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달

2013.02.11 04:52

정국희 조회 수:653 추천:37

상현달
김훈 풍으로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달리 나를 보자는 사람도 없고
사는 것이 조촐하여
적막이 맹렬한 하루였다

시간이 하릴없이 느슨하더니
하루와 더불어 종일 흘러가더니
겨우 문장 몇 줄 읽었을 뿐인데
해가 기울기 시작했고
먼저 밖이 어두워 지고
어둠이 스미면서 방도 어두워 졌다

태양은 하루에 꼭 하루치 씩만  비치고
왔다 간 흔적도 없이 물러갔다.
해만 빠져나갔을 뿐 달라진 건 없는데
삼라만상이 소리를 죽이고 각기 분수껏
음양의 이치에 당면하고 있다

정갈한 하늘에 상현달이 떴다
시간은 그 몫을 에누리 없이 새겨 나가는데
하늘과 달과 별은 너무 멀어선지  
손도 안대고 그냥 지나갔나 보다
병자년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떳던 달이
왕이 그 안에 갇혀 허허로이 지켜보던
그때 그 달이 그대로 떠있다

오늘밤 달이 각시처럼 수줍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포쇄 정국희 2011.09.25 711
162 놋그릇 정국희 2009.08.15 705
161 디아스포라의 밤 정국희 2011.01.02 696
160 매실 정국희 2010.01.25 695
159 요지경 세상 정국희 2010.01.25 694
158 무숙자 정국희 2010.02.04 689
157 나의 아바타 정국희 2011.04.20 687
156 나이아가라 정국희 2011.02.13 683
155 꿈자리 정국희 2010.11.11 680
154 오냐 정국희 2010.12.18 677
153 빈 칸 정국희 2009.12.23 671
152 그것은 욕망인가 정국희 2009.08.20 670
151 이면우시집<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감상문 정국희 2015.07.03 670
150 미역 정국희 2008.08.28 657
» 상현달 정국희 2013.02.11 653
148 패싸움 정국희 2010.10.31 653
147 그늘 정국희 2012.10.04 650
146 계절 정국희 2012.05.30 649
145 시간 정국희 2009.01.22 649
144 대책 없는 수컷 정국희 2012.08.20 645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88,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