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鄭用眞) 詩 깊이 읽기

2013.04.22 16:19

정용진 조회 수:689 추천:2

정용진의 시(鄭用眞 詩) 깊이 읽기
                                      秀 峯  鄭 用 眞 詩人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꾼이다. 시란 생동하는 시어(詩語)로 탄생되는 문학의 장르이기 때문에 시인은 항상  1)시대의 흐름에 따라 뒷전으로 밀려나 휴면하는 언어들을 되찾고  2)새로운 시어를 발굴하여 창작에 활용하야야 하며 3) 기왕에 타인이 발굴 및 창조하여 사용한 언어는 다시 사용하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음으로 항상 주의하여야한다.

시   인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 꾼 이다.

나는
오늘도

거친 언어의 밭을
갈기 위하여

손에 쟁기를 쥐고
광야로 나간다.       -정용진, <시인> 전문.

시란 육신으로 바라다본 사물의 세계를 영혼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다. 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의 사상과 감정을 주관적으로 읊는 서정성(抒情性)이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올린 나의 시의 대부분이 서정시로 되어 있다.
시인의 사명은 시들고 병든 인간 사회의 언어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참신성을 공급하여 사회가 아름답고 명랑하고 건강하도록 인도해야하는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나의 시(詩)
        
나의 시는
한밤중
야래향(夜來香)이 번지는
뒤뜰을 거닐다가

문득 마주친
연인의 가슴 속에서
건져낸 아픔이다.

빈들에
눈발이 덮이듯
낙엽이 쌓이는
늦가을
돌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다.

나의 시는
한겨울
동면의 시간을
인내로 살다가
언 땅을 가르고 솟는
생명의 열기.

이제
가난한 마음속에
영혼의 깃발로
나부끼는 감격이다.

푸른
심원(深遠에서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소리다.    -정용진, <나의 시> 전문.

시인이나 문인은 퇴고(推敲)의 달인이 되어야한다. 자신의 창작품을 여과(濾過) 없이 세상에 발표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작품이 내 품을 떠나 세상에 나가면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公有)의 문학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다작(多作)은 수작(秀作)만 못하고 수작은 심작(心作. 深作)만 못하다. 시간이 걸려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문체를 구사하고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은유(隱喩)의 필법을 터득하여야 한다.
시인이 어떤 소재를 발굴하면 자신의 내면속 깊은 용광로에 넣고 오랫동안 풀무질을 계속하여 용해시킨 후 정금을 얻기 위하여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라고하는 존재가
하잘것없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늘
자신을 만날 때마다
괴로워하고 있다.

낮에는
세사(世事)에 쫓겨
잊고 살지만
밤이 되면
잃은 나를 찾아
꿈길을 나서는
슬픈 길손이 된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모여서
못난 자신들을
알아내기를 바라듯
내가 누구인지
그 진실을 찾기 위하여
밤마다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창이 밝아오는
새벽을 두려워하며

나라고하는 존재가
하나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저들같이
때 묻은 거리를 떠돌며
큰소리로 외쳐대기보다는

쪼들려 못난 나를
사랑하는 버릇에
곧 익숙해지고 만다.

오늘도 나는
삶의 현장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나서는
또 하나의 슬픈 길손이 된다.   -정용진, <나> 전문.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主題)의 설정과 소재(素材)의 선택이다. 목수가 집을 지을 때 어떤 설계도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떤 형태의 집을, 지을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 목조. 석조. 콘크리트. 건물이 탄생되고 고층이나 단독주택이 지어지는 것과 같다. 필법에 있어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가 가장 중요한 것과 같다.

연(鳶)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연(鳶을 띄운다.

내 연연(戀戀)한
마음을 띄운다.

티 없이 연연(涓涓)한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죽 이어져 길게 뻗음   -정용진, <연> 전문.
* The Best Poems & Poet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5)

사 랑
      
그대는 누구 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 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때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 이길래,
이 밤도
텅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Editor's Award.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3)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됨
LOVE

I wonder who you are,
you who fill up the depth of my mind
while I keep sitting alone in silence.

You knock on my heart
even when I lock it tight.

You might be doing the same
when I roam about
looking all around for you.

Instead of a cold rock
standing upright beyond time,
may you rather become
a clear river
passing in front of me
with a splashing sound.

Like the breeze moving along an alley
as the starlight shining in the wind,
you charge my
whole empty soul tonight.
Wondrous you are.
  
  *정용진의 <사랑> 원문. 영역 DR. Won Ko
   By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ry
     Editor’s Choice Award.(2003)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정용진, <봄 달> 전문.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1)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전13장 <사랑 장>“

그리움은 사랑의 핵심 원료다.  그리움은 사랑을 잉태하고 사랑은 행복을 낳는다. 사랑은 함께 있어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요,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심정이요. 하나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인내가 필요하고 희생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장이 인류의 소중한 거울이요, 보배가 되는 것이다.  
사랑은 만인의 원이요. 시인은 만인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메신저다. 그러므로 시는 삭막한 세상을 부드럽게 변화시켜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시인은 자신의 분신인 작품을 통하여 삶의 생각들과 사랑을 고백. 다짐. 약속하기도 한다.

아 내

아내는
꿈으로 깊어 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 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서러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  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 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 서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빛

그대 가슴은.   -정용진, <아내> 전문.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내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          -정용진, <징검다리>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가로등

어두움이
싸락눈처럼
거리에 덮여오면
연인의 눈빛 같은
가로등들 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조용한 발소리
그 속삭임이
달빛 같이 고요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샘솟는 그리움
늘어선 가로등을 따라
연인들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따스한
이 저녁.         -정용진, <가로등> 전문.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그루의 파초가 되어
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빈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빛 하늘에
인생을 노 젓게 하옵소서.

그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 주옵소서.   -정용진, <가을아침에> 전문.

가을연가
                        
나는
이 가을
타오르는 단풍처럼
붉게 죽겠다.

사랑스러운
너의 뜨거운
눈물을 위하여.   -정용진, <가을연가> 전문.

산머루
          
꽃사슴도
입 맞추는
숲길 사이로
조각하늘이 열리면

그리움 못 견뎌
고목 등걸을 휘감던
산머루가 익는다.

