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숙자

2010.02.04 14:36

정국희 조회 수:689 추천:107



홈리스



셔터문이 아침을 바쁘게 올리자
혈색 없는 얼굴
게으른 눈을 뜨고
온기 채 가시지 않은 걸음들
휑한 거리를 다시 채우면
햇살 몇 조각으로 몸을 데우고
허기진 거리로 나선다

남루한 길 위
휘청거리는 그림자 등에 업고
가슴 안에 집 짓고 못 떠나는 인연
주머니 속에 넣고
풀수없는 운명 밟으며
먼지나는 거리를 쏘다니다
가끔 고향 묻어둔 하늘
꺼역꺼역 울기라도 하는 날이면
냄새난 골목에 진을 치고 앉아
서로가 상관없는 속 사정 나누고
절뚝 거리며 오는 어둠
지친 눈으로 마중한다

정신 없던 도시에 생소한 웃음들이
마지막 버스로 떠나면
텅빈 정류장엔 황소바람이
불었다가 쉬었다가
밤새도록 가로등 불빛 실어 나르고
밖에 있던 꿈이 지붕 없는 집에 누워
때낀 이불 끌어당겨 배고픈 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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