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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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우주인을 만나다

2004.12.21 12:20

나마스테 조회 수:488 추천:36

새해엔 소망하시는 모든 일 이루소서.
요~ 까지가 인사치례 덕담이고
웃음 주는 성탄 카드 배달 일기입니다.
우찌 사는지 읽어 주시라요.

...............................

미로 같은 연세 세브란스 병원을 헤메다 겨우 찾아 들어간 병실에서 나온 첫 말이 그 말이었다.  
그렇게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고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서울이 만원이 아니라 병원이 만원이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불경스럽게도 신기했다.
그러나 예전 병원 같이 직원들은 고압적 자세나 무뚝뚝한 인상이 아니었다.  

주차를 시키려 꼬리를 문 자동차 뒤에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주차권을 빼 주는 아가씨가 완전히 백화점 주차장 관리요원 밴치마킹을 했다.  
배이지색 모자에 유니폼을 입고 백화점 맹쿠로 상냥했다.  
그런데 말이 좀 그랬다.  

"어서오세요. 좋은 시간 되십시요."  
병원이라는 곳이, 입원한 환자나 문병온 사람이나 '어서 올 곳'은 아니고, '좋은 시간 될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어쨋던 아쉬운 넘 겁주는 병원이라는 고정 관념이 깨지는 첫 인상은 상큼했다.  
하긴 이렇게 복작거리는 사람들은 병원 측으로 볼 땐, 죄다 쩐 임엔 틀림없겠다.  

"***형이 신촌 연세세브란스에 입원해 계신 줄 알아?"  
"모르는디요..."  

그제 미국의 선배 전화를 받고 그 형이 병원에 입원 한 줄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있는 강남에서 신촌까지는 빨라야 무조건 한시간이 걸린다.  
열심히 액셀레이터를 밟아 신촌 근방에 다달았다.  
병실도 모르니 셀루라폰으로 원무과를 불러 그 형을 찾았다.  

"없는디요. 컴퓨러로 검색을 암만 해도 없는디요. 혹시 강남 세브란스 아닌감요?"  
이런... 강남이라면 나는 바로 내 사무실 지척에 두고 일부러 먼 길 온것이다.  

차를 휘리릭 돌리며 강남 세브란스로 전화를 걸었다.  
"없는디요. 컴퓨러로 검색을 암만 해도 없는디요. 혹시 신촌 세브란스 아닌감요?"  
이건 순전히 마국에서 전화를 걸어 온 선배의 잘못이다.  
당장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이구~ 그 형 이름이 원래 끝자가 곤이야. 고에 ㄴ이 붙는"  
그럼 그렇지. 연세 세브란스라고 분명히 알고 있는데 발음을 내가 잘 못들었던 것이야.  

다시 차를 원 위치로 휘리릭 돌리며 신촌 세브란스로 전화를 걸었다.  
"이름을 잘못 알았습니다. 이름 끝자가 곤입니다. 고에 ㄴ이 붙는"  
"없는디요. 컴퓨러로 검색을 암만 해도 없는디요. 혹시 영동 세브란스 아닌감요?"  

이런 환장 할데가.  
환자는 재미교포인데 한국서 사업한다고 생이별한 이산가족인데 월매나 외롭것는가.
미국에서 나와 함께 비워 낸 소주병을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바빠도 문병을 가야했다.

입원한 형 휴대 폰 번호를 사무실에서 안 가지고 온 것은, 그 형님이 목 관련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목이 하나인데 목 수술을 받았다면 말을 못한다.
코로 말을 한다면 모를까 말을 할수 없을 거라면 휴대폰은 헛것일거라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병원 정문 앞에서 다시 차를 휘리릭, 돌리며 믿을 수없는 미국 선배보다는 믿을수 있는 친구넘 전화 번호를 찾아 통화를 했다.
그 넘도 올 초 한국에 나와 수술한 경력이 있는 넘이다.
멈출수 있는 공간이 없는 신촌에서 차를 운전 하며 용천을 떤 끝에 가까스로 입원 한 형 전화 번호를 알아 냈다.

마지막 시도다.  
여기서 막히면 끝이다.
주둥이 댓발 나온 채로 나는 돌아 간다.  
그런 마음으로 혹시나 걸어 본 전화였는데 어떤 여인이 받는다.  
"***형님 전화 아닙니까?"  
"맏는디요. 지는 여동상이구요. 글고 오빠 원래 호적 이름 끝자는 건 인디요. ㄱ에 ㅓ에 ㄴ이 붙는."  
          
그렇게 찾아 든 병실의환자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물론 건강도 좋아 보였다.  
그러니 눈치 1000단인 내가 농담으로 문병을 시작하지.  

목에 생긴 혹 하나 제거 수술이 잘되어 한 일주일 있으면 퇴원 할 거라고 했다.  
절대 평가는 아니지만 담배와 음주가 상대 원인은 됨직 하다고, 주장한다고, 그럴거라고 의사가 말했단다.
당연히 말을 할 수 없으니 내 말의 대답은 필담이다.  

"정신없이 찾아 온다고 아무것도 못 사왔는데 다음에 올 때는 담배하고 쇠주 몇병 사 올께요."  
"근디 성님은 언제부터 우주인이 됬능교. 주렁주렁 붙이고 꼽고 달고... 한국 첫번째 우주인 모집에 응하려고 연습중인교."
"이번 퇴원하면 노래방 갑시다. 형이 부르는 저음의 노래가 더 매혹적인 저음으로 변했겠네요. 순전히 배호의 뜨거운 안녕 때문에 수술했다면 사람들이 믿을까."  
"형도 아는 친구넘 똥꼬 수술한 병원이 한인타운 수퍼라면, 이 병원은 산타모니카 쇼핑몰이구먼요."  
등등 너스레를 떠는데 곁에 계신 그 형 누이동생께서 그예 한마디 하신다.  
"어떻게 문병온 사람이 그렇게 웃겨요. 호호"  

그 여동상분이 듣기에 내가 한 말이 웃기는지는 모르나 내 딴에 진심어린 말을 한참 풀어 앤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 오니 짧은 겨울에 퇴근 시간이 코 앞이네.  
.........
다음주엔 중꿔 출장가서 거기서 연말연시를 보낼 것 같네요.
방선생님께 인사 전해 주세요.  짜이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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