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박만영
2008.09.03 05:57
해바라기/박만영
담벼락에 기댄 해바라기 긴 행렬.
해가 그리워 휘돌리던 고개를
계절과 더불어 늘어뜨리고,
함석지붕 밑의 여윈 얼굴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여름 동안 밖에 뒀던 화덕을
부엌으로 옮겨 가스 냄새
중독도 걱정이지만,
지붕이 미리 삭아
겨울비가 샐까 두렵다.
훤칠한 키 끝에 터졌던 열정은
가을바람에 오므라들어
소복이 박힌 씨알.
밤이면 밤마다
곤히 들리는 숨소리.
모기장 걷어버릴 날도 멀지 않아
그땐 더욱더 또렷이 보일 핼쑥한 얼굴들.
해바라기 행렬은 불침번으로 서서
이들의 잠을 지키고,
아이들은 해바라기 기름진 씨를 까먹는
꿈을 꿀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