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의 한류/윤철
2013.08.26 07:53
찜질방의 한류(韓流)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윤 철
한류열풍(韓流熱風)이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 한 달여간의 미국 여행을 통해서 피부로 느낀 것이다. 그간 한류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작은 것을 크게 키우는 침소봉대(針小棒大)나 자화자찬(自畵自讚)정도로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국 대륙횡단여행을 하려고 미국에 입국한 다음날, 운전면허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장 대기실에서 만난 히스패닉(Hispanic)계 사람들은 우리나라 아이돌(Idol) 가수들의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잘 모르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야, 아이 노우(Yah, I know).”
알고 있다는 나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 중 한 명은 로봇 몸짓 같은 춤을 곁들인 노래 한 소절을 즉석 공연으로 보여주었다. 외국인이 외국 땅에서 한국말로 부르는 한국노래였다.
한류란 우리의 대중문화가 외국으로 전파되어 인기리에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 중국,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두고 중국 언론이《한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자료를 뒤적여보니 한류의 뜨거운 바람이 본격적으로 그 위력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한류 열풍을 주도한 것은 TV드라마였다. 일본에서 방송된《겨울연가》와 중국에서 소개된《대장금》은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이었다.
《겨울연가》는 배용준이라는 걸출한 한류 스타를 배출했다. 그는 《욘사마》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들 사이에 한국어와 김치 담그기를 배우려는 열기가 고조되고, 일본의 전 총리부인들까지도 한류의 열광적인 팬임을 스스로 밝힐 정도였다. 하토야마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부인인 미유키 여사가 배용준을 만나려고 공식적인 해외방문일정까지 늦추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대장금》은 중국, 대만, 홍콩은 물론 동남아 일대에 한국 음식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주연 여배우인 이영애는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미국의 타임(Time)지 기자가 몽골 고비사막에 갔다가 자동차가 길가에 빠져 버렸다. 별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수리소를 찾아가 구원을 요청했더니 몽골인 기술자는 30분 후에나 출동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이유는 방송중인 《대장금》이 30분 후에 끝나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이 일화를 보도했었다. 대장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의 하나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한류의 열풍은 케이팝(K-pop)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이 이끌어가고 있다. 대중음악에서의 한류는 1998년에 5인조 그룹 HOT의 음반이 중국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이 아르헨티나, 칠레와 같은 남미지역을 누비며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도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인기가 날로 치솟는 추세라고 한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꿈이나 꾸었음직한 일들이 세계 각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한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세계를 향해 밀려나가는 한국의 물결이다. 드라마, 대중음악, 스포츠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영역이 사회문화 모든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나는 한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내가 미국 대륙횡단을 마치고 LA로 귀환했던 날 밤의 일이었다. 우리 일행은 피로도 풀기 겸해서 단체로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코리안 타운 지역의 윌셔 가(Wilshire Blvd)에 있는 위 스파(WI SPA)라는 곳으로 갔다. 남탕과 여탕, 찜질방이 층을 나누어 있고 식당, 수면실 같은 편의 시설도 우리나라와 다름없었다. 찜질방 안에는 황토방과 불가마까지 있으며 커다란 대청 같은 쉬는 구역에는 기대고 앉을 수 있게 통나무가 놓여 있는 것까지도 완전히 우리나라였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목욕탕에 들어서던 나는 깜짝 놀랐다. 탕 안에는 온통 외국인뿐이었기 때문이다. 두리번거리며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 일행 세 명을 제외하고 한국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20여명의 목욕탕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좋은 글감이다 싶어 나중에 취재하면서 물으니 목욕탕 손님의 70%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했다. 찜질방 고객은 외국인 손님이 절반정도라고 한다.
저들이 야만적이라고 했던 우리의 목욕문화가 일본이나 중국에 이어 미국 사람들에게까지도 전파된 것이다. 이것이 한류의 확산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고유문화가 세계로 퍼져 나가고 지구촌을 감동시킬 여지는 많다.
한류는 우리나라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사랑이나 따라 하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만든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애정을 느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제품을 사게 되는 구매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한류는 단순한 연예와 유행의 확산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동력을 잃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치밀하게 관리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야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알고자 우리말을 열심히 배우는 꿈을……. 우리의 수필이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교재가 되는 꿈을……. 우리나라 말이 세계 공용어가 되는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한류가 전 세계로 번지고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날, 더 이상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영어 스트레스로 기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학연수로 수많은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가는 낭비와 기러기아빠의 슬픔도 사라질 것이다.
