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2003.09.04 22:07

정용진 조회 수:944 추천:245

간밤
별빛이
유난히 차게 밝더니
계곡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돌배나무 잎이
자지러지게 무르익어
지나던 길손도
취하여 조는데

들길을 지나는 바람이
피리 소리가 되어
저무는 이 저녁

기인 산 그늘이
주막에 붐비네.

행낭을 밀고 가는
배달부의 발길에도
정든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데

고령산 보광사
타는 단풍이
옷깃에 배어

얼굴과
가슴이 붉던
내 소녀는

지금
어느 길목에서
그리움에 취하여
잠을 청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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