바람이
세월로 흐르고
세월이
바람으로 흐르는
외진 산록.

길 찾는
너의 옷 빛도
주홍으로 물들고

머루 향에 취한
이 저녁
산 노을이 붉다.     -정용진, <산머루> 전문.
                    *박환철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 달로
못 속에 잠겨 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정용진, <산울림> 전문.
                     *권길상. 박환철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산 행(山行)

낙엽이 지는 소린가 싶어
계곡을 찾아드니
외진 숲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다.

빈손으로
찾아간 나에게
그는
향기를 전해 주고
웃음은 덤으로 준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어
찾았으나 빈손뿐

겸연쩍게 돌아서는데
지나던 바람이
향을 싣고 따라와
옷깃에 뿌려 준다.

그대가 오는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꽃이 지고 있었다.    -정용진, <산행>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나목(裸木)

그리워 애탄가슴
님 찾아 떠돌다가
길 잃어 잎 떨구고
너 홀로 선 자리에
차가운 서릿바람
돌아와 서성이네
구르는 낙엽소리
가을이 깊었는가.

낯익은 동산 떠나
그대를 찾았노라
부르는 그 음성이
티 없이 메아리져
아련한 추억들이
들길에 번지는데
그대의 발자국에
가을이 쌓여있네.    

   -정용진, <나목> 전문.  *권길상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시인이란 죽은 문자에 생기(魂)을 불러 넣어 산 언어로 소생시키는 언어의 마술사다. 과거에 아름답게 사용되어 사랑을 받던 언어들이 세월의 흐름으로 밀려나 사장(死藏)되고 잊혀져있는 언어들을 재 발굴하여 빛을 보게 하고, 생동하는 새 언어를 빚어내어 대화에 활력소로 제공하려 노력하다 보면 때로는 꿈속에서도 시상이 떠오르는 수가 종종 있다. 이는 오매불망(寤寐不忘) 가운데 얻는 소중한 시상(詩想)이라 더욱 값지다.

백두산(白頭山)
                  
흰 모시적삼
가려입고
억년세월
물동이를 이고서서
압록강, 두만강 두 젖줄로
삼천리금수강산을 적셔주는
임은    
우리들의 자애로운 어머니
백두산.

천지(天池)는
정화수(井華水)로 넘치는
이 나라의 큰  맘이요
하늘 향해 솟은
늘 푸른 소나무들은
이민족의 기상일레,

보라
어느 누가
이 나라 이 백성을
넘보랴, 범하랴

여기는
영원무궁토록
우리의 후손들이
민족혼을 씨 뿌리고
열매 맺을 텃밭이라

우리 모두는
조상들이 물려준
이 아름다운 땅에서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거룩한 뜻을 기리며
혼 불로 타오르리라
단군조선(檀君朝鮮)의 자궁(子宮)
백두산.                         -정용진, <백두산> 전문.

금강산
        
해동의
슬기 기(氣)로 뭉쳐

춘하추동
금강
봉래
풍악, 개골산으로

한얼 백성들의
우람한 가슴에
빛으로 솟아 영롱하구나

하룻밤 자고 나면
동해 운무로
머리를 감고
칠보단장한
새 신부가 되어
칠천만 연인들을
설레게 하나니

저마다 보석으로
찬란히 버티고선
만물상.

겨레의 꿈처럼
아름다운
팔선녀(八仙女)의 그윽한 전설이
넘쳐흐르는 옥류동 계곡
민족의 기상으로
요동치는
구룡의 용트림

밤 낯으로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구룡폭포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우리 한민족의
얼을 깨우는구나.

봄빛, 여름 볕
가을 단풍
겨울 눈발 속에서도
억 년 세월을 초연히
한민족의 기상으로
솟아오르는

백두대간의 젖꼭지
금강산.                -정용진, <금강산> 전문.

단풍(丹楓)

지금
줄리안 계곡에는
고목 가지마다
옮겨 붙는
불빛이 한창이다.

잎들은
그 영혼이
얼마나 투명하기에

한밤중
별들이 쏟아 놓은
눈빛만으로도
연정의
타는 입술로 저리 붉었는가.

순간을 살아도
영원으로 물드는
나무들의
침묵의 언어들...

서릿발이
영그는 하늘
땅거미가 내리는
어스름

다리를 절고 가는 여인의
발자국 위로
추억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다.

*줄리안은 샌디에고 북부 팔로마산자락에 단풍이 아름다운 사과동산.

가을사랑
                  
앞뜰에는
붉은
석류 두알
뒤뜰에는
노을빛으로 타는
홍시.

이 모두
사랑스러운
너의 젖가슴이련만
터질까봐, 차마
만질 수가 없구나.

아!
이는 내가
이 가을에
너에게 보내는
순수
나의 첫사랑.   -정용진, <가을사랑> 전문.

들 꽃

천년의 정적이
낡은 시간들 처럼
소리 없이 쌓이는
후미진 산록에
홀로서서
임을 기다리는
들꽃 한 송이.

지나는 바람결에
가슴 떨며 손을 흔들고
애타는 마음을
향으로 피워내는
외로운 들꽃.

아침 햇살에
노을빛 색동옷을
가려입고
볼 붉히는 너는
순결의 화신(化身).

애틋한 사연을
유채화로 담아
청산에 둘러두고
오늘도
그리운 임을 기다리는
슬픈 들꽃아.          -정용진, <들꽃> 전문.

하늘의 해와 달처럼 강은 산과 더불어 지상의 부부 관계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 만학천봉(萬壑千峰)은 일월성신(日月星辰)과 더불어 천생연분(天生緣分)의 부부 관계다. 나는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이다. 그와 결혼하고 싶은 그는 나의 영원한 연인이다. 시인 양사언은 금강산에 반하여 벼슬을 버리고 호를 봉래(蓬萊)라 짓고 금강산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백자(白瓷)
    
흰 모시적삼
차가운 눈매에
서린 애련

무명(無名)
도공의 손길이
여인의 숨결로 살아서

윤기 흐르는
앳된 살결.

빈 가슴은
고요로 채워두고

학의 울음으로
일어서는
천년의 바람소리

박꽃으로 피는
달빛.             -정용진, <백자> 전문.


