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미국 체험기(1)/윤효숙
2013.04.05 20:50
장님 코끼리 만지기
-좌충우돌 미국 체험기(1)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칭직 수요반 윤효숙
지난해 미국에 갔을 때, 소호거리를 가봐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 그냥 돌아왔었다. 미국에 사는 친구는 그때 아쉬웠는지 이번에 가보자고 하였다. 딸집은 뉴브런스윅 역 바로 옆에 있어 지난해처럼 역까지 자동차로 가지 않아도 돼 더욱 편리했다. 일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차를 타고 뉴욕 맨하탄으로 향했다.
뉴욕 시내를 세 번이나 혼자 다녀온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순조롭게 다녀올 수 있겠지 기대하며 사람들을 따라 출구로 올라갔다. 친구와 약속한 장소를 찾아보았다. 7번 입구로 오라는 말을 듣고 찾아보아도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저번에 나왔던 곳이 아니고 전혀 다른 출구였다. 조금 당황했지만 딸의 핸드폰을 가져왔기 때문에 전화로 연락하였다.
“덩킨도너츠도 있고, 폴리스도 있는 7번으로 와.”
친구는 행여나 내가 길을 잃을세라 나보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했다. 그런데 몇 분을 기다려도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찾아보아도 분명히 7번은 7번인데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31번가 출구가 보인다며 그쪽으로 오라고 하였다. 드디어 친구가 찾아왔다. 알고 보니 뉴욕지하철은 워낙 넓어 군데군데 덩킨도너츠나 경찰 등 똑같은 상점이 많아 가게 이름 가지고는 찾을 수 없다는 거였다. 변함없는 것은 거리 이름을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
까딱 잘못했으면 국제 미아가 될 번하였다. 지난해에도 뉴욕 펜스테이션(역)에서 기차를 타고 딸집으로 오려다가 딸집에 오지도 못할 번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 9번에서 기차를 타고 무사히 왔었다. 두 번째에도 똑같겠지 생각하고 9번에서 기차를 탔다. 혹시나 해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는 노선이 아니었다. 엉뚱한 도시 이름을 댔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기차는 금방 떠날 것 같고,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바로 다시 계단으로 올라와서 물어보기를 두어 번 반복하여 겨우 기차를 탔다. 기차는 탔지만 역장의 안내 방송도 내 귀엔 발음이 불분명한 것 같아 귀를 바짝 세우고 들어야 했다. 내가 내릴 곳을 자칫 놓치기라도 하면 말 설고 물 선 미국 땅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긴장에 긴장, 몇 번째 역에서 내려야 할 것인지 역 이름을 외우다시피 하며 한 시간여를 졸지도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친구와 나는 시간과 탑승구를 몇 번씩 확인하였다. 탑승구는 기차가 들어올 때마다 매번 바뀌고, 그것도 탑승하기 불과 몇 분 전에 전광판에 뜨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걸 몰라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했다.
뉴욕지하철은 세계 최초로 1904년에 개통된 이래 26개 노선으로 역이 468개고 총길이는 337km에 이른다. 2,3분 만에 한 대씩 들어오니 내가 위로 갈 것인가 아래로 갈 것인가를 잘 결정해서 타야 한다. 미국생활 14년이나 된 친구도 지도를 갖고 다니며 업(up)이냐 다운(down)이냐를 확인하며 나를 안내하였다. 관광할 때, 안내원의 말이 맨하탄에 자동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거의 재벌들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주차장도 없고 요금도 비싸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뉴욕인들은 지하철이 필수 교통수단이다. 나도 버스시간은 몰라도 기차시간표를 보고 뉴욕까지 다닐 수 있어 감사했다.
딸 친구가 딸을 만나러 온 일이 있었는데, 딸이 우리 엄마는 뉴욕까지 기차를 타고 다녀오셨다고 했더니 놀라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번 경험으로 딸 친구의 말이 실감났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친구의 보살핌으로 고작 몇 번 무사히 다녀온 경험으로 쉽게 생각한 것이 꼭 장님 코끼리 만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니 역시 미국은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이 보편화된 서울 사람이나 젊은 대학생들이라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지하철도 몇 번 타본 적이 없고 육십이 넘은 나로서는 큰 경험을 한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이와 비슷한 경험들이 얼마나 많을까? 철부지 어린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 무서운지를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욕심을 부린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모르면 그만큼 용감하고 무모하다. 내가 아는 것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수준인데도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온 나 자신을 되돌아본 계기가 되었다. ’덩킨도너츠도 있고, 폴리스도 있는 7번으로 와!“ 아직도 이 말이 내 귀에 맴돌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2013.4.6. 뉴욕 지하철 여행 후)
-좌충우돌 미국 체험기(1)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칭직 수요반 윤효숙
지난해 미국에 갔을 때, 소호거리를 가봐야 한다는 친구의 말을 들었는데 시간이 없어 그냥 돌아왔었다. 미국에 사는 친구는 그때 아쉬웠는지 이번에 가보자고 하였다. 딸집은 뉴브런스윅 역 바로 옆에 있어 지난해처럼 역까지 자동차로 가지 않아도 돼 더욱 편리했다. 일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기차를 타고 뉴욕 맨하탄으로 향했다.
