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박세정
2012.12.03 04:41
청개구리 / 박세정
청개구리다. 울음 가득한 청개구리가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청개구리의 앙다문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대면 언제라도 '개굴개굴' 울 기세다.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에게 '폴짝' 뛸 모양새다. 경쾌하고 발랄하다. 즐거운 소식이 함께 날아온다. 나에게 소식을 보내는 이는 몇 안 되니, 청개구리도 누구의 소식인지를 대충 알고 있다. 나를 만난 지 5개월이 채 안되었는데 무척 영리하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청개구리가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모른다.
나에게 제일 많은 소식을 전하는 김 교수님으로부터 누군가의 신작이 배달된다. '개굴' 하면서 '팔짝' 뛴다. 요즘 들어, 청개구리에게 김 교수님은 달갑지 않다. 제 주인이 하나도 빠짐없이 그 글을 다 읽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그렇잖아도 힘든데 자꾸자꾸 일이 많아지는 듯해 안쓰럽다. 일부러 나를 위해 한 번씩, 소식을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내 모를 리 없다. 그때마다 쓰다듬으며 잘 타이른다.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건만 글쎄? 글을 배우려는 욕심으로 그 누군가의 신작 수필을 열심히 읽는다. 김 교수님의 깊은 뜻에 고개가 숙여진다.
“청개구리님, 앞으로는 김 교수님의 소식 빠뜨리지 마세요. 타인의 글을 많이 읽을수록 당신 주인의 글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개굴.” 알겠다고 시치미를 떼며 대답한다.
아주 가끔씩, 보고 싶은 친구의 소식이 들어와 있다. 청개구리도 궁금한 모양이다. 어서 빨리 펼치라고 '개굴개굴' 울어댄다. 손가락을 대는 순간 ‘폴짝’ 뛰어든다. 멀리 있는 친구가 눈이 올 것 같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눈이 올 것 같은 날씨가 너를 생각하게 한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구나!"
나도 친구와 같은 마음이다. 차를 마실 수는 없어도 이야기는 이어갈 수 있다.
"네가 곁에 있다면 너를 불러내고 싶은 저녁이다. 어떻게 지내는지?"
곧 바로 답장을 보낸다. 청개구리는 ‘개굴개굴' 울면서 친구의 ‘스마트폰’을 보채리라. 소식을 보낸 제 주인이 지금 애가 탄다고. 어느새 소식이 전해졌는지 친구의 다음 이야기가 '개굴’ 울면서 날아든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어느 작가에게 자주 소식이 들어온다. 그 글을 펼칠 때까지 계속 울어댄다. '개굴개굴개굴개굴~~' 목이 쉴 것만 같다. 그는 주로, 곤한 잠에 빠진 밤에 소식을 부쳐준다. 그러니 청개구리가 목이 터져라 울어대도 나는 모른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은, 청개구리에게도 잠을 허락하였다. 그 시간 청개구리는 울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 충직한 청개구리는 내가 잠이 깨어나기 무섭게 참았던 울음을 토해낸다. 울음주머니에 손가락을 대면 연거푸 소식이 들어온다. 그 중 제일 먼저 그 작가의 글을 읽는다. 밤사이 쓴 신작수필, 혹은 그의 적적한 마음을 풀어 놓은 글, 그리고 뜬금없는 ‘타령’ 같은 이야기들. 고단한 그의 삶이 우리네 인생 이야기 같아 측은하다. 글이 생활인 그도 그렇게 힘이 들거늘,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나는 사실 걱정이다. 앞으로 잘해 나갈지, 욕심만 앞섰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의 소식은 나에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체험하는 듯도 해서 은근히 소식을 기다린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용기를 실어 준다.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고 위로도 건넨다. 좋은 글을 계속 쓰라고 당부도 한다. 나머지는 그의 몫이다.