청자(靑瓷)

솔의 향이
옷깃에 스며
흙이 옥인 양
그윽한데

천년의 꿈이
독경 소리로 번지고
주름진 세월이
호수로 고여
물빛이 차다.

바라만 보아도
구름이 일고
가슴에 가득 차오르는
아늑함

방금
물을 박차고 나온
앳된 몸매엔
칠색 무지개의
물결이 영롱하다.   -정용진, <청자> 전문.

강마을

내 님이 사는 마을은
돛단배 밀려오고
따사로운 인정 머무는
버들 숲 강마을

동산에 돋는 해
머리에 이고
가녀린 손길을 모두어가며
한없이 한없이
기다리는 마음

애닯은 사연 토해놓고
기러기떼 떠나가고
파아란 강심(江心)에
깃드는 강노을

하아얀 모래밭
푸른 갈숲을
끝없이 끝없이
가고픈 마음

외로운 초생달
창가에 들면
멧새도 울음 멈춰
숲으로 드네

그토록 오랜 세월
고운 꿈 가꾸며
이 밤도 잔잔한 강마을
창가에 쉬네.              -정용진, ,<강마을> 전문.
                         * 백경환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여강(驪江)

님은
명주 비단자락
내 마을 인정을
살포시 두르고
굽어 도는
청실 강줄기
그리운 물결 소리

밤마다
애틋한 꿈을 싣고 와
은모랫벌
조포(潮浦) 나루를 건너는
님은
아련한 달빛.

내 누님의
속마음 같은
명주 비단자락.       * 여강은 여주 앞강 이름.
                     -정용진, <여강> 전문.
강나루
          
노을 붉어
하루가 저무는
강나루.

계곡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를 따라 내리는 강물

천 만길 벼랑을
구르는 아픔보다
더한 진통의 밤은
침묵의 산을 낳고

청명한 공간에 삶을 부르면
티 없이 메아리 져
되돌아오는 언덕에서

온갖 번뇌로 젖어온
그 마음은

바람을 따라 흐르는 종소리
종소리를 따라 내리는 강물

가오는 세월도
맴돌아 씻기는 길 역에서면
님의 노래는
애달픈 물결

오늘도
머 언 꿈길을 밀어가는
강나루.                     -정용진, <강나루> 전문.

산정호수(山井湖水)
           
흐르는 세월 머물러
천년햇살 빛나고

갈 바람 멎어
산 그림자를 담는
너는
하나의 거울

하늘기려
솔개보다
깊푸른 눈매로
가냘픈 멧새의
숨결에도
가슴 떨어
붉게 물드는 마음이여.

내 뜻 청산되어
너를 품어
태고의 신비를 묻는
가을 한낮

초연한 걸음으로
산을 넘는
한줄기 푸른 구름.     -정용진, <산정호수> 전문.
                         *전중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인간에게 있어서 고향은 마치 어머님의 품속처럼 아름답고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다.
범도 죽을 때에는 자기의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두고 죽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나의 고향 경기도 여주는 이조 백자의 근원지다. 남한강변 싸리산 전체가 고령토로 쌓여있 어 경기도 광주. 이천. 그리고 전남 강진의 청자요와 더불어 한국 도자기의 주산지로 전남 광주에 있던 행남자기가 이곳으로 옮겨와 둥지를 틀었다.

꽃씨 한 알
                            
꽃씨 한 알을 손에 받아들고
생명의 근원을 생각 한다.
작은 한 알의 씨앗 속에
살아 숨쉬는

희망
투쟁
고뇌

그는
씨알 하나를 싹틔우기 위하여
얼마나 숱한 시간들을
눈물로 보냈을까
싱그러운 열매를 얻기까지
그토록 많은 날들을
애타게 기다렸을까

내 손안에든
아주 작은 꽃씨 한 알
나의 체온을 받고



드디어 생명의 싹이 움트는
황홀한 율동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흙의 포근한 체온을 받아
발아를 시작하는
꽃씨 한 알.

그것은
백의 생명, 천의 생명
만의 생명을 탄생시키는
거대한 혁명.
꽃씨 한 알은   영원의 길로 향하는
알파요 오메가다.

아!
생명의 푸른 혼.     -정용진, <꽃씨 한 알> 전문.

석류(石榴)
       
타는 바람
흙먼지
한 여름을
삭정이 울 가에 서서
목마른 세월들...

낙엽이 쌓이는
고궁 돌계단을
오르는 심정으로

가슴을 열어
임을 부르는
속마음은
루비 빛 열정인데

기인 언덕
실개천에 늘어선
포프라 머리위로
청량히 고이는
하늘은 자수정

이제
머언 길을 떠난
그대가
상념의 낙엽을 밟고
되돌아와

석류 같은
입술을 포개어
사랑을 입 맞출 때

귓전에 흘러드는
그리움의 강물소리

지금은
우리 모두가
남기고 떠나온
고향 울 가에 서서
타는 가슴을 열어
붉게 익을 석류여.     -정용진, <석류> 전문.

석류꽃
          
내 짝궁이
난(蘭)같이 귀엽던
소꼽친구
내 짝궁이

대학 입학하던 첫날

석류꽃 같은
연지를 입술에 바르고
교문을 들어서다
들키자
화들짝 놀라!

그는 마침내
한 송이 붉은
석류꽃으로 피었다.    -정용진, <석류꽃> 전문.

동백(冬柏)

1. 흰 동백

너의 순수는
순결의 상징.

푸른 물결이
몰려와 들어섰다
버리고 떠나면
홀로 남는
섬의 외로움.

너는
태초 이브의 고독
숫처녀의 아픔이다.

2. 분홍 동백

너는
수줍은 영혼.

내 누님의
실눈 뜨는 첫 사랑
동백기름의 윤기다.

가슴 뛰던
첫정이 부끄러워
서산마루에 걸린
저녁노을
연지 빛 사연
내 누님의
속가슴은.

3. 붉은 동백

타는 정열은
사랑의 혼 불.

눈꽃이
하늘 가득 덮이는 날
비로서, 신비의 문을 여는
황홀한
그 아픔.

이제 너는
여인으로
성숙하는구나,
붉은
겨울 동백아!   -정용진, <동백> 전문.

