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2007.04.23 04:21

이해인팬 조회 수:138 추천:6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이해인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쉬는 4월입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 속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울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기도해야 하겠습니까



한국의 아들이 쏜 총탄에 맞아

무참히 희생당한 가족들을 부르며

절규하고 통곡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현실이 아닌 꿈이면 좋겠다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용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잠 안 오는 날들입니다



'지금은 그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고

서로의 슬픔을 포옹해야 할 때'라며

추모의 촛불을 켜는 버지니아 사람들에게

두고 두고 저주해도 시원찮을

살인자의 이름까지 희생자들과 나란히

추모의 돌에 새겨 두고

'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했는지 몰랐다

네 가족의 평화를 빈다'는 쪽지를

적어 놓는 그 넓고 따뜻한 마음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라고

울면서 달려가 고마움의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함께 슬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위로와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만인에게 한마음으로 보여 주는

그 현실적인 용기와 지혜 앞에서

행여라도 우리가 민족적으로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한 그 시간들조차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하고

어리석은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우리는 이제

좀 더 따뜻하고 관대하고

폭 넓은 기도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아픔과 슬픔과

약함을 내치지 않고

내 것으로 끌어안고 돌보는

사랑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문제아였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인격장애인이었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선택하는

우울증 환자인 적도 많았습니다



고운 봄날 영문도 모르고

피 흘리며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유족들에게

말로는 다 못하는 위로를

오직 눈물의 기도로

침묵 속에 봉헌하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러

너무 밉지만 또한 불쌍한

어린 영혼 조승희를 대신하여

두고두고 아파하며 참회하렵니다



타오르는 촛불과 장미향 가득한

버지니아공대 추모게시판의 글처럼

앞으로의 모든 삶에 우리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당신 위해 기도합니다(Our prayers are with you)'

'모두를 사랑합니다(We love you all)'

