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눈꽃 핀 겨울나무
2020.01.11 06:05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겨울나무 마른 가지.
비가 오면 방울방울 눈물꽃,
눈이 오면 소복소복 목화꽃.
가지는 부지런한 엄마를 닮아 있지.
늘 무언가 피워내고 또 무언가 만들어 내지.
봄, 여름, 가을 다 다녀가고,
지금은 개구쟁이 악동도 아랫목을 찾는 겨울.
수런대던 이야기 잎으로 떨구고,
이제는 천년 함묵으로 봄을 기다린다.
아니,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고,
잔뿌리 한뼘 땅 움켜쥐고 발 동동이며 추위를 견딘다.
먼 산엔 하얀 눈, 응달엔 잔설의 지꺼기.
아직도 녹여내야 할 일들 하 많이 남았지만 어쩌랴.
봄은 기어코 오고야 말리니,
그 희망 하나로 삶은 견뎌 내는 것.
오늘도 눈비 내리고 찬바람 불지만,
지심 저 밑바닥 뿌리는 서로 끌어 당겨 온기를 나눈다.
마치, 이불 한 채의 온기로 가난을 다독이며,
그 추운 겨울을 나던 어린 날의 우리처럼.
(사진 : 김동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68 | 포토시 - 고사목 2 | 서경 | 2023.12.28 | 6 |
867 | 수필-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 서경 | 2020.04.10 | 7 |
866 | 44, 45, 석 줄 단상 - 내 사랑 팜트리 외 1 | 서경 | 2022.06.13 | 7 |
865 | 98. 99. 석 줄 단상 - 가끔은 외 1 | 서경 | 2022.08.13 | 7 |
864 | 포토 에세이 - 겨울 나무 빈 가지 | 서경 | 2020.04.03 | 8 |
863 | 92. 93. 석 줄 단상 - 이런 신부 어떠세요? 외 1 | 서경 | 2022.08.07 | 8 |
862 | 94. 95. 석 줄 단상 - 피장파장 외 1 + | 서경 | 2022.08.07 | 8 |
861 | 79. 80. 석 줄 단상 - 성 토마스 성당 미사 참례 외 1 | 서경 | 2022.07.15 | 9 |
860 | 12. 석 줄 단상 - 아, 4.29 그날! | 서경 | 2022.05.05 | 9 |
859 | 포토 에세이 - 저마다 제 소임을 | 서경 | 2019.01.26 | 9 |
858 | 수필 - 고양이 돌보기 | 서경 | 2019.09.06 | 9 |
857 | 포토 에세이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서경 | 2020.02.25 | 9 |
856 | 포토 에세이 - 오리 두 마리 | 서경 | 2020.04.28 | 9 |
855 | 포토시 - 얼음 조각 | 서경 | 2023.12.27 | 9 |
854 | 5행시 - 퍼즐맞추기 | 서경 | 2017.04.26 | 10 |
853 | 수필 - 멋진 조카 러너들 | 서경 | 2017.06.06 | 10 |
852 | 포토 시 - 어머니와 어머이 | 서경 | 2018.07.03 | 10 |
851 | 포토 시 _ 극락조 + 영역 | 서경 | 2018.07.03 | 10 |
850 | 포토 에세이 - 무지개 핀 마을 | 서경 | 2019.02.15 | 10 |
849 | 4단 시 - 본향으로 + 시작메모 | 서경 | 2019.03.25 |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