작가들의 작품 속에는 그의 진솔한 인생관이 숨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독서를 한 사람은 그의 삶의 생각기 깊어지고 폭이 넓어지고 진지해 진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권장 하는 것이다. 독서의 방법으로는 소리를 내서 읽는 낭독(朗讀), 눈으로 조용히 읽는 목독(目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읽는 다독(多讀), 뜻을 생각지 아니하고 빨리 읽어 내려가는 속독(速讀), 뜻의 깊이와 의미를 되짚으며 읽는 정독(精讀), 삼매경에 깊숙이 빠져 읽는 탐독(耽讀), 마음속으로 읽는(心讀), 깊은 진리를 찾아내려고 정성을 다해 깊이 읽는 숙독(熟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석양(夕陽)

떠나는 마음
애닯어
하늘에는 꽃구름
장밋빛 꽃구름.

가는님 설어워
연인의
하아얀 머플러 위로
붉게 물드는
속마음.

솔개는
텅비인 산마루를
외로이 맴돌고

홍포(紅布)를 걸치고
초연히
발걸음을 옮기는
석양(夕陽)

저문 하늘에는
장밋빛 꽃구름.     -정용진, <석양> 전문.

달무리(月暈)
                    
임을 그리워하면서도
너무 가까이하면 몸이 델까
차마 다가서지 못하고

사랑하면서도
너무 멀리하면 추워서 얼까봐
임의 주위를 맴돌면서
멀리 떠나지 못하고
조바심하는 마음
슬픈 눈길.

달무리는
안개 빛 구름으로
그 아픔을
끝내 참지 못하고
이슬비가 되어
자신의 마음과
임의 옷자락에
꽃무늬 눈물방울을 짓는다.

연인의
애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홀로 외로운 보름달.

옥환(玉環)의 그리움으로
임의 품에 살포시 안겨드는
달무리의 포근한 가슴
애달픈  사랑.         -정용진, <달무리> 전문.  
                      *옥환(玉環)...반지와 같이 둥근달을 의미함(玉指環).
                      
화살
                                  
비너스(Venus)
너의 심장을 향해
화살을 쏜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네 심장에 박혀
솟구치는 뜨거운 피를
듬뿍 찍어
사랑이라 쓴다.

붉다.     -정용진, <화살> 전문.

설야(雪夜)

사르륵
사르륵
잠든 대지위에
눈발이 날린다.

햇 이엉을 얹은
초가지붕 위에
포근히 쌓이는 눈송이들
솜 이불처럼 따스하다.

내 가난한 심령은
토담집 화롯가에서
호젓이 잠들고
꿈결에
그리운 소녀가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

창밖에서는
아직도
소담스러운
함박눈이

사르륵
사르륵
내 영혼의 빈 잔을
가득히 채워준다.    -정용진, <설야> 전문.

금강굴(金剛窟)
          
하늘 만지며
흰 구름 이고 걷는
금강굴.

발아래 만학천봉
청의를 걸치고

사공 
노 젓는 소리
노 젓는 소리

아 ㅡ
잎마다 조각배
천불동 계류여

노승의 기원
석굴에 배어
영겁의 세월을
풍설 깍이며
선(禪)의 탑을 이루다.

비선대 명경수
우유 빛 커ㅡ튼 드리우고
선녀
옷 벗는 소리
옷 벗는 소리

칠천팔백 봉 마다
미의향연
칠월 염천도 얼어붙는다.

청해를 마시며
흰 구름 이고 걷는
금강굴.          -정용진, <금강굴> 전문.
                  * 금강굴은 설악산의 동굴이름.
달팽이        

너는
우주 최초의
모빌 홈 소유자.  -정용진, <달팽이> 전문.

시 속에는 시인의 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하고, 삶 속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 사상과 철학 그리고 신념과 의지가 섬세하게 각인되어 있어야한다.
좋은 시를 읽고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고성(思考性)의 빈곤이요. 감정의 메마름이다. 인간은 만남의 존재인데 부모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절대자의 선택에 의하여 결정되나 연인이나 부부 관계는 자신의 선택의 여지가 주어진다. 서로의 만남의 어려움 때문에 지상의 숱한 인간들 속에서의 만남의 관계를 인연(因緣)으로 돌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다가 한 둥지를 트는 과정에서의 사랑과 충돌, 애증의 갈등은 서로간의 정을 차츰 두텁게 이끌어 간다. 이것이 부부간의 질서요 따뜻한 사랑이다.
사랑에는 인내가 최대의 명약이다. 인간은 여러모로 부족하고 별 수 없는 존재다. 너의 부족은 나의 노력과 지혜로, 나의 부족은 너의 사랑과 인내로 채워주면서 서로 보듬어주어야 서로행복하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요. 상처보다 아픈 것은 고통을 두려워하는 그 마음 자체다.

장 미
      
새벽 안개
면사포로 드리우고
그리움 망울져
영롱한 이슬
방울 방울.

사랑이
가슴에 차오르면
비로서
아름아름 입을 여는
장미꽃 송이 송이들.

사납게 찌르던
가시의 아픔도
추억의 향기로 번지는
꽃그늘 언덕에서
뜨거운 혼 불로
타오르는 밀어여.   -정용진, <장미> 전문.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장미가시
        
장미농장을 경영하면서
제일먼저 친해진 것은
사나운 가시다.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을 보내야 하는 것처럼
껴안으면
가슴을 찌르고
어루만지면
손바닥에 박힌다.
그것은
미모와 향기의 이면에
깊숙이 숨겨둔 비수(匕首)

우리 내외는
밤마다 돋보기 안경을 끼고
뾰족한 바늘로
나는 아내의 손에
아내는 나의 손에 든
가시를 파낸다.

어떤 한의사는
가시에 찔리면
수지침(手指針)을 맞는 효험이 있어
장수할거라고 위로하기에
우리 내외는 아픔을 꾹 참고
크게 웃었다.

