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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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어느 조류에 대한 보고

2005.11.02 11:14

나마스테 조회 수:691 추천:40



"건국대 지하철 6번 출구 6시."
서울에서는 이렇게 약속을 하지요. 여기저기서 따로 출발해도 거의 십분 안에 모두 틀림없이 만나게 됩니다. 트레픽도 없고, 살인적 강도질 같은 주차료도 없고, 드렁크 드라이브도 예방되니 지하철 만든 사람들에게 복 있으라~!
그 출구에는, 한국 체류 한 달이 되는 김동찬 시인. 겁도 없이 회색 칼라 머리로 물 드린 모씨등 4명이 있었고 내가 합류했으며 곧이어 따끈하게 금방 한국 나온 엘에이 촌사람 모씨도 합류했습니다.

이 모임은 엘에이에 본부를 두고 한국에 지부를 둔, 그러니까 산악회라는 이름의 집단인데요 그러므로 모두 기러기, 뻐꾸기 조류과라는 특징이 있지요. 아참 김동찬 시인과 제일 늦게 나온 사람은 제외하고.
좌우지간 조류 4명과 조류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참 사람 2명이 모여 갔지요.
뭐~ 조류들은 속말로 '새 대가리'들인데 별로 갈데 있습니까. 괴기 집이지요.

정말 내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요.
쩐도 안되고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나 재능은 재능입니다.
아무리 서울말 표티가 나게 씨부려도, 무조건 나는 연변 아줌씨는 알아봅니다.  
엘에이 식당을 점령해 가는 도우미 연변 아줌씨들을 보며 놀라고 있지만, 거기서도 그분들 감별하는데 한번도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홍마담이 증명해 줄 겁니다. 최선생 동네에도 그런가요?
이번도 마찬가지.

"고향 사람 만나니 반가우다. 아지매"
"어드멘데요?"
"내 고향은 그러니까네 이도백하입네다. 거-왜, 연길에서 송정 지나게지구~ 장백산(백두산) 입구."
"그렇구만요. 내는 연변임다."
아줌씨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웃습니다.
머나먼 땅에서 고향 사람 만난 반가움 50점. 자신의 고향 연변 보다 내가 시골 출신이라는데 기분 좋아 30점. 젊지도 않은 게, 그렇다고 연예인도 아닌 게, 회색 머리 물 드린 희안한 예술적 인간 보게 해준 고마움 10점. 합계 90점짜리 표정.
여기서 최선생은 묻겠지요?
"진짜 댁 고향이 거기유? 어짠지 숭악하게 생겼드만 원래 조선족이었구만요."
나는 대답합니다.
"만주 벌판 말달렸던 선구자 후손은커녕 요세미티에서 말 한번 탓다가 죽을 뻔한 잉간이외다. 그거... 안타 본 잉간은 절대 타지 마시라. 오줌 지린다. 예전 백두산 등산하러 들락거릴 때 기억했던 동네가 등산 들머리 산골 마을 이도백하임다."
"그람 고향은 워디?"
"에~또, 내 고향은 이름도 거룩한 '맑은 모래' 청주淸州요. '맑은 술' 청주 淸酒로 동네 이름 바꾸자고 했다가 쫒겨나 미국까지 오게 되었슴다."
무안해진 최선생은 다시 시비조로 물을 확률이 높습니다.
"백 점이면 백 점이지 90점은 또 뭐요?"
난 따지는 잉간이 제일 싫습니다. 그러나 대답해 줍니다. 사진을 보세요.
"백 점 못 주는 것은 연변 아줌씨가 사진을 잘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한 친구 누깔 한쪽만 나오게 박았기 때문에 감점 10점입니다."

정말이지 김치를 그렇게 무작스럽게 묵는 인간은 첨 봤습니다.
거의 젓가락을 눞혀 한방에 접시의 김치를 집더니 한 입에 넣고 우자작 씹더군요.
요즈음 중국산 김치에 기생충 알이 검출되었다더니, 그 알 터지라고 그렇게 씹는지 모르겠지만 참 식성 끝내 줍니다.
그 사람 누구냐고요?  
에이- 말못합니다. 사진 잘 보면 김치 국물 묻은 부리가 있을 낍니다.

"어이 엘에이 촌사람. 내년 3월 우리 산악회 에베레스또 트레킹 갈 때 와이프도 데불고 가. 히말라야 귀경 한번 시켜주면 좋잖아."
내가 그 친구의 와이프에게 점수 딸 발언을 했습니다.
"그럴 생각이야. 마눌 밖에 없더라고."
곁에 있던 선배 한 분이 후식으로 나온, 자신의 갈비탕에서 건져 놓은 고기를 노려 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거... 제가 먹어도 됩니까?"
정중히 묻더니 날름 먹어 치운 김동찬 시인이 말을 받습니다.  
"요즈음은 마누라하고 여행 다니면 그렇게 편해요. 에베레스또 생각한번 해볼게요."
또랑치고 가제잡는다더니, 야~~~~~ 이거 한방에 제수씨에게도 점수를 따 버렸군요.

그런데
맑은 하늘에도 구름이 있고 천둥 번개가 있는 법.
"무신 씰데읍는 소리!. 마누라하고 여행가는 게 뭐가 재미있냐? 있는 재미도 모조리 죽겠다. 나중 늙어서라면 몰라도."
누구라고 물어도 절대로 대답 몬합니다. 안합니다.
힌트? &*^^$$@#! 입니다.

내일은 이용우씨와 그의 피앙새(이분도 조류과네~) 그리고 소설가 한 분을 우아하게 만납니다. 여기서 우아하다는 표현은 괴기집이 아니라 호텔 중국집이기 때문이지요^^
거의 틀림없이 환상적으로 거기서 나는 또 연변 아즘씨를 감별해 낼 것입니다.
혹, 그 사진도 보고 싶으세요?

사진1. 연변 아줌씨가 박은 사진. 일행 한명 왼쪽 눈만 나오게 찍은 내공. 어? 김동찬 시인도 턱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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