-------------------------------------

사랑과 용서의 시인 이해인(61) 수녀가 버지니아공대 참사 사건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추모시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를 본지에 보내왔다. 수녀는 이번 참사를 지켜보며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한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다"고 전했다.
- 이해인 수녀, 버지니아 참사 추모시 [중앙일보] 에서 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허경옥의 문학서재가 개설 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23.09.17 565
공지 '차덕선의 문학서재'가 개설 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22.05.21 632
공지 김준철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2] 미주문협 2021.03.18 40685
공지 정종환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21.03.17 15907
공지 민유자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21.02.24 911
공지 박하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21.02.24 52517
공지 ZOOM 줌 사용법 미주문협 2021.01.04 809
공지 줌 사용법 초간단 메뉴얼 미주문협 2021.01.04 817
공지 안규복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9.09.10 930
공지 박복수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9.06.26 1364
공지 김원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9.02.26 1018
공지 하정아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3] 미주문협 2019.01.21 1282
공지 안서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3] 미주문협 2019.01.21 1042
공지 '전희진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1] 미주문협 2019.01.09 1112
공지 김하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8.09.26 1033
공지 신현숙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8.09.26 1021
공지 최은희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1] 미주문협 2018.06.16 1199
공지 '이신우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1] 미주문협 2018.04.27 963
공지 이효섭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12.14 1232
공지 이만구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1] 미주문협 2017.12.14 1844
공지 양상훈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12.04 1056
공지 라만섭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12.04 1003
공지 김태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3] 미주문협 2017.08.01 1209
공지 '조형숙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1] 미주문협 2017.07.07 1168
공지 '조춘자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3] 미주문협 2017.07.07 1137
공지 '이일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05.08 1096
공지 '이산해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04.10 1100
공지 강화식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 2017.02.24 1130
공지 최선호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6.11.30 1636
공지 강신용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6.07.21 1073
공지 정문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6.06.23 1053
공지 강창오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6.04.04 1204
공지 '이원택의 문학서재'가 개설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9.08 1215
공지 '장선영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9.08 1071
공지 '강성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8.07 1111
공지 '김영수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8.07 1048
공지 '박무일의 문학서재'가 개설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21 1095
공지 '임혜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8 1065
공지 '백남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8 1016
공지 '최익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47
공지 '오영근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38
공지 '이기윤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1012
공지 '윤금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73
공지 '구자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59
공지 '신영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976
공지 '박정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05
공지 '박경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18
공지 '김혜령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57
공지 '조정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34
공지 '김사빈의 문학서재' 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25
공지 '배송이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45
공지 '지희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6 1042
공지 '정어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5 1024
공지 '권태성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5 1052
공지 '김동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5 1114
공지 '서용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5 1089
공지 '이상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4 1063
공지 '백선영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4 1055
공지 '최향미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4 1072
공지 '김인자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4 1071
공지 '정해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4 1065
공지 '이영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3 1133
공지 '안선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3 1011
공지 '박효근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1 1040
공지 '장정자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1 1027
공지 '미미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1 1030
공지 '최영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0 1038
공지 '이성열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0 998
공지 '정찬열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10 1015
공지 '장효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9 1068
공지 '손용상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9 1070
공지 '오연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6 1128
공지 '이윤홍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5 1076
공지 '차신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5 1016
공지 '윤혜석의 문학서재'가 개설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7.01 1079
공지 '김명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30 1073
공지 '고대진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30 1080
공지 '최상준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30 1057
공지 '전지은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7 1036
공지 '박봉진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7 1149
공지 '홍인숙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7 1194
공지 '기영주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20 1058
공지 '최문항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15 1040
공지 '김현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14 1067
공지 '연규호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12 1093
공지 '홍영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12 17135
공지 '이용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8 1030
공지 '김태수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7 1067
공지 '김수영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5 1097
공지 '김영문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5 1045
공지 '김희주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4 1058
공지 '박인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5.04 1061
공지 '노기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30 1078
공지 '김학천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30 1095
공지 '이용우의 문학서재'가 개설 이전 완료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30 1061
공지 '최미자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9 1044
공지 '김영강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9 1112
공지 '조옥동, 조만연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8 1575
공지 '성민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7 1072
공지 '전상미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7 1055
공지 '한길수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7 1077
공지 '박영숙영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4 1125
공지 '채영선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3 1352
공지 '강학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3 1088
공지 '정국희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22 1086
공지 '성영라의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2] 미주문협관리자 2015.04.17 1128
공지 '안경라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17 1192
공지 '고현혜(타냐고)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4.14 36341
공지 "김영교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5 1123
공지 "석정희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4 1187
공지 "장태숙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3 1084
공지 "이월란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4]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2 1151
공지 '문인귀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1 22600
공지 '정용진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20 1085
공지 '이주희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19 1216
공지 "유봉희 문학서재"가 이전 완료 되었습니다. 미주문협관리자 2015.03.18 1209
1693 길을 가다가... 배나무 2007.04.03 164
1692 한글 도~대체 이~게 뭡니까? 석류나무 2007.04.05 145
1691 외래어 표기법을 논한다. <13> 뿌리깊은나무 2007.04.08 252
1690 명예병 Illness of the fame 석류나무 2007.04.09 244
1689 3 천원 자비의 등(생명의 등) 달기, 비판 석류나무 2007.04.10 218
1688 미주문학을 감사히 받았습니다 최미자 2007.04.10 87
1687 문학과 女風 바람 2007.04.11 199
1686 미 각 주 모든 방송국 안내 석류나무 2007.04.13 106
1685 도~대체 이~게 뭡니까? <10> 뿌리깊은나무 2007.04.15 172
1684 미 한인부모의 문제점 석류나무 2007.04.17 129
1683 혁명가 = 침략자 = 살인자 의 뿌리는 같다 석류나무 2007.04.21 627
1682 가입 인사 드립니다. 이인범 2007.04.21 68
1681 큰것을 못보는 소인 석류나무 2007.04.21 203
1680 김우영 작가의 우리말 나들이 '쓰레기 배출' 김우영 2007.04.21 223
1679 김우영 작가의 우리말 나들이 '경성의 악령' 나은 2007.04.21 312
1678 ㅈㅏ지, ㅂㅗ지는 욕 아닌 나랏말 이다 석류나무 2007.04.22 584
1677 정신건강 없는 몸건강 석류나무 2007.04.22 145
1676 미국의 Babel 탑은 무너져간다 석류나무 2007.04.22 108
1675 외래어 표기법을 논한다. (끝) 뿌리깊은나무 2007.04.22 402
»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이해인팬 2007.04.23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