(2013. 8. 11.)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윤 철
한류열풍(韓流熱風)이 대단함을 새삼 느꼈다. 한 달여간의 미국 여행을 통해서 피부로 느낀 것이다. 그간 한류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작은 것을 크게 키우는 침소봉대(針小棒大)나 자화자찬(自畵自讚)정도로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국 대륙횡단여행을 하려고 미국에 입국한 다음날, 운전면허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장 대기실에서 만난 히스패닉(Hispanic)계 사람들은 우리나라 아이돌(Idol) 가수들의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 잘 모르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야, 아이 노우(Yah, I know).”
알고 있다는 나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 중 한 명은 로봇 몸짓 같은 춤을 곁들인 노래 한 소절을 즉석 공연으로 보여주었다. 외국인이 외국 땅에서 한국말로 부르는 한국노래였다.
한류란 우리의 대중문화가 외국으로 전파되어 인기리에 확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1990년대 말부터 일본, 중국,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두고 중국 언론이《한류》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자료를 뒤적여보니 한류의 뜨거운 바람이 본격적으로 그 위력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한류 열풍을 주도한 것은 TV드라마였다. 일본에서 방송된《겨울연가》와 중국에서 소개된《대장금》은 한류 확산의 일등공신이었다.
《겨울연가》는 배용준이라는 걸출한 한류 스타를 배출했다. 그는 《욘사마》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들 사이에 한국어와 김치 담그기를 배우려는 열기가 고조되고, 일본의 전 총리부인들까지도 한류의 열광적인 팬임을 스스로 밝힐 정도였다. 하토야마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부인인 미유키 여사가 배용준을 만나려고 공식적인 해외방문일정까지 늦추었던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대장금》은 중국, 대만, 홍콩은 물론 동남아 일대에 한국 음식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주연 여배우인 이영애는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미국의 타임(Time)지 기자가 몽골 고비사막에 갔다가 자동차가 길가에 빠져 버렸다. 별 수 없이 멀리 떨어진 수리소를 찾아가 구원을 요청했더니 몽골인 기술자는 30분 후에나 출동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이유는 방송중인 《대장금》이 30분 후에 끝나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이 일화를 보도했었다. 대장금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의 하나다.
요즈음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한류의 열풍은 케이팝(K-pop)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이 이끌어가고 있다. 대중음악에서의 한류는 1998년에 5인조 그룹 HOT의 음반이 중국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나라 아이돌 가수들이 아르헨티나, 칠레와 같은 남미지역을 누비며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문화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도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인기가 날로 치솟는 추세라고 한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꿈이나 꾸었음직한 일들이 세계 각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한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세계를 향해 밀려나가는 한국의 물결이다. 드라마, 대중음악, 스포츠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영역이 사회문화 모든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나는 한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내가 미국 대륙횡단을 마치고 LA로 귀환했던 날 밤의 일이었다. 우리 일행은 피로도 풀기 겸해서 단체로 찜질방에 가기로 했다.
코리안 타운 지역의 윌셔 가(Wilshire Blvd)에 있는 위 스파(WI SPA)라는 곳으로 갔다. 남탕과 여탕, 찜질방이 층을 나누어 있고 식당, 수면실 같은 편의 시설도 우리나라와 다름없었다. 찜질방 안에는 황토방과 불가마까지 있으며 커다란 대청 같은 쉬는 구역에는 기대고 앉을 수 있게 통나무가 놓여 있는 것까지도 완전히 우리나라였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목욕탕에 들어서던 나는 깜짝 놀랐다. 탕 안에는 온통 외국인뿐이었기 때문이다. 두리번거리며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 일행 세 명을 제외하고 한국인은 서너 명에 불과했다. 20여명의 목욕탕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좋은 글감이다 싶어 나중에 취재하면서 물으니 목욕탕 손님의 70%이상이 외국인이라고 했다. 찜질방 고객은 외국인 손님이 절반정도라고 한다.
저들이 야만적이라고 했던 우리의 목욕문화가 일본이나 중국에 이어 미국 사람들에게까지도 전파된 것이다. 이것이 한류의 확산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의 고유문화가 세계로 퍼져 나가고 지구촌을 감동시킬 여지는 많다.
한류는 우리나라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사랑이나 따라 하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게 만든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애정을 느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음식을 먹으며, 한국제품을 사게 되는 구매력을 창출하는 원동력이다.
그래서 한류는 단순한 연예와 유행의 확산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동력을 잃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치밀하게 관리하며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야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다. 우리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많은 나라의 젊은이들이 한국을 알고자 우리말을 열심히 배우는 꿈을……. 우리의 수필이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교재가 되는 꿈을……. 우리나라 말이 세계 공용어가 되는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한류가 전 세계로 번지고 깊이 뿌리를 내리는 날, 더 이상 이 땅의 젊은이들이 영어 스트레스로 기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어학연수로 수많은 학생들이 영어권 나라로 유학을 가는 낭비와 기러기아빠의 슬픔도 사라질 것이다.
(2013.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