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문자(神代文字)와 자방고전(字倣古篆)
2011.01.23 11:48
신대문자(神代文字)와 자방고전(字倣古篆)
에도시대(江戶時代) 후기의 사대인(四大人)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국학자 히라다 아쯔다네(平田篤胤)라는 사람이 훈민정음(訓民正音)과 흡사한 신대문자(神代文字)라는 것을 들고 나와서 이 문자야말로 일본의 신대문자로 조선에까지 전달이 되어 훈민정음(訓民正音)이 되었노라고 강변하였다.
또한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 가나자와 쇼사부로(金澤庄三郞)는 자신의 연구 저서 『일한양
국어동계론(日韓兩國語同系論)』에서 조선어와 일본어는 동일계통의 언어로서 조선어는 일본어의 한 분파에 불과하며 그것은 마치 유구어(琉球語)와 일본어와의 관계와 같은 것이라고 날조하였다.
이것은 학문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고 다만 일본군국주의시대에서 현신인(現身人)을 정점으로 하는 국책에 순응해야만 했던 시절에 날조된 산물이다.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에 있어서 모방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解例) 서문에 <자방고전(字倣古篆)>이라는 문구로 말미암아 이런 허위날조 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 전에 부산 모 대학의 어느 교수가 또다시 일본에서 출토되었다는 이상한 글자가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에 모방되었을 것이 아닐까 주장하고 나섰다.
신대문자나 인도의 부라미문자라는 것도 모양으로 보아서는 훈민정음(訓民正音)과 모양이 비슷하거나 똑같은 글자가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설사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에 이러한 문자들이 모방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무엇이 문제인가?
그 문자들이 현재 훈민정음(訓民正音)에서 주어진 소릿값과 똑같은 소릿값을 가지고 있으며, 첫소리글자, 가운뎃소리글자 및 끝소리글자라는 소리의 삼분법 체계를 갖춘 글자들인가?
비록 모양은 모방하였다고 치더라도 소리라는 무형물을 유형물로 체계화시킨 것은 어찌되었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아닌가?
또 소리의 삼분법 이론을 화스파('phags-pa) 문자 제작에 관련된 이론을 참고로 하였다는 학설이 있지만 어쨌든 28 글자의 소릿값을 정립하고 이것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어우러져 하나의 소리를 만든다는 이론으로 정립되어 있는 것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글자밖에는 없다.
즉 훈민정음(訓民正音)이 신대문자나 부라미문자 또는 가람다문자의 모양을 본떴고, 화스파(‘phag-pa) 문자의 삼분법 이론을 본떴다 치더라도 그 모양이나 이론을 완벽하게 정립하여 하나의 완전한 글자로 만든 것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모양과 이론을 본뜬 것이라고 하더라도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것에 그 값어치를 부여해서 쓸모 있는 모양새로 만들고 새로운 이론으로 정립해 놓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訓民正音)이다.
<자방고전(字倣古篆)>이라는 문구는 명나라의 눈을 가리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술책(術策)이지 결코 어떤 글자를 본떴다는 뜻을 나타내는 문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방고전(字倣古篆)>이라는 문구는 어제 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이나 훈민정음 해례(訓民正音解例)의 본문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다만 서문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은 글자의 모양을 어떤 글자에서 본뜬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것이다.
모방설은 역사 왜곡과 함께 한글의 참값어치를 비하하려는 음모를 가진 고등 술책에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모방설에 현혹되어 소비적인 논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음 연구회
회장 최 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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