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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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저 달이 그달 / 수필

2021.06.30 17:33

민유자 조회 수:10

저 달이 그 달

 

 잠을 자려고 불을 고 누우니 마당 으로 난 발코니의 유리문으로 성큼 다가서는 달빛이 오히려 잠을 쫓아낸다. 누워서 쏟아지는 은 달빛을 보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1981년 미국에 이민을 온 이듬해다. 독립기념일 연휴에 우리 가족은 요세미티 공원에 갔다. 캠핑 장비를 준비하고 자동차를 정비하고 처음으로 떠난 장거리 여행이다. 신나고 들뜬 마음으로 종일 달려서 기대하던 요세미티에 도착했다.

 

 우와! 그때의 찬탄과 그 이로움을 전에는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으랴!

 

 산 고 물 좋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자라 난 내 고장에서 보던 바로는 아무리 나의 상상을 게 해도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 그냥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그려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은 높은 나무들과 울울창창한 들, 그렇게 많은 은 호수들은 상상의 한계를 넘었다.

 

 국립공원 서쪽 문을 과하여 공원으로 들어가는데 산모퉁 이를 돌면서 자기 눈앞이 하게 열렸다. 히게 펼쳐지는 경개와 야만야한 폭포를 보는 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높은 함성을 내지르고는 잠시 을 잃고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실로 돌아오는데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충격적인 희열 속에 잠겼다.

 

 주말과 연휴 동안의 은 일정이라 한 에 오래 정지할 수 없었다. 다음 기회를 다짐하며 얼른얼른 다른 곳으로 겨갔는데, 는 듯한 한여름의 더위에도 인 장엄하고 대한 산정의 계절을 뒤섞경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돌아드는 산길에 드러진 들꽃들과 여기저기에 크고 은 맑은 호수들이 숨바꼭질하듯 나타나는 것이 신기했다.

 

 산속의 어둠은 리 찾아들어서 서둘러 트를 치고 준비한 저을 먹었다. 고단한 몸으로 텐트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의 숨이 고르게 아드는 것을 보고 남편과 나는 호숫가로 내려갔다. 텐트 안으로까지 비쳐드는 달이 너무 밝은 까닭에 몸이 고단함에도 쉽게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저 달이 전에 보던 그 달이 란 말인가?

 

 넓고 고요한 접시 모양의 호수에 하늘을 찌르는 침엽수가 겹이 둘러쳐 있고 한여름 밤임에도 기온은 다. 검푸른 하늘에서 나게 크고 강한 빛의 보름달이 숨 막히게 밝은 빛을 쏟아내고 있어서 은 눈이 온 것처럼 희고 그늘진 물과 숲은 먹처럼 검게 보였다. 여름밤의 풀벌레 소리도 잔한 물가의 랑이는 소리도 숲속에 이는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숲과 물의 검은색에 모 소리가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엄숙하고 고요하게만 느껴졌다. 오로지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 바스슥바스슥 아리칠 것처럼 크게 확대되어 들렸다.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잠시 후 몸에 한기가 들 때까지 말없이 서 있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모든 세계가 경이롭고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검푸른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달은 흰빛을 쏟아붓고, 눈부신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정은 검은 숲 위에서 달빛을 받아 하늘로 떠오르는 듯하다. 하늘과 달을 넓은 에 그림같이 은 호수. 이 거울을 둘러치고 있는 검은 숲. 그리고 지금, 그 안에서 숨 며 서있는 나를 숙연히 생각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태고의 고적한 숨결을 들이키는 느낌과 함께 성경의 에덴동산이 떠올랐다. 나는 하나님과 대면하는 듯한 마음으로 우리의 미국 생활의 리내림과 어린것들의 앞날을 그분 손 안에 겼다. 작은 새가 슴 같은 내 마음에 천근같이 려있는 미지에 대한 불안과 선 땅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차고 맑은 공기를 달빛과 함께 들이마셨다.

 

 우리가 잠시 살았던 산타페는 뉴멕시코주의 쪽이고 로라도 주 접경이라서 공기가 달고 맑다. 해발 6,000피트의 고원지대인데 다가 사막기후라서 조하기 때문에 그곳에서 바라보는 달도 밝고 명하다. 우리가 늘 불러왔던 노래 ‘콜로라도의 밝은 달’을 부르며 볼 때마다 탄복했는데 그래도 나는 처음 요세미티에서 보았던 것 처럼 그렇게 위압당하고 혼미한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달 는 밤이면 누워서 혼자 중얼거린다. 아아! 저 달이 그 달이지!

 

https://youtu.be/SfPB81U_m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