언제부터인가 가까워진 문우님으로부터 소식이 날아올 때도 있다. 급할 것 없다. 눈치 빠른 청개구리도 느긋하게 울음을 운다. ‘개~~굴, 개~~~굴’ 울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느리게 뛰어든다.
"문우님, 평소와는 다른 반전의 글 솜씨 유쾌했습니다. 글에 차츰 힘이 생기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짝짝짝!"
기분이 좋아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단 한 명의 호응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거늘,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의 신작수필에도 감상문을 써서 화답해준다. 그렇게 맞물려가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독자들이 내 글에 평을 해주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나의 청개구리는 얼마나 힘들까?
“청개구리님, 그렇게 많은 소식이 날아와도 다 전해줄 수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그런 날이 오기만 한다면, 제 친구들 다 불러 모아 소식을 전할 테니 걱정일랑 하지마세요!”
언제든지, 내 편이 되어서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청개구리야, 고맙다. 네가 있어서 오늘도 나는 힘든 줄 모르고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다. 스마트 폰의 왼쪽 상단부를 외롭게 지키고 있는 청개구리. 한 번씩 넌 자취를 감추어버리지? 걱정이 되면서 네가 사라져버린 날은 내가 무척 외롭단다.
“그 맘 알기나 해? 그러니 사라질 땐 제발 한마디 말이라도 하고 사라지렴. 종일 걱정하고 있는 주인을 위해 한마디정도 남기는 것이 에티켓이 아니겠어? 이내 곧, 돌아오겠지만 말이야. 나의 충실한 우체통이자 우체부인 청개구리야, 다시 한 번 너의 성실한 도움에 고마움을 전한다."
(2012. 12. 2.)
* 청개구리 : 스마트폰 메일이 올 때마다 왼쪽 상단에 표시되는 그림. 마치 청개구리 같아서 개인적으로 명명한 스마트폰 메일 어플
청개구리다. 울음 가득한 청개구리가 낮은 자세로 웅크리고 있다. 청개구리의 앙다문 입에 검지를 가져다 대면 언제라도 '개굴개굴' 울 기세다. 울음을 터뜨리면서 나에게 '폴짝' 뛸 모양새다. 경쾌하고 발랄하다. 즐거운 소식이 함께 날아온다. 나에게 소식을 보내는 이는 몇 안 되니, 청개구리도 누구의 소식인지를 대충 알고 있다. 나를 만난 지 5개월이 채 안되었는데 무척 영리하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청개구리가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모른다.
나에게 제일 많은 소식을 전하는 김 교수님으로부터 누군가의 신작이 배달된다. '개굴' 하면서 '팔짝' 뛴다. 요즘 들어, 청개구리에게 김 교수님은 달갑지 않다. 제 주인이 하나도 빠짐없이 그 글을 다 읽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그렇잖아도 힘든데 자꾸자꾸 일이 많아지는 듯해 안쓰럽다. 일부러 나를 위해 한 번씩, 소식을 빠뜨리기도 하지만, 그 사실을 내 모를 리 없다. 그때마다 쓰다듬으며 잘 타이른다.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건만 글쎄? 글을 배우려는 욕심으로 그 누군가의 신작 수필을 열심히 읽는다. 김 교수님의 깊은 뜻에 고개가 숙여진다.
“청개구리님, 앞으로는 김 교수님의 소식 빠뜨리지 마세요. 타인의 글을 많이 읽을수록 당신 주인의 글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개굴.” 알겠다고 시치미를 떼며 대답한다.
아주 가끔씩, 보고 싶은 친구의 소식이 들어와 있다. 청개구리도 궁금한 모양이다. 어서 빨리 펼치라고 '개굴개굴' 울어댄다. 손가락을 대는 순간 ‘폴짝’ 뛰어든다. 멀리 있는 친구가 눈이 올 것 같다며 소식을 전해왔다.
"눈이 올 것 같은 날씨가 너를 생각하게 한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고 싶구나!"
