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2 21:01
당신은
소담 채영선
또박또박 걷다가
가을 낙서가 되다가
벌레처럼 기어가다가
초겨울 갈대로 흔들릴 때
다가와 등을 내미는
당신은 책받침
한발 앞서 태어난
손바닥 위에서
계절 모르고
기적처럼 피어날 때
새벽이슬에 질리는 몸짓으로
파랗게 조바심하던
당신은 꽃받침
듣고 싶어도
부르고 싶어도
문 열고 나오지 않는
침묵의 터널 안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맴돌던
메아리의 이름
당신은 받침
2016년 11월호 <우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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