오늘도
장미 가시가
혼미한 세상 속에서
나를 파낸다.        -정용진, <장미가시> 전문.
              *The Best Pome & Poem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7)

인간이 행복하려면 세 가지 소중한 선택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
첫째는 스승의 선택이다. 어떤 스승을 만나났느냐에 따라서 삶의 모습이 달라지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과거 퇴계나 율곡, 다산의 문하에 훌륭한 선비들이 넘쳐났던 것도 그 좋은 예에 속한다. 둘째로 배우자의 선택이다. 배우자를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행불행이 가늠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직업의 선택이다. 직업의 선택은 나는 물론 내 가정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기에 인생 성패의 바로미터가 된다.
나와 내 아내는 미국에 이민 와서 샌디에고 북부 Fallbrook에서 83년부터 2003년에 이르기 까지 20여년을 장미농장을 경영면서 생업을 유지하였다. 20에이커 농장에 6만주의 장미를 심고 가꾸면서 두 아들을 성장 시켰고 영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장미꽃을 사랑의 선물로 제공하며 시인으로 성장한 것을 나의 행복으로 생각하고 하나님께 감사한다. 구라파 사람들과 미국인들은 발렌타인스의 날이 되면 사랑하는 사람, 사랑 할 사람, 사랑 하였던 사람. 에게 장미꽃을 선물 하는 것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옥수수
              
어머님이
방문 가방에 넣어
전해주신
옥수수 씨앗
정이 그리워
울 가에 심었더니

한여름
낯선 하늘 우러르며 자라
간 밤

아기를 낳아
등에 업고
이른 아침
웃으며 서있다.

오. 오. 
나를 등에 업고 계신
어머님.                 -정용진, <옥수수> 전문.

나는 옥수수를 보면 어머님 생각이 난다. 내가 미국에 이민 온 후 어머니의 첫 미국 방문 시에 가방 속에 옥수수 씨앗을 넣어 오셔서 울 가에 심었더니 어느 여름날 옥수수가 등에 아기를 업고 서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의 탄생의 모습을 보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농부의 일기

나는
마음의 밭을 가는
가난한 농부.

이른 봄
잠든 땅을
쟁기로 갈아

꿈의 씨앗을
흙 가슴 깊숙이
묻어 두면

어느새
석양빛으로 영글어
들녘에 가득하다.

나는
인생의 밭을 가는
허름한 농부.

진종일
삶의 밭에서
불의를 가려내듯
잡초를 추리다가

땀 솟은
얼굴을 들어
저문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영원의 기쁨.         -정용진, <농부의 일기> 전문.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유기농상표
                  
지금은 건강제일 주의시대라
농사를 지어도
유기농이 인기다.

텃밭에다 들깨를 심고
한여름 열심히
물과 거름을 주어 길러
몇 잎 따다가
삼겹살에 싸서 소주한잔 하려했더니
밤이슬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고
하늘이 비치도록
전신이 온통 구멍투성이다.

잎 뒤를 살펴보니
그린 애벌레가 천연덕스럽게
흰 그물을 치고
오수(午睡)를 즐기고 있다.

이놈을 범인으로 잡아
흰 접시위에 올려놓고
다그쳤더니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소슬한데
시도 쓸 줄 모르고
할 일도 없고 하여
유기농상표하나 그렸단다.

이놈마저
초고추장에 찍어
안주로 삼켜버리고 말까보다.           -정용진, <유기농 상표> 전문.

훈장(勳章)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들에 나가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석양
황금 양탄자를 밟고
문을 들어서니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진흙 반점을 보고
여보, 얼굴에 
그게 뭐요
아내가 묻는다.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이것은
농민의 훈장이외다.    -정용진, <훈장> 전문.

나는 경기도 여주(驪州)에서 태어나 농부의 아들로 자랐다. 여주는 남한강이 관류하여 농산물이 풍부하고 자연이 아름다워 팔경(八景)이 있기도 한 고장이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을 통하여 그리움과 사랑 그리고 서정(抒情)을 가슴 속에 싹 티 운다.
이민 온 후 1975년 한국인 최초로 미주 캘리포니아 주 온타리오에서 전문 한국농장을 개척하였음을 자부심으로 느끼고 있다. 그 당시에는 일본인들이 기른 왜무를 사 먹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나를 지도하시고 키워 주시다 지금은 작고하신 전 동국대학교 농과대학장 김종희 박사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내와 내가 땀을 흘리며 개척하다보니 서로 동지요 스승이 되어 대통령이 아닌 아내로부터 성공한 농민의 ‘훈장’을 받았는데 이는 어느 훈장보다 자랑스럽고 값지다. 이 땅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였으면 이웃 농부 우 선생이 정용진을 따라 가느니 차라리 아오지 탄광에 가서 노동을 치고 먹고 사는 것이 났다고 하였을 까? 참으로 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느라 우리 부부는 무진장으로 애를 썼다.

가을 달

바람이
알몸으로 거리에 나서는
늦가을.

산은
수줍어
얼굴 붉히고

철없이
속살 들어내는
가을 강
그윽한 물결.

고향의 전설처럼
평과주가 익어 가는
외진 산마을.

울 가
대 소리도
사각사각
서릿발을 빚는데

창가 고목에 걸린 
차가운 달을 품으니

그대 그리워
눈물 어리네.  -정용진, <가을 달> 전문.     *평과주-사과주.

그리움은 사랑의 핵심 원료다. 그리움은 사랑을 잉태하고 사랑은 행복을 낳는다. 사랑은 늘 함께 있어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요,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요. 하나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인내가 필요하고 희생이 따른다.  

가을 백사장
                  
누가 걸어갔나.
은빛 모래밭
외줄기
기인 발자국.

언제 떠나갔나.
자국마다 고인
애수(哀愁).

가슴을 두드리는
저문 파도소리.     -정용진, <가을 백사장> 전문.

나무.3
          
나는 너를 향해
너는 나를 향해

우리는
이렇게 서서
숲을 이루고
마주보며
팔을 벌려 껴안고
사랑에 빠진다.

너와 나의
깊은 가슴속에는
연륜마다 아롱져
출렁이는
사랑의
그윽한 물결.    -정용진, <나무.3> 전문.

작가가 창작에 임하는 태도는 무사가 손에 칼을 잡는 심정 이상으로 그 자세가 진지하고 정성스러워야 한다. 하기 때문에 자르고 문지르고 쪼고 닦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정신이 필요하다. 당송(唐宋) 8대가의 한사람인 한퇴지(韓退之)는 사설(師設)에서 배우는 데는 스승이 따로 없다고 성인 무상사(聖人 無常師)라고 일렀다.
이는 마치 공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다보면 반드시 한사람쯤은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이 있다고 (三人行 必有我師焉)을 일러준 것과 다름없다.

