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오늘:
22
어제:
84
전체:
8,584

이달의 작가

작은 새 / 수필

2021.07.01 09:58

민유자 조회 수:13

작은 새

 

 엘에이는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음에도 이 되면 겨울동안 안 보이던 작은 새가 어김없이 찾아와 둥지를 튼다.

 

 한국에서 보던 참새와 모양, 색깔이 비슷한데 크기가 약간 더 크다. 자세히 보면 어떤 은 가슴에 빨간 털을 가진 것도 있다. 이 작은 새가 요즈음 우리 집 발코니 처마 밑에 신방을 차렸다.

 

 고음을 빠르게 올렸다가는 낮게 조잘대며 부산을 떠는 노랫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르고 정적을 흔들어대면 모처럼의 주말 아침잠도 여지없이 설치게 된다. 흐드러지게 봄을 노래하고 하나가 날면 또 하나가 뒤따라 날면서 발코니를 부산하게 드나들며 신방을 차리면 필경은 며칠 뒤에 알둥지가 하나 생긴다. 어미 새는 새 까만 눈을 깜빡이며 경계를 바짝 세우고 온종일 알을 품고 앉아있다. 하루 한 번 내려와 강아지 물그릇에서 목을 적시고는 곧바로 둥지로 되돌아간다. 알들이 식기 전에 다시 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운 바도 없을 작은 새가 둥지를 짓는 걸 보면 그 씨와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가는 나뭇가지들을 입으로 물어다 놓고 어디서 찾아오는지 신기하게 마른 풀이나 부드러운 실 또는 짐승의 털 같은 것을 섞어가며 엇기대어 돌려놓는다. 물어온 나뭇가지들을 부리로 톡 건드려서 각도를 맞추어놓지만 못을 박아서 고정시키는 것도 사람처럼 두 손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한두 번으로 되지 않는다. 어떤 때에는 얼추 다 지어진 둥지가 통째 밑으로 떨어질 때도 있다. 집어서 올려놓아주고 싶지만 그러면 위험을 느껴 아주 포기하고 날아가버리던 경험이 있어 마음만 졸인다.

 

 새는 둥지를 지으면서 올라서서 누르고 다져가며 튼튼하게 지어간다. 나중에 새끼들이 부화한 뒤에 여러 마리가 서로 부대끼고 함께 올라서고 나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새끼들이 알에서 부화하기 시작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시끄러울 정도의 약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럴 때 얼른 창문으로 가서 바라보면 둥지 안의 새끼들 대여섯 마리가 주둥이를 어지게 크게 벌린 채 어미를 향하여 삐약거리고 있다. 어미는 물어온 먹이를 이놈 저놈의 입 속에 고루 넣어준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가져올 수 없으므로 온 종일 되풀이하여 먹인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자라면 빠른 놈은 벌써 둥지 가에 올라서서 날개를 고 파드득거리며 나는 연습을 한다.

 

 처음엔 둥지 가에서 날개를 펴고 제자리에서 중심 잡는 연습을 하다가 다음엔 아주 짧은 거리를 날고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간다. 다음엔 조금 먼 거리를 설정하여 날아가 본다. 그럴 때 힘이 달려서 반쯤 땅으로 떨어져 내리면 죽을힘을 다하여 다시 위로 날아 올라가서 담장이나 나무 위로 올라가 앉는다. 그러면 큰 성공이다.

 

 그냥 땅으로 내려앉는 경우도 있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하지 못하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한 번 둥지를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얼른 날지 않는 새는 어미가 둥지 밖으로 자꾸 밀어내어 나는 연습을 시켜서 떠나보내고 드디어 어미도 떠난다. 낳고 기르고 교육시키는 임무가 끝났으니까.

 

 작년에는 여기에 둥지가 네 개나 있었다. 지난겨울에 나는 이 것들을 말끔히 없애버렸다. 겨울이 되면 비를 맞고 썩거나 벌레 가 생기니까. 그랬는데 며칠 전에 보니 어느새 냉큼 새 둥지를 하나 짓고 들어앉아 있다. 새들이 둥지를 지을 때는 정성을 다해 지어놓고 알을 낳지만 새끼가 자라면 천신만고로 지은 그 둥지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다른 새가 와도 남이 지어놓은 둥지는 좀처럼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 자존심과 위생관이 있다.

 

 보통 머리가 나쁘면 새대가리라는 말을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부엌 창문 앞이 발코니 그림자가 그늘을 만드는 곳이라 거기는 늘 강아지 밥상이 차려져 있다. 새들은 강아지 눈치를 봐가며 남긴 밥과 물을 슬쩍 실례한다. 강아지 밥은 가늘고 길지만 이 작은 새가 한 번에 삼키기에는 좀 크다. 한번은 저녁나절에 작은 새가 팔짝팔짝 면서 이것저것을 물었다 놓고 또 물었다 놓곤 하더니 강아지 밥을 하나 물고는 에 물그릇으로 팔짝 건너갔다. 물고 간 강아지 밥을 물에 적셔서 고 다시 적셔서 쪼기를 서너 번 하더니 결국 잘라서 삼켰다. 얼마나 신기한지! 그 작은 머리에 그런 이치의 능한 가 어떻게 들어 있을까?

 

 불과 며칠 전에는 마냥 자유를 구가하며 잠시도 쉬지 않고 공중을 요리조리 날아다녔다. 지붕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잔디로, 잔디에서 담장으로, 까마득히 날아가서 이웃 동네로 려갔다가 어느새 다시 날아들며 불 난 소식 전하듯 소란을 떨어댔다. 그런데 이제는 날개를 달고도 어찌 그리 짝 않고 둥지에 앉아 있을수 있는지 신기했다.


 엄지손톱만 한 새 가슴속에 어미의 큰마음이 어찌 들어 있다고 천형 같은 그 임무를 달게 수행하고 있을까? 진한 연민이 가슴에 가득 번진다.

 

https://youtu.be/hWDucscAC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