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시리즈, 아빠 시리즈/이종희
2012.12.08 07:48
맘 시리즈, 아빠 시리즈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내 자식을 잘 가르쳐서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모든 부모들의 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5,6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우리 세대는 가난에 찌들려 끼니 걱정이 먼저였다. 물론 부유한 집의 자녀들은 가정교사를 두고 과외를 시켰지만, 그런 혜택을 받고 자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나 역시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배고프게 살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때는 ‘굶기를 밥 먹듯 한다.’는 말이 거부감 없이 들릴 정도였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지참한 친구들은 한 반 50여 명 중 고작 10여명 안쪽에 불과했다. 학교에서는 점심을 거르는 학생을 위해 우유를 끓여 한 잔씩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으로 어찌 배고픔이 가시겠는가.
오늘날의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서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규모는 7위,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G20 가입 등, 가난했던 지난 세월을 추억으로 남게 할 뿐이다. 이렇게 잘 살게 한 주역들이 바로 못 먹고 못 배운 한 맺힌 세대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가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교육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데서 파생된 용어 중에는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있다. 자녀를 엄마와 함께 해외에 유학시키고 아빠는 우리나라에 남아서 돈을 벌어 부쳐주는 부류들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감축을 위해 방과 후 교실 등 대안을 구축하고 있지만 과열된 교육열을 잠재우지 않은 실정에 여전히 사교육비는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신문에서 이런 세태를 진단한 '에듀 푸어'(edu poor)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과도한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서 빈곤하게 사는 교육 빈곤층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계층인 40대 대졸 중산층이 대다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며칠 전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복잡한 교육정책과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학부모의 고충을 반영한 각종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영어전문기업 윤선생 영어교실이 분석한 교육계 신조어 목록을 보면 빚을 내서라도 교육에 목을 매는 부모들의 교육열과 그에 따른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에듀 푸어는 근로빈곤층을 말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집 가진 거지를 뜻하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와 함께 현대의 심각한 세태를 반영해주는 용어들이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 학부모의 56.6%가 자신을 에듀 푸어라고 여긴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에듀 테크’가 성행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리 어린이 전용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해 돈을 모으는 재테크를 이르는 용어다. 과거에는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며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부모의 등골을 빼서 세웠다고 해 '등골탑'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맘’시리즈와 ‘아빠 시리즈’가 있다. 성적이 아닌 잠재력을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는 '엄마사정관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어머니의 정보력에 따라 자녀의 경력을 관리해 주는 스펙관리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또 엄한 교육을 시키는 '타이거 맘'이나 경기장까지 따라가 자녀를 뒷바라지해주는 '사커 맘' 등 외국에서 건너온 용어가 그대로 쓰이기도 한다. '카페 맘'과 '아카데미 맘'처럼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의 커피전문점에 모여 사교육정보를 교환하는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도 나왔다고 하니 과도한 엄마들의 교육열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맘 시리즈가 교육열을 담았다면, 아빠시리즈는 가족과 홀로 떨어진 채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아버지의 모습을 반영한다. 익히 알려진 '기러기 아빠'와 더불어 항공료를 아끼느라 가족을 만나러 가지 못하는 '펭귄 아빠',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달려갈 재력을 소유한 '독수리 아빠' 등이 있다. 또 국내파도 있다. 외국으로 보낼 형편이 안 돼 강남에 소형 오피스텔을 얻어 아내와 자식만 강남으로 보낸 아빠는 '참새 아빠'로 불린다. 그리고 자녀를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대치동 아빠'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리게 한다.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탓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 있다. 깃털이 아름다운 장끼를 얻고 싶어 달걀을 까투리둥지에 넣어 부화시킨다고 될 일인가. 내 자녀의 소질, 취미, 끈기, 재정적 뒷받침 등을 고려해야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될 텐데, 열정만 앞세우다보니 가정의 불화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 자녀교육이 가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부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영원한 화목이 아닐까?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2012. 12. 9.)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내 자식을 잘 가르쳐서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모든 부모들의 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도를 넘어서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5,6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우리 세대는 가난에 찌들려 끼니 걱정이 먼저였다. 물론 부유한 집의 자녀들은 가정교사를 두고 과외를 시켰지만, 그런 혜택을 받고 자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나 역시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배고프게 살지 않은 것만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때는 ‘굶기를 밥 먹듯 한다.’는 말이 거부감 없이 들릴 정도였다. 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지참한 친구들은 한 반 50여 명 중 고작 10여명 안쪽에 불과했다. 학교에서는 점심을 거르는 학생을 위해 우유를 끓여 한 잔씩 나누어 주었는데, 그것으로 어찌 배고픔이 가시겠는가.
