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곽상희 서신
2017.05.22 02:46
오월!
신록의 달, 지금 4월을 가까스로 넘어온 어여쁜 초록의 나무들이 사방에 향기로운 숨결을 내쉬고 초록과 진록의 중간쯤에서 헤아릴 수 없는 어휘들이 바람을 타고 우리의 오감을 적시듯 오는 향기로운 때. 어쩐지 귀향, 지금 구향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줄겁고 행복한 귀향을...... 저 동구 밖 안개 속에 가슴 부풀어오는...... 그렇게 오월의 서신에 힘찬 운을 띄우기를 바라면서.....시인이 아름답고, 꼿꼿하게 진실되고 정직한 정신으로 보아야하는 세상, 무엇보다 추함을 맑게, 부정을 아름다움으로 추구하는 서정을,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면서 비록 그런 세상을 우리는 육안으로는 볼 수 없어도 끊임없이 꿈꾸며, 신뢰하고 꿈꾸어야 한다는 시인이란 이름의 의무를 가슴 아파하면서....
요즘 이 곳 뉴욕 훌러싱 다민족 동네의 오월은 신록이 성숙한 꽃향기의 축제를 퍼트리는 것이 바닷가 모래밭에 온몸을 뒹굴다가 온 머슴아이처럼 싱그럽도록 죄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 향기로운 오월은 어디를 가나 있지요. 시인은 퀴퀴한 냄새나는 거름더미에서도 다시 소생하는 시들어간 풀초를, 그리고 곧 여름과 가을 싱싱하게 피어오를 장미를 보지요. 그게 어디 시인뿐인가요. 누구나 볼 수 있는 그 자연의 질서와 법을 따라 우리는 인간 사회에도 존재하는 아름다운 선의 의지를 꿈꿀 수 있기를 바라지요. 그러나 유달리 양극의 서정을 우리에게 주는 봄이란 계절, 죽었던 대지에 소록소록 돋아나는 풀씨, 죽은 듯 잿빛이 도는 가지에서 어느 아침 눈에 선하도록 피어나는 목련꽃, 그 배경에는 회한과 그리움 상실의 아픔이 우리의 심혼을 어른거리지요.
김영랑 시인은 ‘5월 아침’에서 노래하고 있어요.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찬엄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이슬비 새벽을 적시울지음/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난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이 어찌/이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만은/......> (‘5월 아침‘ 부분 김영랑) 그는 5월을 나라를 빼앗긴 일제시대의 한을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의 흐느낌으로 표현하고 있는지요.
그러나 우리의 한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지성과 서정으로 언제나 조용히 감동을 주는 서정시인 오세영 시인은 5월의 신록에 도취한 나머지 찬미의 극치를 다음과 같이 노래를 하지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부신 초록으로 두 눈 머는데/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푸르디 푸른 이 봄날,/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가시를 품었습니다/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자꾸만 손짓을 하고,>
오세영 시인 역시 봄날이 주는 황홀함에 함몰 되면서도 여전히 그가 기다리는 ‘당신‘은 먼 하늘가에 서서 애절하게 손짓만 하네요.
꽃 내를 맡고 엎드려 더듬 더듬
꽃밭을 헤매다가, 눈먼 사람, 그는
그만 지팡이 하나 품에 안고
멀리 치달리고만 싶었으리라
그렇게 혼줄 다해 믿었던 것들이
그토록 익숙하던 소금 저린 말씀들이
그리운 눈동자에 사무쳐서
밤 깊은 여정으로 떠날 때
너를 따라가면
심장이 꿈꾸는 눈 먼 는개비의 향기를 만날 까
너여, 우리는 언제 주어진 운명으로
자유로우랴
오래 견뎌온 이름이 되어서야
그 이름 살아온 내력의 속뜻 알 수 있듯
어제 심은 풀씨앗 텃밭에서는
장애의 세상을 돌보는 고와서 낮은
꿈의 산들이 조심조심 웅성거리고
시인의 상상 안에서
해풍으로 단련된 파도가
비단실로 찢어지며 꿈꾸는데
5월이여, 5월이여! (‘5월’ 곽상희 5.2017)
이 시인에게는 유다른 회한과 꿈과 소망이 서려 있는 5월, 그래서 두 번이나 부르는 5월이여, 5월이여....., 바다 건너 사랑하는 조국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시의 무릎을 세우며 다독거리며...., 아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