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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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은어의 운명

2005.07.24 09:15

최영숙 조회 수:562 추천:30

슬프고 슬픈 것은 그 애 이름도 그래요.
고등어, 참치, 미꾸라지, 쏘가리, 메기, 뱀장어
상어, 잉어, 고래, .... 이런 이름 다 놔두고 '은어'라는
여리고 여린 이름을 가진 그 예쁜 애를 옆구리를 훌치기해서
그것도 튀겨 잡수시다니요.
그렇지만 터널공사를 워낙 무섭게 하신 탓인지 야위어 보이심으로
몸보신의 필요가 있으실 것 같아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산사나이 손에 투신한 은어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시에라(애리조나의 세도나로 정정합니다)에서 몰고 온 '기'에 끌려 나온 것은 아닌지요.
아직도 그런 순진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장소가 우리 나라에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럽습니다.
파리도 뺀질거리는 이 세상에- 전 파리채를 들고도 번번히 실패합니다-
드문 소식입니다.
나마님은 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그리 많이 하셔서 발닿는 곳마다
먹거리요, 손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일들입니까?
저도 아주 아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발길도 묶이고 손길도
자승자박할 때가 많으니 아직도 무림으로 나가기에는 도력이
부족한가 싶군요. 그리고 겉모양이 어수룩해보이는 고수들이 많아서
조심스럽구요. 원래 고수들은 그렇지요?
하여 어찌 그들을 분별하겠습니까.
그저 고수들이 맞붙어 패권 다툼이 일어날 때서야 알아볼 따름.
속히 내려 오시어 암수를 써서 방주의 자리에 앉으려는 무리가 있다면
한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동방완패 올림....

    







>사진 설명 1. 니 닮아 멍청한 은어
>          
>
>나는 오래 전부터 울릉도 물이 한국에선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다.
>화산섬이므로 자연적 정수 과정을 거쳤고 환경이 좋아 서였다. 바다 가운데 있어 공해와는 무관하며, 미네랄 풍부한 물이라고 그들이 그렇게 주장했고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이 과히 틀리지 않았는지 대한항공은 제주도 삼다수라는 물을 생수로 공급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화산이기 때문에 그 물 맛이 좋다는 말이다.
>
>다만 화산섬의 물은 물귀신인지 흘러야 할 개울이 물 마른 건천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육지처럼 물 철철 넘치는 개울 구경이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서귀포시 남단에 위치한 강정천과, 악근천은 한라산의 천연 암반수가 사시사철 흐른다 했다. 풍부한 수량이 있는 곳이며 육지에서도 보기 힘든 은어가 회귀한다고 했다.
>거기에 더하여 이곳의 은어는 육지의 은어와 오랜 시간 교류가 단절되어 있어, 토종 은어로 불린다고 썰을 풀었다.
>
>은어라...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고 1급수에만 사는 귀족 어종이니 소주 안주로는 그만 일 터. 악근천을 통과하는 다리 밑엔 과연 물이 맑았고 차가웠으며 바다가 지척으로 보였다.
>당연히 이 목 좋은 곳에 상술이 없을 리 없었고, 또 당연히 은어튀김과 소주가 상위에 올랐다.
>
>쭈타~ 신선이 따로 없네~ 어쩌고 저쩌고 술잔을 기우리며 가만히 보니까 이건 완전히 김삿갓 대동강 물 팔아 묵는 꼴이네. 이곳 마을 청년회에서 운영한다는 한철 장사는 원가가 별로 안 드는 대동강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원한 개울물도 제 것이 아니고, 우리 안주감으로 올라오는 은어도 제 것이 아니었다.
>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에서 본 듯 한 풍경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던져 넣는 낚시 줄이 물방울과 함께 햇빛에 막막한 역동성으로 살아났다. 뭐 그거야 멋진 그림이지만 놀랍게도 거기에 은어가 걸려 나오고 있었다. 즉 이 사람들은 낚시로 악근천에서 은어를 건져 올려 대동강 물처럼 공짜로 튀겨 내고 있었다.
>
>낚시에는 물고기를 유인 할 미끼도 없었다.
>제주도 시골 은어라 그런지, 아니면 부부 싸움 끝에 몸 받쳐 자살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거... 웃기는 짬뽕이네라고 생각 드는 순간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었다.
>슬그머니 일어나 그들의 빈 낚시 대를 집어 들었다. 평생 낚시와는 인연이 없었기에 그냥 흉내만 내 보리라.
>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처럼 폼을 잡으며 휘리릭 낚시를 던져 개울물에 넣었다.
>그런데 눈앞에서 사르르 물로 들어 갈 낚시 줄이 안보였다.
>너무 세게 던져 우주선 맹쿠로 대기권을 벋어 났나? 손으로 눈부신 태양을 피해 우주를 쳐다봤으나 결론은 흐흐... 폼이 너무 좋아 내 티셔츠에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폼생폼사이니 기막히고 우아한 동작으로 휘리릭 낚시를 개울물에 던져 넣었다.
>
>앗!
>큰일이 벌어졌다.
>멍청한 무엇인가가 걸려 든 것이다.
>이건 사건이닷!
>치켜올린 낚시에는 놀랍게도 은어 한 마리가 대롱거리며 달려 있었다.
>순간 묘한 느낌이 왔다.
>
>낚시하는 분들을 볼 때, 특히 애드워드처럼 뚱뚱한 분들이 종일 물 앞에 앉아 있는 걸 보며 속으로 나는 웃었었다.
>"애구... 저 덩치에 그 조그마한 물괴기 한 마리 꼬셔 먹으려 저 짓을 하냐. 차라리 굶던지 사 먹고 말지. 역시 산을 선택한 것은 탁월한 발상이었어. 살생도 안 하니까."
>
>그런데!
>이상한 낚시 초보에게 걸린, 역시 이상한 은어를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이 손맛에 낚시꾼들이 삼매에 빠지는 것 같았고, 기다리는 걸 알 것 같았으며, 마누라 일요 과부 만드는 것을 순간적으로 이해하게 된 듯 싶었다.
>역시 돈오돈수라고 깨우치는 건 한방이다.
>
>그러나 나는 장난이었지만 은어에겐 하나뿐인 생명이 걸렸다.
>내 호들갑스러운 고함 소리에 동료 사진기 플래쉬가 번쩍 터졌고, 은어는 마지막 영정 사진을 찍혔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처럼 사투를 벌려 잡은 은어는 아니었지만, 나는 충분히 자랑스러웠고 내 눈에 그 은어는 고래...이건 좀 너무했고, 상어... 이것도 좀 그렇고, 고등어 만하게 보였다.
>
>"형님 그건 교통사고예요. 은어의 교통사고."
>이런 제길, 내 솜씨의 칭찬 대신 은어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그러서 자세히 보니 은어 입에 낚시가 걸린게 아니라 마리린 몬로 닮은 늘씬한 옆구리였다.
>소위 훌치기라는 기법의 낚시인데 은어가 올라오는 계절에 빈 낚시를 넣고 툭-툭 쳐주기만 하면, 영역 싸움을 하는 은어의 성질상 제 몸 부딧쳐 오다가 그 낚시에 걸린다는 말이었다.
>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
>그러므로 첫 번째 만난 내 사랑하는 귀한 은어의 죽음을 우리는 뱃속에 묻었다.
>
>은어가 고등어 크기였다는 말 잊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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