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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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은어 이야기

2005.08.01 13:41

박영호 조회 수:516 추천:37


  은어님의 은어 이야기를 읽고보니 입에 침이 돌고, 먼 엣날 전
  라도땅 승주군 송광사 계곡 강변에서 은어를 잡던 기억이 머리에 떠오
  름니다.

   일찌기 제가 살던 지저분한 해변가에선 맑은 물에 사는 은어를 구경
  할 수가 없었는데, 한 친구의 고향땅인 전라도 내륙지방인 승주군(송
  광사가 있는 곳)이란 곳에서, 그 동네 청년들과 함께 달밤에 은어잡이
  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을 먹고 달이 떠오르자 강변으로 나가, 강물이 발목에서 무릎까
  지 차오르는 질펀한 강바닥에 청년 대여섯명이 늘어서서 물이 깊은 곳
  에서 옅은 쪽으로 물장구를 치면서 몰아가면 은어들이 물위로 은빛을
  펏뜩이면서 뛰쳐 오르고 달아들나지요. 그렇게 은어들을 물이 옅은 곳
  으로 몰아서 그곳에서 그물을 던지고 물 밖으로 그물을 끌어내어 잡
  는 방법입니다.
   물장구에 놀라 달아나는 은어들이 물위로 뛰어오르면서  달빛에 번쩍
  거리는 정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변이 생겼습니다.
  서너번을 그렇게 해서 은어들을 잡고나자 아직 잡히지않은 약은 은어
  들이 모두 어리론가 숨고 달아나버려서 이젠 자리를 옮기자고들 하는
  데, 한 친구가 갈대 숲이 우거져있는 좀 음침해 보이는 쪽을 한번 훑
  어보자고 해서, 그곳으로 가서 그믈을 던졌는데, 당위로 끌어올린 그
  물 속에서 괴상한 괴물이 걸려 나왔습니다.
  “뱀이다 뱀!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사람 팔뚝 만한 굵기에 두자 가까이되는 검은
  빛의 기다란 생물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모두 놀래 뒤로 물러섰지
  만, 한 친구가 ‘이거 잘 됐네-’ 하고 다가서더니 그물을 벗기기 시
  작했습니다. 나는 그가 땅꾼이던가 아니면 뱀을 소주에 라도 담가 약
  사주(藥蛇酒)라도 담그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가 갑자
  기 소리를 쳤습니다.
   뱀장어야 뱀장어!
   자세히 보니 그건 비늘이 없는 틀림없는 뱀장어였지요.  
  저는 바다 장어인 붉은 갈색의 갯장어와 빛깔이 쌔까만 민물 장어를
  구분할 줄 알았지요. 일찍이 제 고향인(경남 함양 마천)지리산 산골
  계곡에서 천렵을 하면서 같은 뱀장어를 본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올라온 장어가 심산계곡에서 더러 길을 잃고, 그곳에서 그
  냥 살고있다가 사람손에 잡힌 것이겠지요.
   그날밤 우리는 정력에 다시없이 좋다는 그 뱀장어를 솥에 고아서 여
  럿이서 소주와 함께 맛있게들 먹었지요. 그 때까지 술을 못 마시던 나
  는 손님이랍시고 자꾸 권하는 장어살을 반이나  초장에 발라 먹어치웠
  지요.
  ‘이거 장가 안든 분은 많이 먹으면 안 되는데…’
   나이가 좀 든 청년이 나를 염려스럽게 바라보면서 말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가, 그 청년 말대로 나는 그날밤따라 마구 솟아오르는 정
   력을 어쩌지 못하고 꿈속에서 예쁜 여인을 부등켜 안고 몽정을 했지
   요. (안 믿어도 됩니다.笑)
    거기다가 다음날 아침은 은어 구이에 포식을 하고…
    아마 지금까지도 제가 정력이 좋은 것은 그때 먹은 백년묵은 뱀장
   어 때문일 것입니다.(ㅎㅎㅎ)
    
    참 까마득한 옛날 이아기입니다.
    아무튼 은어 구이의 그 구수한 냄새의 맛이란 생각만 해도 지금도
   군침이 돌고, 무엇보다도 자갈과 모래위로 질펀하게 흐르던 그 달빛
   어린 강물의 정경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건 낚시가 아니고 바로 달밤의 신선놀음 같았지요
   너무나 아름다운 고기잡이 추억이어서 여기에 적었습니다.

    은어란 그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만 사는 고기이고, 소가리,
   혹은 치리라고도 하는데, 통소금을 살살 뿌려서 알맞게 소금기가 밴
   그 고소한 맛이란 이루 형용할 수가 없지요. 더욱이나 음식이 귀할
   때 뜨거운 쌀밥과 함께 먹을 때의 그 맛이란….
    확실치는 않지만 그 은어가 바다에 나가 농어라고 하는 고기로 자
   라는데 그 은어를 두고 사람들은
    며느리가 새벽에 친정으로 달아나려다가 은어굽는 냄새에 다시 들어
   와 은어에다 아침 먹고 달아난다는 말이 있습니다.(笑)

    저는 비교적 물고기 맛을 많이 아는 편입니다.
    일찍이 총각시절 섬에서 잡곡밥 한 공기에 큰 물고기 내장 끓인것만
   (고기는 말려서 팔고)한 사발씩 먹고 살았던 탓이지요.(笑)
    우리나라 동해안 고기는 물이 차고 맑아 맛이 없고(동태, 오징어 뿐
   이고) 남해안 고기가 제일 맛이 있지요. 일본에서 예로부터 제일 치
   는 생선이 바로 대우, 도미, 민어, 숭어, 문어 등 한국 남해안 생선
   들입니다.

    최선생님의 친구 은어님의 은어 낚시는 현대판이고,
    제 이야기는 물간 고전입니다만 그래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재미난 낚시 이야기가 생각나면 또 쓰지요.
    그럼 이밤도 편안한 밤 맞으시고 단꿈 꾸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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