정(情)

기러기 떼 울며
북 쪽 하늘로 멀어져 가고
찬바람
하늘을 빗질해도
별빛은 오히려 빛나는구나.

떠나간 기러기 떼
고향 못 잊어 되돌아오면
동구 밖 풀 섶도
봄으로 피거라.

벅찬 삶의 자락에 가리워
애타던 반달도
구름 틈새로 얼굴 내밀고
강산을 엿보는데

세월이
저만큼 흘렀어도
그리운 옛정
가난을 버려두고
울며 떠난 그 아픔
오늘은 먼데서
귀 밑 머리 희었을라.     -정용진, <정> 전문.   * YTN에서 방영.  


빨래
    
아내가
맑은 물에 헹궈
깨끗이 다려준
옷을 입고
세상 속으로 나간다.

바람이 불고
먼지가 일고
눈비가 오고
요설(饒舌)이 난무하는
스산한 음지陰地)

세심정혼(洗心淨魂)의 마음으로
정결(淨潔해야 할 옷깃에
온갖 때가 달라붙는다.

박꽃 같은 마음으로
문을 나서
구겨진 빨래 감으로
되돌아 오는 일상(日常)

오늘도
하늘에는
아침 이슬로 씻긴
한줄기 구름이 
어머님의 손길로 바래진
옥양목 같이 
희게 걸려있다.  -정용진, <빨래> 전문.


빨래터
                
감자 골에서 흘러온 물이
동구 밖 시내로 흐르는
빨래터에
넓적 돌을 뉘어놓고
아낙들이
빨래를 두들긴다.

자신의 설움을
털어내듯
두들겨 패는 방망이소리
때 묻은 죄밖에 없는 빨래들이
후줄근하게 몸을 푼다.

더러는 기인 줄에
깃발로 걸려 펄럭이고
초록빛
미루나무 그늘 언덕에는
옥양목 필이
신작로처럼 펼쳐진다.   -정용진, <빨래터> 전문. *YTN에서 방영.

손때
            
조상이
대대로 물려준
낡은 장롱문고리를 어루만지니
선조 어른들의 손때 묻은
얼이 끈끈하다.

차가운 쇠고리가
이리도 따뜻할 수가 있을까
은은한 숨소리가 들리고
땀 냄새가 향기롭다.

내가 선조들을 못 뵈웠어도
선조들이 나를 못 보셨어도
대대로 때 묻은 손자국에
고고한 꿈과 한이 서려
녹슨 문고리에
오늘도 살아 숨쉬는
그윽한 전설
해묵은 윤기가 고귀하다
증조모의 냄새가 난다.    -정용진, <손때> 전문.  *YTN에서 방영

우리 주위에 둘러선 자연과 일월성신(日月星辰) 모두가 시제(詩題)가 될 수 있다.
내 옷깃을 스치는 모든 것이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은 지면에 너무 많은 자료를 한꺼번에 넣으려고 욕심을 부리면 창작에 실패 할 우려가 많다. 인류의 스승 공자(孔子)는 그의 언행록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유좌지기(有座之器)의 교훈을 일렀다. 넘치는 것은 조금 모자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이 교훈은 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제(濟)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아 갔는데 그 젯상에 삐딱하게 생긴 잔이 있어서 사찰에게 그 연유를 물었더니 그의 대답이 이 잔은 생존 시 환공께서 아끼시던 잔으로 그냥 놓으면 조금 삐딱해지나 알맞게 물을 채우면 바로서고, 조금 넘치면 다시 삐딱해 집니다. 하여 이때 공자께서 제자들에게 이른 말씀이다. 공자께서는 진정한 학자는 학문을 연마할 때에는 항상 각고면려(刻苦勉勵)와 백련천마(百練千磨)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이르시고 심사숙고(深思熟考)의 정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不恥下問)고 가르치시고 배움에 권태를 느끼지 말 것(敎學不倦. 學而不厭. 誨人不倦)을 강조했다.

하루살이

하루를 살아도
천년같이
천년을 살아도
하루같이

하루살이는
바람 자는 포근한 날
떼로 몰려와 합창을 부르며
즐겁게 춤을 춘다.

하루는 한 시간보다 길다
한 시간은 1분보다 길다
1분은 1초보다 길다
천분과 지족을 지키며 살기에는
아름답고 긴 하루

하루살이들은
석양 무렵 처마 끝에 몰려와
하루를 천년같이
천년을 하루같이
축제를 벌인다.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초월적(超越的) 삶이다.   -정용진, <하루살이> 전문.

하루살이는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 생명이 하루밖에 못 산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저녁이 되면 초가지붕 처마 밑에 몰려와 춤을 춘다. 마치 삶의 기쁨을 감사해 축제를 벌이는 모습 같이 보인다. 새들도 제 짝과 같이 나무숲을 날라 다니는데 어려서 새총으로 새를 잡아 맛있다고 구어 먹은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 짝 잃은 새의 아픔이 얼마나 컸을까?

빈 의자
            
주님
의자 하나를
말끔히 닦아
대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죄인의 집을
찾아 오셔서
문을 두드리실 때
탐욕에 가려
보지 못하고
마음이 닫혀
듣지 못하여
속히
문을 열어드리지 못 하더라도
용서하시고
잠시 앉아
기다려주십시오
곧 돌아오겠습니다.

주님을 향한
믿음으로 살리라고
다짐하지만
늘 반복하는 어리석음에
영안이 흐리고
육신이 지쳐 있음을
고백합니다.

오늘도
빈 의자에
먼지를 털면서
주님의 말씀을 상고합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

오, 오, 주님.        -정용진, <빈 의자> 전문.

우정의 鐘

태평양의 물보라가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하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 아침

너와 나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산페드로
포트 맥아더로 가자.

삼국통일의
굳은 신념과
호국 발원의
숭고한 얼이
하나로 응혈져
에밀레 에밀레

고향과
너무나 머 언 거리에서
겨레의 음성을 더듬는
우리는 빛나는
코리언의 후예들

반만년의 슬기와
오천만의 정성이여
이백년 번영의 대륙위에
길이길이 울려 퍼지거라.

