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길목/ 이주희

2015.03.06 14:44

미주문협관리자 조회 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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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길목 / 이주희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는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동쪽으로 106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도시다. 현재인구는 45,000여 명으로, 나이 지긋한 은퇴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으로 들어서는 초입에는 큰골을 거느린 센 하신토(San Jacinto-10,804ft)산과 센 골고니오(San Gorgonio-11,490ft)산이 높다랗게 솟아있다. 이 두 산의 사이를 10번 프리웨이가 지퍼를 박아놓은 듯, 해 돋는 방향을 향해 길게 뻗어있다.


가을날 같은 겨울이 지나가면 봄을 앞세운 계절풍이 불어온다. 태평양에서 속도와 방향을 바꿔가며 성난 파도처럼 몰려온다. 이곳 사는 사람들은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에너지를 만들어 쓰며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 수천의 바람개비가 나란히 줄을 서서 골짜기를 빠져나오는 바람과 마주하여 하얀 상모를 돌리는 것을 보면 가히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사막의 접경지대에 들어선 바람은, 고슴도치처럼 웅크린 마른 덤불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휘돌아다닌다. 날카로운 이빨 없이도 벌판에서 수명을 거둔 짐승들의 뼈를 깎아내고 커다란 돌도 밀어붙이려 한다. 야자나무 밑으로 들어가 잠잠해 있기도 하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꺼진 불씨가 살아나듯 화드득 일어나 야자나무 열매를 떨쳐낸다. 그러다간 거리로 나가 상점의 간판들도 들었다 놨다 하며 달려가는 자동차도 흔든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바퀴가 옆 차선으로 넘어갈까 긴장하며 운전대를 꼭 잡는다.


바람은 여러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태어난 곳을 돌아보듯, 휘파람을 불며 찾아오기도 하고 하울링 하는 늑대의 목소리로 날 저문 창가를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모래를 싸르륵 흩뿌리며 울부짖을 때는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날이 밝아 문을 열면 그들이 다녀간 흔적들로 어수선하다. 화분에도, 문 앞에도 모래로 물 뿌리듯 해놓는다. 몇 년 사이 주택이 늘어나서인지 전보다는 덜 끌어오기는 하지만.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바람으로부터 받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바람막이를 고안해 냈다. 하늘에서는 비행기가 비행하는데 불편함을 줄이고자 조종실 앞쪽에 투명한 재료로 만든 평면 또는 곡면(Wind_shield)판을 단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엔 편향기(Wind deflector)를 달고, 육지에선 잡음을 막는데 마이크로폰(Wind_screen)을 단다. 그 외로도 풍림(風林)에서부터 문풍지(門風紙)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바람막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바람은 종류도 많다. 동틀 무렵 가볍게 불어오는 샛바람과 서쪽에서 하늘하늘 불어오는 하늬바람, 그리고 남쪽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마파람, 가만히 연기를 풀어 올리는 실바람, 나뭇잎이 살랑거리게 하는 남실바람, 깃발이나 갈대를 가볍게 나부끼는 산들바람, 큰 나뭇가지를 흔드는 된바람이 있는가 하면, 풍력 10등급에 해당하는 노대바람은 초속 24.5∼ 28.4m로,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기도 한다.


모래에 둘러싸인 이곳의 사막이나 바닷물에 둘러싸인 섬이나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이렇게 황량한 벌판에 계절바람이 오면 활기가 넘쳐난다. 짐승들의 코끝에 냄새를 날라다 줘 먹이를 찾아 나서게 하고, 잠자던 꽃망울을 흔들어 깨워 벌판은 꽃 파도로 넘실거린다. 또한, 햇볕에 물든 금빛모래를 날라 와 새로운 구릉을 만들고, 도심에서 밀려온 먼지를 쓸어낸 하늘은 수정처럼 맑은 별로 반짝이게 한다.


여름이 여름다운 사막. 치맛바람이니 춤바람이니 하는 것도 없고, 고향의 칼바람처럼 매운맛도 없는 팜 스프링스의 바람. 여름엔 한증막 안처럼 후끈하게도 다가오고, 야자나무 밑 그늘에서 시원한 오이 냉채처럼 만나기도 하는 바람. 이민자들의 추석이 가을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가슴속이 바람 든 무처럼 허전하다. 어디 신바람 나는 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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