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군주 이윤홍
2018.09.05 04:30
드러누운 군주The Fallen Monarch
왕의 협곡King's Canyon에 군주가 누었다
제 몸을 텅- 비웠다
감히, 그럴 수가,
3000년부터 군주로 군림한 그의 몸을 지나가다니,
차마 신하된 자 그럴 수 없어 그 앞에 선다
누운 자세마저 위엄이 서려 있다
해도, 군주의 명은 따라야하는 법,
머리를 조아려 안으로 들어선다
들어서며 그의 텅 빈 몸을 두드린다
공명처럼 울리는 빈 소리
신하된 자, 두 팔을 잘라 그의 팔이 되고,
신하된 자, 두 발을 잘라 그의 발이 되고,
신하된 자, 심장을 빼내어 그의 심장이 되고,
군주가 스스로 제 몸을 낮추어
백성과 하나 되는 유일한 길이다
지나가는 신하마다 제 한 몸 다 바치고 나면
어느덧 군주의 몸을 벗어나 한 세상에 이를 것이다
지나온 군주의 몸은 까마득히 잊고
고복격양鼓腹擊壤을 부를 것이다
여기 백성을 위한 군주중의 군주가 누어있다
군주와 하나 되기 위해
오늘, 감히 그의 몸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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