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운 군주 이윤홍

2018.09.05 04:30

이윤홍 조회 수:7901

드러누운 군주The Fallen Monarch

 

 

왕의 협곡King's Canyon에 군주가 누었다

제 몸을 텅- 비웠다

감히, 그럴 수가,

3000년부터 군주로 군림한 그의 몸을 지나가다니,

차마 신하된 자 그럴 수 없어 그 앞에 선다

누운 자세마저 위엄이 서려 있다

해도, 군주의 명은 따라야하는 법,

머리를 조아려 안으로 들어선다

들어서며 그의 텅 빈 몸을 두드린다

공명처럼 울리는 빈 소리

신하된 자, 두 팔을 잘라 그의 팔이 되고,

신하된 자, 두 발을 잘라 그의 발이 되고,

신하된 자, 심장을 빼내어 그의 심장이 되고,

 

군주가 스스로 제 몸을 낮추어

백성과 하나 되는 유일한 길이다

 

지나가는 신하마다 제 한 몸 다 바치고 나면

어느덧 군주의 몸을 벗어나 한 세상에 이를 것이다

지나온 군주의 몸은 까마득히 잊고

고복격양鼓腹擊壤을 부를 것이다

 

여기 백성을 위한 군주중의 군주가 누어있다

군주와 하나 되기 위해

오늘, 감히 그의 몸속을 지나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2 윤슬 시 이윤홀 이윤홍 2018.11.03 8060
241 수평선 시 이윤홍 이윤홍 2018.11.03 8070
240 놔, 이런 여자를 만날꺼야 이윤홍 이윤홍 2018.09.05 7801
239 왜 날 사랑해? 이윤홍 이윤홍 2018.09.05 8239
238 윤동주-세코이아 나무 이윤홍 2018.09.05 7797
237 윤동주-잊혀진 열명의 거인(광복절 아침에) 이윤홍 2018.09.05 7909
» 드러누운 군주 이윤홍 이윤홍 2018.09.05 7901
235 시/너, 라는 여자 [2] 이윤홍 2018.09.05 7956
234 시/우리 이윤홍 2018.09.05 7983
233 Hyun Jeong- poem 이윤홍 2018.07.26 7725
232 현정이-시 이윤홍 2018.07.25 7364
231 모어 [1] 이윤홍 2017.12.29 7849
230 파도와 절벽 시 이윤홍 2017.12.22 8690
229 형상 시 이윤홍 2017.12.16 7908
228 한강 시 이윤홍 2017.12.16 7967
227 아파트의 하늘 시 [1] 이윤홍 2017.12.16 8540
226 감나무 시 이윤홍 2017.12.16 7803
225 흥행사 시 이윤홍 2017.12.16 31861
224 시/고인돌 이윤홍 2016.10.03 7724
223 시/눈물을 수선하다 이윤홍 2016.10.03 7942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2
어제:
2
전체:
607,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