나도 친구와 같은 마음이다. 차를 마실 수는 없어도 이야기는 이어갈 수 있다.
"네가 곁에 있다면 너를 불러내고 싶은 저녁이다. 어떻게 지내는지?"
곧 바로 답장을 보낸다. 청개구리는 ‘개굴개굴' 울면서 친구의 ‘스마트폰’을 보채리라. 소식을 보낸 제 주인이 지금 애가 탄다고. 어느새 소식이 전해졌는지 친구의 다음 이야기가 '개굴’ 울면서 날아든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어느 작가에게 자주 소식이 들어온다. 그 글을 펼칠 때까지 계속 울어댄다. '개굴개굴개굴개굴~~' 목이 쉴 것만 같다. 그는 주로, 곤한 잠에 빠진 밤에 소식을 부쳐준다. 그러니 청개구리가 목이 터져라 울어대도 나는 모른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은, 청개구리에게도 잠을 허락하였다. 그 시간 청개구리는 울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 충직한 청개구리는 내가 잠이 깨어나기 무섭게 참았던 울음을 토해낸다. 울음주머니에 손가락을 대면 연거푸 소식이 들어온다. 그 중 제일 먼저 그 작가의 글을 읽는다. 밤사이 쓴 신작수필, 혹은 그의 적적한 마음을 풀어 놓은 글, 그리고 뜬금없는 ‘타령’ 같은 이야기들. 고단한 그의 삶이 우리네 인생 이야기 같아 측은하다. 글이 생활인 그도 그렇게 힘이 들거늘, 이제 막 글쓰기에 입문한 나는 사실 걱정이다. 앞으로 잘해 나갈지, 욕심만 앞섰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의 소식은 나에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다. 또 다른 삶을 체험하는 듯도 해서 은근히 소식을 기다린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용기를 실어 준다.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든다고 위로도 건넨다. 좋은 글을 계속 쓰라고 당부도 한다. 나머지는 그의 몫이다.
언제부터인가 가까워진 문우님으로부터 소식이 날아올 때도 있다. 급할 것 없다. 눈치 빠른 청개구리도 느긋하게 울음을 운다. ‘개~~굴, 개~~~굴’ 울면서 슬로우 모션으로 느리게 뛰어든다.
"문우님, 평소와는 다른 반전의 글 솜씨 유쾌했습니다. 글에 차츰 힘이 생기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짝짝짝!"
기분이 좋아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단 한 명의 호응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거늘,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의 신작수필에도 감상문을 써서 화답해준다. 그렇게 맞물려가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독자들이 내 글에 평을 해주는 날도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온다면, 나의 청개구리는 얼마나 힘들까?
“청개구리님, 그렇게 많은 소식이 날아와도 다 전해줄 수 있겠어요?”
“걱정 마세요! 그런 날이 오기만 한다면, 제 친구들 다 불러 모아 소식을 전할 테니 걱정일랑 하지마세요!”
언제든지, 내 편이 되어서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청개구리야, 고맙다. 네가 있어서 오늘도 나는 힘든 줄 모르고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다. 스마트 폰의 왼쪽 상단부를 외롭게 지키고 있는 청개구리. 한 번씩 넌 자취를 감추어버리지? 걱정이 되면서 네가 사라져버린 날은 내가 무척 외롭단다.
“그 맘 알기나 해? 그러니 사라질 땐 제발 한마디 말이라도 하고 사라지렴. 종일 걱정하고 있는 주인을 위해 한마디정도 남기는 것이 에티켓이 아니겠어? 이내 곧, 돌아오겠지만 말이야. 나의 충실한 우체통이자 우체부인 청개구리야, 다시 한 번 너의 성실한 도움에 고마움을 전한다."
(2012. 12. 2.)
* 청개구리 : 스마트폰 메일이 올 때마다 왼쪽 상단에 표시되는 그림. 마치 청개구리 같아서 개인적으로 명명한 스마트폰 메일 어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