오늘날의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서 세계 여러 나라와 교역규모는 7위, 잘사는 나라들의 모임인 G20 가입 등, 가난했던 지난 세월을 추억으로 남게 할 뿐이다. 이렇게 잘 살게 한 주역들이 바로 못 먹고 못 배운 한 맺힌 세대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가난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교육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데서 파생된 용어 중에는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있다. 자녀를 엄마와 함께 해외에 유학시키고 아빠는 우리나라에 남아서 돈을 벌어 부쳐주는 부류들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사교육비 감축을 위해 방과 후 교실 등 대안을 구축하고 있지만 과열된 교육열을 잠재우지 않은 실정에 여전히 사교육비는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신문에서 이런 세태를 진단한 '에듀 푸어'(edu poor)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과도한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서 빈곤하게 사는 교육 빈곤층을 일컫는 말이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계층인 40대 대졸 중산층이 대다수로 나타났다고 한다.
며칠 전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복잡한 교육정책과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사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학부모의 고충을 반영한 각종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영어전문기업 윤선생 영어교실이 분석한 교육계 신조어 목록을 보면 빚을 내서라도 교육에 목을 매는 부모들의 교육열과 그에 따른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에듀 푸어는 근로빈곤층을 말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집 가진 거지를 뜻하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와 함께 현대의 심각한 세태를 반영해주는 용어들이다.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생 학부모의 56.6%가 자신을 에듀 푸어라고 여긴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자 ‘에듀 테크’가 성행이라고 한다. 늘어나는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충당하기 위해 미리 어린이 전용적금이나 펀드에 가입해 돈을 모으는 재테크를 이르는 용어다. 과거에는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에 보낸다며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부모의 등골을 빼서 세웠다고 해 '등골탑'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맘’시리즈와 ‘아빠 시리즈’가 있다. 성적이 아닌 잠재력을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입학사정관제는 '엄마사정관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어머니의 정보력에 따라 자녀의 경력을 관리해 주는 스펙관리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또 엄한 교육을 시키는 '타이거 맘'이나 경기장까지 따라가 자녀를 뒷바라지해주는 '사커 맘' 등 외국에서 건너온 용어가 그대로 쓰이기도 한다. '카페 맘'과 '아카데미 맘'처럼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의 커피전문점에 모여 사교육정보를 교환하는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도 나왔다고 하니 과도한 엄마들의 교육열을 짐작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맘 시리즈가 교육열을 담았다면, 아빠시리즈는 가족과 홀로 떨어진 채 경제적 부담을 떠안은 아버지의 모습을 반영한다. 익히 알려진 '기러기 아빠'와 더불어 항공료를 아끼느라 가족을 만나러 가지 못하는 '펭귄 아빠',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달려갈 재력을 소유한 '독수리 아빠' 등이 있다. 또 국내파도 있다. 외국으로 보낼 형편이 안 돼 강남에 소형 오피스텔을 얻어 아내와 자식만 강남으로 보낸 아빠는 '참새 아빠'로 불린다. 그리고 자녀를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초등학교에 보내고 싶어 대치동에 전세를 얻는 '대치동 아빠'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를 떠올리게 한다.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탓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될 것이 있다. 깃털이 아름다운 장끼를 얻고 싶어 달걀을 까투리둥지에 넣어 부화시킨다고 될 일인가. 내 자녀의 소질, 취미, 끈기, 재정적 뒷받침 등을 고려해야 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될 텐데, 열정만 앞세우다보니 가정의 불화로 번지는 사례가 많다. 자녀교육이 가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부분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영원한 화목이 아닐까?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현명한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2012. 1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