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의 『혼불』 이해와 감상

2016.06.08 01:18

정국희 조회 수:160

   

최명희의 혼불



            

 

       세상에 최명희의 혼불처럼 아름답고, 감동적이고, 교훈적이고, 슬프고, 그리고 재미까지 고루 갖춘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고 또 그 글에 혼신을 다하지만 최명희선생처럼 재 한 점 남기지 않고 자신의 혼을 다 불어넣은 작가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작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읽는 내내 감탄이 저절로 새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혼불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죽기까지 자신의 혼을 고스란히 혼불에 쏟아냈구나할 정도로 지극 상세하게 작품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81<동아일보> 창간 60돌 기념 장편소설 공모에 제 1부가 당선되어 잡지 연재를 계속하다 마침내 전체 10권으로 완간된 작품이다. 작가가 아픈 중에도 혼신을 다해 집필한 대하소설로서 일제 강점기 때 무너져가는 한 양반가문을 일으키는 3대 종부의 이야기이다. 작품의 무대는 전북 남원 매안이라는 동네이고 한 많은 삶을 사는 청암부인과 손자 이강모를 중심으로 거멍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풍속 문화사를 생생히 복원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묘사하는 사물의 방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녀만의 타고난 특징으로 문장마다 맛깔스런 토속 냄새를 풍기고 있다. 책 도입부에 시작되는 혼례의식에서부터 크고 작은 대소사의 의례나 절차 또는 법도와 이치들을 실오라기 하나까지도 상세하게 들춰내는 심오한 표현들은 혀가 저절로 내둘러진다. 이를테면, 이 작가는 어쩌면 글의 신이 들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 안에 주술적인 면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요약줄거리>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로 첫 문장이 시작되면서 강모가 효원과 혼례를 치르러 가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모는 효원과 살지만 정을 주지 않고 사촌지간으로 한 동네에 사는 강실이를 더 사모한다. 효원은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는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청상 과부인 청암부인의 밑에서 곡절 많은 생을 꾸려나가면서 자신의 삶과 맞선다. 강모와 우연히 하룻밤 정사를 나눈 강실은 강모를 사모하지만 내색도 한 번 못하고, 강모는 강실이를 범한 죄책감으로 평생 순탄치 않는 삶을 살아간다.


       3권까지는 청암부인을 비롯한 그의 아들과 매안사람들 그리고 거멍굴 사람들과 고리배미 사람들의 상반된 세계관에 따른 갈등과 의식이 드러나 있으며 강모 부부와 강실이 그리고 청암부인의 유교적 엄격함이 나타나 있다. 3권의 마지막쯤에서 청암부인이 죽음으로써 끝이 나고 4권 째부터는 춘복이와 옹구네가 강실의의 삶을 철저하게 파탄에 이르게 하는 과정으로 올가미의 잔인함이 강실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할 정도에 이른다. 5권에서는 자시가 기운다로 첫 글이 시작되는 데 그 도입부의 글들은 바로 . 어줍잖은 시인들의 시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글들이 이쁘고 감동적이다. 다시 말하면, 10권의 글들이 모두 장시로 연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글들이 시처럼 곱게 요동치고 있다고 해도 되겠다.


       <결론> 작가 최명희는 1998년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19804월부터 199612월까지 17년 동안 그녀의 목숨을 다 바쳐 만든 농촌소설이다. 집필 중에 난소암에 걸렸으나 오로지 집필에만 매달렸다. 이 작품으로 세종문학상, 여성동아 대상, 호암예술상등을 받았다. 전북 전주의 최명희 문학관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최명희를 일본과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면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걸까. 대한민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혼불과 이 글을 쓴 최명희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게 매우 자랑스럽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
어제:
4
전체:
88,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