자유를 위하여
생명도 다하고
신의 영광을 부르며
황무지를 갈고 닦던
청교도들의 뜨거운 열기

그들의
인내와 정열을
오늘도 기억하며
대서양을 향하여
미소짓는 자유의 여신처럼

이제
제3세기
새 역사의 장을 여는
우리의 맹방(盟邦)
아메리카를 위하여
네 겨레의
참 맘을 전하라
우정의 종이여

온 백의민족의 뜻이
새 하늘과 새 땅을 우러러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이 아침에.   -정용진, <우정의 종> 전문.
                        *미국독립 2백주년 기념축시.

하나님을 사랑하고 항상 큰 사랑을 받는 아브라함이 그의 말씀에 순종하여 고향을 떠남으로 믿음의 조상이 된 것 같이,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와서 미지의 땅을 개척한 102명의 청교도들도 복종함으로 얻을 평안을 버리고 장차 믿음으로 받을 행복을 바라보며 개척한 이 땅에 우리 한민족들도 이민을 와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신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문학이 나무라면 가지는 소설이요, 잎은 수필이며, 꽃은 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자신의 마음과 가슴 속에 출렁이는 산 언어의 물결이다. 이는 반듯이 용출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활화산 같은 불길이요, 토해내지 아니하면 못 견디는 카타르시스(Katharsis 정화. 배설) 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나의 의견을 남에게 전달하고 또 남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것이 곧 대화(Dialogue)요, 작가에게는 내가 내 자신을 향하여 조용히 물음을 던지는 독백(Monologue)과 침묵으로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다.

설한부(雪寒賦)

초겨울 눈송이들이
마른 가지 위로
고기비늘처럼
번쩍이며 내리는데

새끼들이 잠든 동굴
길을 잃은
늑대의 울음소리가
계곡을 가른다.

바람을 앞세우고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산을 내려오는
차가운 달.

창틈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젖어
옛님의 숨결로 떨고 있는
촛불이 애처롭다.

한 세기를 잠재우고
새 시대를 일깨우는
여명(黎明)

지금쯤
어느 곳에서
태반의 아픔을 찢고
또 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가.            -정용진, <설한부> 전문.
                       *한국 크리스챤 문학상 대상 수상작(05)


발자국
            
내 걸어온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눈길을 걸어간다.

어느 누구도
걸어간 적이 없는
순백(純白)의 설원(雪原)

나만의 행적을  
뚜렷하게 남기고 싶은 욕망이
티 없이 펼쳐진 눈밭에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자국을 남긴다.

나의 발자국들이
구매계약서에 누른
인장(印章)자국같이
진하게 찍힌다.

그러나
뒤를 돌아다보면
끝없이 쏟아지는 눈발로
자취 없이 사라진
나의 흔적들...

‘내 사랑이
그만하면 네게 족하다‘
주님의 음성이
조용히 나를 꾸짖으신다.   -정용진, <발자국> 전문.

Emerald Lake

하늘은
구만리 장천(長天)

물은
천만 길 취옥(翠玉) 항아리


누구를 찾아
저리 높았는가.

무엇을 찾아
저리 깊었는가.

하늘은
쪽빛 눈망울

호수는
내 누님의 청옥(靑玉) 가락지.    -정용진, <에메랄드 레익> 전문.
                               *에메랄드 호수는 캐나다 록기산맥 중턱에                                  있는 호수이름.

시인은 진실하고, 소설가는 궁리(窮理)하고, 수필가는 솔직해야 한다. 작가가 항상 주의하여야 할 점은 작품 속에 은근히 자기 자랑은 늘어놓으면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시가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 이라면, 소설은 허구(虛構)를 통한 상상력과 사실(寫實)의 통일적 표현으로 인생과 미(美)를 산문체로 나타낸 예술인 반면에 수필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자연스러운 서술이며 진실한 고백이다.

설산가경(雪山佳景)

설경(雪景)이 아름답다기에
산광수색(山光水色)을 보려고
레익타호를 찾았다.
나목(裸木)들은
한기(寒氣)에 떨고 있지만
청솔가지들은 백화(白花)가 만발했구나.

빈 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온 달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산장의 커튼을 열어 제치고
창밖을 바라보니
줄지어 곧게 뻗은 적송(赤松) 가지위에
얼굴에 도톰히 살이 오른 초승달이
애처롭게 앉아 있다.
먼 길을 찾아오는 동안 살이 오른 모양이다.

흰 눈을 밟고 발이 시린 레드우드들은
마주서서 팔을 벌려 껴안고
사랑의 온기를 나누고
하늘이 낮게 내리며 눈발을 모으고 있으니
내일 밤에는
설월(雪月)이 만정(滿庭) 하리라.      -정용진, <설산가경> 전문.

연가.2(戀歌.2)

靜山不言 萬年靑
綠水晝夜 回山去
吾愛戀慕 日日深
今夜夢中 願相逢

고요한 산은 말없이 만년을 푸른데
녹수는 주야로 산허리를 휘감고 흘러가네.
내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나날이 깊어만 가나니
오늘 밤 꿈에라도 임을 뵈올 수만 있다면...    -정용진, <연가.2> 전문.


    
이른 아침
새들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창을 여니

자두나무 가지위에
산새 가족들이
구슬을 꿰인 듯
쪼르르 앉아 있다.

하루 일과 훈시를 듣는가
조용하더니
어미 새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새끼들도 창공에 무지개를 그린다.

활처럼 휘어졌던
자두나무 가지들도
겨울잠을 털고
시위를 당겨
봄을 쏘고 있다.

머 언 산 과녁엔
생명의 빛이 번득인다.
저들은 늦가을
열매로 익어 돌아오리라.   -정용진, <봄> 전문.

창틈으로 스며드는 달빛

지금은 삼경
창이 하도 밝아
잠에서 깨어보니
명주비단자락 같이
고은 달빛이
창틈으로 스며든다.

이는 필시
나를 연모(戀慕)하는
연인의 애틋한 마음이라 싶어
백옥장삼자락에
먹물 듬뿍 찍어
사랑이라 쓰노니

눈물은 말고
그리움 서린 애련의
미소로
미소로...       -정용진, <창틈으로 스며드는 달빛> 전문.

