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숙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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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설국 속으로

2006.02.27 18:49

나마스테 조회 수:539 추천:47



안녕하세요.
연변 잉어는 태평양을 건너 엘에이에 와 있답니다.
원래 나는 칭찬 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오늘은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외롭습니다.
이 인간들이 술 주정도 없는 나를 방치, 폐기. 무시. 강 건너 불 귀경, 어? 너 왔냐?, 혼자 놀거라...

그래서 혼자 논 단상 하나 보내 드립니다^^

...............

비님이 오신다.
물이 귀한 엘에이 에도 이렇게 비님이 많이 올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세찬 비가 내린다.

어제, 바라 보기만 해도 좋을 회원들과 함께 오른 샌 골고니아 산행 생각이 문득 난다.
이렇게 쉬지 않고 비가 온다면 산엔 지금 눈이 펑펑 내릴 것이다.
‘똑또르르-‘ 산행 중 귓 가를, 목탁 소리처럼 두드렸던 딱다구리는 지금 이 눈을 어떻게 피하고 있을까.

누가 엘에이를 물이 귀한 사막성 기후의 인공 도시라 했던가.
그렇게 분류한 사람은 과학적 논리에 밝은 학자이거나, 이민이라는 삶이 팍팍해 이 도시를 아우른  근교의 산을 가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그랬다.
이민을 오기 전, 와야 되는지, 숱하게 이곳을 드나 들었지만 나의 친척들은 이곳에 '산'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 물론, 산을 좋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게 우습다는 말이지, 그걸 몰랐던 그들을 폄훼하지는 말은 아니다.
그러다 산을 만났다.
아이들과 마누라는 다른 면에서 좋았겠지만 나는 속으로 ‘야호~’를 외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오래 전에 이 보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 인연이 ‘재미한인산악회’였고 , 그 만남에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민 초기의 마음이 얼마나 바빴을까.
그렇지만 주말 산행을 통하여 정신이 풍요로워졌고 삶의 활력이 솟았다.
산행을 통하여 얻은 많은 것에 비한다면 건강은 그냥 따라 온 보너스다.  
열심히 산행을 하는 유**이란 동료에게 질투를 느낀 적이 있었다.
언젠가 우리 모임에서, 최다 참여한 열성 개근 상을 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받은 것이다.
질투는 다른 뜻이 아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미국의 산을, 나보다 더 많이 갔고, 보았고, 만졌고, 올랐고, 느꼈다는 부분에서다.

미국은 아름다운 ‘미’자를 쓰는 나라다.
난, 그렇게 미국 산에, 아니 엘에이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찾았던 산행을 통하여 그것이 무슨 말인 줄 새삼 알았다.
물론 그 산들을 보전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자연 사랑이 부러웠고, 주말이면 시장처럼 복작 거리는 북한산이 참 우스웠다.

사람의 산, 혹은 산과 사람.
그것을 지켜가는 마음들이 아름답고 그것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들이 만들고… 아니, 이 말은 틀렸다.  그들이 받은 천혜의 자연을  보전하는 지혜를 드려다 보는 것도 고맙고 함께 즐기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씨에라 산 속의  주먹만한 별들. 황량한 사막과 같은 풍경인데도 한발 더 들어간 산속의 그 내밀한 속살 속엔 세코이아 우람한 숲과 맑은 물. 비도 드물다는 엘에이 근교에 풍년을 맞은 눈. 빙하. 고소증. 암벽. 고요. 천년의 침묵.  셀수 없는 호수들. 폭포. 개울. 유유자적 헤염치는 송어들. 이름 모를 풀꽃들. 어슬렁 거렸던 곰들.

내가 느꼈던 산이 준 은혜를 동료들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렸던 이발소 뒷편 그림이 상상화가 아니였다”는  말.
그건 깨닳음이다. 눈으로 보이고 만져지는데 어떻게 부정 할 수 있을까.
잡다한 세상 사 일이, 산 속에 들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동료 따라 산행에 나서면 잊혀졌다.
나는 늘 새로운 에너지를 산 속에서 얻었고 그것이 지금 내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안다.  

어쩌다 내 경험을 육화하여 그 느낌을 글로 썻고 과분한 평가도 받았다.
그건 마땅히 산이 준 은혜다.
아니, 주말 산행 개근상 타려고 욕심 부렸더니 자연스레 따라 온 보너스다.
그것 보다 더 고마운 것은 , 분명히 말한다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얻은  것이다.
입에서 단 김이 나더라도 아직 해 낼수 있다는… 해 낼 것이라는 용기. 혹은 신념.
그 고통에 비한다면 세상은 아직 참 아름답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글쟁이'라 호명 받는 것보다 '산쟁이'가 더 편하다.

보너스 타령은 많지만
하나 더 말한다면 아직 술 처 먹을 체력을 준  것도 산이지 싶다.
그나 저나 이렇게 비가 내리면
빗 소리 좋아 한다는 사람도 있으나, 샌 골고니아 눈 속에서 딱다구리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사진 있음. 위쪽을 꾹- 눌러 보세요~)
..............

그런데!
이렇게 푸념을 하고 있던 내가 우리 소설 협회 문우들을 위한 딸랑딸랑 '용비어천가'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내일은 한만선 선배의 소설집 축하 파리.
모래는 막내 인순이 롱비치 식당 문학 순례.
글피는 이용우 회장의 첫 번째 인삿 말을 듣는 어떤 모임.
이렇게 삼일을 우리 회원들과 매일 만난 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 최작께서 함께 하셔야 했는데... 하는 마음 입니다.
그러나!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4월의 모임을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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