뉴욕 시내를 세 번이나 혼자 다녀온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순조롭게 다녀올 수 있겠지 기대하며 사람들을 따라 출구로 올라갔다. 친구와 약속한 장소를 찾아보았다. 7번 입구로 오라는 말을 듣고 찾아보아도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저번에 나왔던 곳이 아니고 전혀 다른 출구였다. 조금 당황했지만 딸의 핸드폰을 가져왔기 때문에 전화로 연락하였다.
“덩킨도너츠도 있고, 폴리스도 있는 7번으로 와.”
친구는 행여나 내가 길을 잃을세라 나보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라했다. 그런데 몇 분을 기다려도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지하로 내려가서 찾아보아도 분명히 7번은 7번인데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어 31번가 출구가 보인다며 그쪽으로 오라고 하였다. 드디어 친구가 찾아왔다. 알고 보니 뉴욕지하철은 워낙 넓어 군데군데 덩킨도너츠나 경찰 등 똑같은 상점이 많아 가게 이름 가지고는 찾을 수 없다는 거였다. 변함없는 것은 거리 이름을 말해야 한다고 하였다.
까딱 잘못했으면 국제 미아가 될 번하였다. 지난해에도 뉴욕 펜스테이션(역)에서 기차를 타고 딸집으로 오려다가 딸집에 오지도 못할 번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 9번에서 기차를 타고 무사히 왔었다. 두 번째에도 똑같겠지 생각하고 9번에서 기차를 탔다. 혹시나 해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는 노선이 아니었다. 엉뚱한 도시 이름을 댔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기차는 금방 떠날 것 같고,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바로 다시 계단으로 올라와서 물어보기를 두어 번 반복하여 겨우 기차를 탔다. 기차는 탔지만 역장의 안내 방송도 내 귀엔 발음이 불분명한 것 같아 귀를 바짝 세우고 들어야 했다. 내가 내릴 곳을 자칫 놓치기라도 하면 말 설고 물 선 미국 땅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긴장에 긴장, 몇 번째 역에서 내려야 할 것인지 역 이름을 외우다시피 하며 한 시간여를 졸지도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친구와 나는 시간과 탑승구를 몇 번씩 확인하였다. 탑승구는 기차가 들어올 때마다 매번 바뀌고, 그것도 탑승하기 불과 몇 분 전에 전광판에 뜨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걸 몰라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를 당했다.
뉴욕지하철은 세계 최초로 1904년에 개통된 이래 26개 노선으로 역이 468개고 총길이는 337km에 이른다. 2,3분 만에 한 대씩 들어오니 내가 위로 갈 것인가 아래로 갈 것인가를 잘 결정해서 타야 한다. 미국생활 14년이나 된 친구도 지도를 갖고 다니며 업(up)이냐 다운(down)이냐를 확인하며 나를 안내하였다. 관광할 때, 안내원의 말이 맨하탄에 자동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거의 재벌들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주차장도 없고 요금도 비싸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뉴욕인들은 지하철이 필수 교통수단이다. 나도 버스시간은 몰라도 기차시간표를 보고 뉴욕까지 다닐 수 있어 감사했다.
딸 친구가 딸을 만나러 온 일이 있었는데, 딸이 우리 엄마는 뉴욕까지 기차를 타고 다녀오셨다고 했더니 놀라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번 경험으로 딸 친구의 말이 실감났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친구의 보살핌으로 고작 몇 번 무사히 다녀온 경험으로 쉽게 생각한 것이 꼭 장님 코끼리 만지는 꼴이 되고 말았다. 갈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니 역시 미국은 만만하게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이 보편화된 서울 사람이나 젊은 대학생들이라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지하철도 몇 번 타본 적이 없고 육십이 넘은 나로서는 큰 경험을 한 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이와 비슷한 경험들이 얼마나 많을까? 철부지 어린아이는 세상이 얼마나 넓고 무서운지를 모르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욕심을 부린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모르면 그만큼 용감하고 무모하다. 내가 아는 것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수준인데도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온 나 자신을 되돌아본 계기가 되었다. ’덩킨도너츠도 있고, 폴리스도 있는 7번으로 와!“ 아직도 이 말이 내 귀에 맴돌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2013.4.6. 뉴욕 지하철 여행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