성현 공자는 마음이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가  있는 자는 물을 찾는다(仁者樂山 知者樂水)고 가르쳤다 여행은 떠도는 구름과 같이, 흘러가는 물결과(行雲流水) 같이, 한가하고 여유 있는 심정으로 일상에 찌든 삶의 틀에서 벗어나 세상을 섭렵하는 기분과 홀가분한 마음으로 천하를 주류하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나를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과거선인들이 남겨놓은 찬란한 문화유산에 심취되는 것이다. 위대한 민족일수록 위대한 선인들의 유산이 많다. 시성 괴테가 알프스 산을 오르면서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감동되어 모자를 벗고 절 을하며 “창조주시여 이렇게 웅장한 작품을 만들어 놓고 어찌 말이 없으십니까?” 감탄하였다고 전한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하면서 금강산의 아름다움, 카나다 록키산맥의 웅장함, 스위스 알프스 산의 아름답고 장엄함, 중국 만리장성의 거대함, 미국 네바다주 데스밸리의 광대무변함,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관, 미국 그랜드캐년의 절경과,  알라스카의 만년빙하의 웅대한 모습과 그리고 6-7월 아류산열도로부터 베링해협을 거쳐 모천(母川)에서 알을 낳기 위하여 귀소(歸巢)하는 연어 떼들의 기나긴 행렬을 보고 감동을 받고 침묵했다.

<서시>

한얼의 횃불을 높이 들며
             
                          <미주한인 이민백년에 부쳐>  정용진

조국이

가시밭길을 걸으매

님도 개척의 험한 길을 택하시고

1903년 1월 13일

102명의 선조들이

민족의 한을 가슴에 안고

하와이

사탕수수밭에 닻을 내리시니


님들께서

이민자의 설움

이민자의 고통

이민자의 눈물을 뿌리시며

아메리카 신대륙에

뿌리를 내리실 때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

죽을 때까지 대한의 독립“

우리 민족의 선각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을

민족의 경전처럼

가슴 깊이깊이

아로새기시고

손 찔려 오렌지를 따시고

사탕수수 밭에서

흘리시던 피와 땀

그 거친 손으로

떨며 바치신 독립자금으로

저희들은 비로소

조국광복을 얻었나니


님들은

민족의 얼 이십니다

민족의 힘 이십니다

민족의 뿌리십니다.


그 기쁨

그 감격

그 영광을

이민 백년을 맞는

오늘

님들께 드리나니

기뻐하옵소서.


우리 모두는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빛나는 후예들...


저희들이 님들의 뜻을 받들어

젊은 대륙 황량한 벌판에

믿음의 영토

지식의 영토

경제의 영토를 넓히며

한민족의 힘을 기르겠습니다.


이제

갈라진 조국을
하나로 모아

통일을 이룩하오리다.

축배에 넘치는 잔을

님들께 바치오리다.


우리 모두는

한의 얼

한의 꿈

한의 혈맥

승리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오리다.   -정용진, <서시> 전문.


* 이 시는 미주한인 이민백년사에 서시로 수록되어있음.


“나무에 올라서면 밑뿌리가 있는 것을 생각하고, 물을 마시면 샘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용비어천가의 말씀이다. 이는 이씨조선 개국의 정

당성을 합리화하는 글이나 그 속에 깊은 뜻을 제시하는 강인한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미주의 우리 선조들은 1903년 1월13일 외세 일본의 힘에 밀려 정든

조국과 형제들을 이별하고 인천항에서 노예처럼 낡은 배에 실려 거센

풍랑의 태평양 물결을 타고 하와이로 실려 와서 사탕수수 밭에서 노예

아닌 노예와 같이 억울하고 슬픈 노동을 하셨다. 이런 선조들의 피와

땀의 결과로 성공한 이민자들의 후손이 된 우리들임을 상기해야 한다.

여기에는 서재필. 안창호. 이승만 같은 수많은 지도자들과 무명의 애

국 선조들이 계셨다. 우리들은 조상들의 깊은 뿌리를 생각하는 후예들

이 되어야 한다. 등걸 없는 회초리는 없다.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하

고 손 찔려 오렌지를 따 얻은 돈으로 독립자금을 헌금하신 선조들의

고귀하신 애국정신을 본받아야할 우리들이다.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을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의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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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3 꽃의 시학 (3) 꽃은 희망이다 정용진 2008.02.05 780
1792 인터넷 홈페이지 이동하시느라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3] 최미자 2015.10.14 774
1791 빌린말 (외래어) 새 표기법 석류나무 2007.07.23 763
1790 秀峯 明心寶鑑/鄭用진眞 詩人 정용진 2014.10.29 757
1789 제5회 파카 만년필 수필 공모전 씽굿 2010.08.08 752
1788 제4회 황손(노래 ‘비들기 집’ 가수 이석)과 함께하는 나은 2008.06.13 741
1787 김산 시인 <2006년 현대시조 문학회 좋은 작품상> 수상 박영보 2006.03.05 738
1786 사랑의 詩學 <증보편> 정용진 2009.10.24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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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4 미주 문학론/시 속에 드러나는 자기 목적성을 중심으로/강영은( 시인.평론가) 정용진 2011.07.01 722
1783 기영주 이사장님께 드립니다 정찬열 2010.07.27 719
1782 만남의 詩學/鄭用眞/증보판 정용진 2010.11.16 714
1781 계간 국보문학 발행인 임수홍 수필가 표절의혹(증거자료) 순수문학 2007.06.20 711
1780 푸른 대나무 같은 청하 성기조 박사의 팔순을 축하하며/김학 김학 2012.10.12 702
1779 4. 옷깃 여미며 떠난 즐거운 일본 큐슈여행 김우영 2013.01.03 701
1778 안녕하세요. 한국 대전 김우영 작가 입니다. 김우영 2007.03.23 700
1777 졸저 '간송 전형필'을 소개합니다 이충렬 2010.10.12 698
1776 죽음의 詩學(遺詩에 대한 고찰) 정용진 2009.08.24 690
1775 중국기행(中國紀行)/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3.12.03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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