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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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축소형 팜트리 / 수필

2021.07.08 16:30

민유자 조회 수:7

소형 트리

 

 엘에이에서 제일 흔히 볼 수 있는 팜트리는 부채 팜트리다. 씨 은 크기가 알만 하고 사과씨 모양의 밤색이다. 이 씨앗이 아랫동네로부터 바람을 타고 올라와 우리 집 뒷마당의 넓은 잔디밭에 와서 어지고 거기서 이 난다. 아무리 바람이 세다지만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날아오는지 신기하다. 민들레 씨앗이야 생긴 구조상 바람 따라 리라도 가겠지만 통통하고 반들반들한 팥 알만 한 씨앗이 어떻게 고 높은 이곳까지 날아오는지 통 가늠이 안 된다.

 

 한국에서 성장한 내가 팜트리를 처음 것은 엘에이에 와서다. 부채 모양의 이나 가늘고 쭉한 키의 나무 형태가 독특하게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팜트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팜트리의 싹을 키워서 중형의 분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절정에서 땅이 달아오르고 열기가 어대는 7월경부터가 팜트리의 새싹이 움트는 계절이다.

 

 팜트리의 싹은 성냥개비 정도로 자라면 잔디와 비슷한 족한 모양의 외떡잎이 올라온다. 종자가 달라서 싹부터 그 기세가 잔디와 사뭇 다르다. 잔디보다 더 푸르고 꼿꼿하게 올라오므로 마음을 두고 자세히 살피면 눈에 잘 뜨인다.

 

 팜트리의 싹이 성냥개비 정도면 뿌리는 그의 두 만큼 길다. 살진 흰 뿌리가 힘 있고 게 땅속에 깊이 박혀 있고 잔뿌리가 거의 없다. 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 있어서 뿌리 끝을 게 다 파내지 못하고 자칫 조금이라도 상하게 되면 결코 살지 못한다. 마당 가에 심은 팜트리는 처음 일이 년은 성장이 매우 느리더니 2년 정도 지나서 뿌리가 충분히 뻗어내린 뒤엔 수분이 많은 곳에 심겨진 것은 무섭게 자라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무서운 성장력에 질려서 팜트리를 정원에 심기 어한다.

 

 팜트리는 더위와 빛을 무척 좋아하지만 습기를 좋아해서 잠시라도 마르면 곧 죽어버린다. 뿌리의 성장이 얼마나 활발한지 으로 보기에는 작은 나무도 분에서 꺼내보면 흙은 어디로 가고 뿌리가 둥글게 돌며 자라나서 분 속을 메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데 분을 키우면 성장 억제를 못 하니까 분을 키우지 않으려면 뿌리를 잘라줘야 한다. 되도록 잔뿌리는 살리고 은 뿌리는 사정없이 잘라주고 다시 흙을 채워 심어 놓는다. 자생력이 무척 좋아서 물만 잘 주면 잘 산다.

 

 이토록 성장력이 성한 식물도 과연 축소형으로 기를수 있을 까? 아마 수고일지도 모른다. 이제껏 어디서도 그런 걸 본 적이 없다. 애착도 있고 금증도 있어서 십여 년 공들여 키우는 동안 팜트리의 성장력과 나의 억제력이 씨름을 해오면서 팜트리의 강인한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마당에 심었으면 사오 년이면 지붕을 훌쩍 넘었을 키가 지금 열두 살인데도 화분 높이까지 합해서 성인의 키 정도다. 별로 손 볼 일 없이 마르지 않도록 물만 잘 주면 되고 가끔씩 새 잎이 올라오면 은 잎은 잘라주면 된다. 엽 지는 일 없이 겨울에도 푸르니 관상용으로도 손색없이 아름답다. 다만 3년에 한 번씩 뿌리를 자르고 분갈이를 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분갈이할 때마다 분이 조금씩 커져서 5갤론 화분에 심겨져 정원에 장식용으로 손색 이 없다.

 

 엘에이는 이 부채 팜트리가 가로수로 심겨진 거리가 많다. 광활하고 단조로운 도시의 하늘에서 만을 수놓는 팜트리의 연출을 운전 중에 자주 바라본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목을 길게 고 반짝이는 잎들을 허공에 휘저으며 손짓하는 모양을 보면 마치 누 구를 오래도록 기다리다 그 타는 갈증을 견디면서 목이 길어진 것 같다. 비바람이 심하고 폭풍이 부는 날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쓰러질 듯 고통에 몸부림쳐 울부짖는 모습 같아 싸아한 연민을 자아낸다. 그러다 아름답게 지는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미풍에 가늘고 긴 몸매를 살며시 흔들며 추는 유연한 모습은 더할 수 없이 평화롭고 매혹적인 모습이 된다.

 

 팜트리는 내게 확고히 말한다.“높이 성장하고 싶으면 뿌리를 깊게 내려라!”

 

 https://youtu.be/JjOI9twRk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