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 볼래

2009.10.15 00:37

정용진 조회 수:967 추천:275

들어가 볼래
                       정용진
두 돌 반 된 손녀 우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가 전화를 했더니

들어가 볼래, 들어가 볼래 한다.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전화기 속에 들어가서
할머니 얼굴을 보겠단다.

한, 영, 스패니쉬를
곧잘 구사하는 손녀는
과자 하나를 주면 더 먹고 싶어서
항상 떼를 쓴다.

제 어머니가 많이 먹으면
이가 썩어 안 된다고 타이르니
슬며시 제 방으로 들어가
강아지 인형을 안고나와

‘에밀리.가
과자를 먹고 싶어 하니 내어놓으란다.
하는 수 없이 하나 더 주면
강아지 입에 대고 먹이는 척 하다가
제 입속에 넣고 의기양양하다.

전화기 속에 들어가
할머니 얼굴을 보겠다는 손녀
과연 핏줄은
전화선보다 길고, 질기다.
오늘도 귀여운 우영이음성이
귓가에 쟁쟁하다.

어려서 제 동생 지민이가
너무 쫑알거려 책 읽는 것을 방해하면
큰아들 지신이가
이놈 말을 뽑아버릴 까보다.
하던 기억이 새롭다.

코흘리개 어린 아이가 커서
의젓한 어른이 되는 것은
위대한 혁명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4 새봄에 부치는 시(新春賦) 정용진 2009.03.25 982
823 손때 정용진 2008.06.29 982
822 설중매(雪中梅) 정용진 2008.01.17 981
821 손끝에든 장미가시 정용진 2008.11.07 980
820 수봉자훈(秀峯自訓) 정용진 2008.02.09 980
819 사부곡(思父曲) 정용진 2010.06.24 979
818 옐로스톤 국립공원 정용진 2007.11.11 976
817 목우(木雨) 정용진 2007.03.11 975
816 Re..지나가는 길손이지요. 정용진 2003.09.14 975
815 Rocky Mountain 정용진 2008.08.30 973
814 Lake Tahoe에서 정용진 2011.01.02 972
813 연 어 정용진 2010.08.19 972
812 억새들의 춤 정용진 2007.11.28 971
811 샌프란시스코의 가을 정용진 2008.10.02 969
810 영릉(英陵)에서 정용진 2007.03.08 968
» 들어가 볼래 정용진 2009.10.15 967
808 나목 정용진 2008.11.12 967
807 설매부(雪梅賦) 정용진 2007.02.11 964
806 춘우(春雨) 정용진 2009.04.12 962
805 Re..맑고 서늘한 (석란) 정용진 2003.03.12 960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2.14

오늘:
1
어제:
1
전체:
29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