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의 사랑
2019.01.29 19:08
알함브라의 사랑
왕비의 내통을 지켜본 사이프러스 나무에선 열렬한 키스냄새가 난다
그 냄새로 인해 왕에게 죽임당한 나무 위엔
갈치 떼의 지느러미들이 부대끼며 몰려가고 있다
너는 용서하겠다
왕비는 살려 두었으나 질투의 화신은 상대의 심장을 요구했다
회오리치던 칼은 비밀의 장소였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차 없이 피를 묻혔다
잠시 그 시절이 되어 불행의 무게를 느껴본다
잠을 자면서도 그리운 그런 사랑을 만나
박제된 나무 아래서 밀회를 들켜보고 싶은 마음
그 비밀한 그림자를 확장하여
그늘 속 키스를 훔치고 싶다
썩은 나무에 패인 미친 사랑을 훔쳐 흉흉한 소문을 완성하고 싶다
퇴폐적 관능으로 한 세기 전쯤의 나를 도모해 보는데
이쪽으로 오세요
무리 속에서 화창한 오후가 얼른 오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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