가 동백꽃처럼 스러져 갔다
사람들의 추리는 뒷북 치듯 한 발짝씩 늦었다
수많은 주검들이
낙엽처럼 바닷물 위로 속속 떠오르고
자연재해라는 알리바이를 신처럼 믿는
사람들은 순수하다
겉으로는
방파제에 짙게 깔린 새벽안개 같은
정작 공포는
마시는 물에서 풀 한 포기에서 검출되었고
입에서 입으로
섬마을 전체로
방사능 퍼져 나가듯 흉흉하게 확산되어 갔다
더 잃을 것이라곤 빈 가슴 밖에 없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씨가 되어 주었다
굳어가는 손가락으로 눌렀을
이승에서의 마지막 전화
뚜- 하고
끊어지던
거친 신호음 소리로 유추해 볼 뿐
실마리는 하늘에 향수병 엎질러 놓은 것 같은
그 해 봄밤 속으로
영원히 묻히고 말았다
--시와정신, 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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