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2 07:25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내 농장에는 감나무가 많다. 주로‘씨 없는 쟁반감[씨 없는 반시(盤柴)]’이나, 내가 손수 접붙인 여러 희귀종 감나무도 있다. 해서, 해마다 이때쯤이면, 주렁주렁 달린 감을 따느라 몇몇 날 애를 먹는다. 때로는 그 감들을 쳐다볼 적에 한숨을 짓기도 한다.
‘저 눔의 감을 언제 다 따노? 그냥 내버려두자니, 이웃들이 게을러터진 농부라고 욕을 할 것도 같고... .’
해서, 감집게를 들고 감나무 아래에 서게 되었는데, 또 감집게가 말썽이다. 집으면 이내 그 아귀가 헐거워 감이 맨땅에 떨어져 박살나곤 한다. 사실 이미 여러 자루의 감집게가 그렇게 말썽부려, 헛간에는 여벌로(?) 있거늘. 부득이, 농막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궁리해서 고쳐보기는 하는데, 작업능률이 영 아닐 성싶다. 참, 감집게의 생김새를 소개하고 다음 이야기 이어가는 게 좋겠다. 전정가위처럼 생겼으되, 철제가위에 고무패킹이 겹으로 달렸다. 감의 잔가지를 철제가위가 자르고, 동시에 고무패킹이 감 알을 집어주는 형태로 고안된 것이다. 지혜롭기 그지없는 일본인들에 의해 최초 고안되었다고 한다. 한편, 감집게는 알루미늄 작대기 끝에 집게가 달렸다.
고장 난 감집게로 하여, 내 이야기는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힘’에 닿는다. 그 세 가지 힘이란, 각각 작용점, 받침점, 힘점. 감집게를 예로 들면, 작용점은 가위의 아귀, 받침점은 와셔(washer), 힘점은 손가락으로 움켜잡는 곳을 각각 이른다. 일찍이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해낸 지렛대(아르키메데스의 레버)의 원리를 응용한 거라지 않던가. 아르키메데스, 그는 어느 왕 앞에서 아래와 비슷한 호언장담을(?) 했다고 한다.
“대왕이시여, 나한테 한 없이 긴 장대만 하나 주고, 그 긴 장대를 받칠 작은 굄돌만 주면, 이 지구도 들어올리겠나이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세 가지 힘은 작용점, 받침점, 힘점이다. 그것들 셋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작동이 제대로 아니 된다. 내 감집게가 지금 그러하듯. 어디 이 힘이 감집게에만 그칠라고? 사실 세상만사가 숫자 ‘3’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우선, 내가 믿는 예수님은 삼위일체(三位一體) 즉, 성부(聖父)·성자(聖子)·성령(聖靈). 고구려, 신라, 백제는 숫자 3으로 존재했으되, 정립(鼎立;세 사람 또는 세 세력이 솥의 세 발처럼 서로 대립함.)하였다. 가위·바위·보도 서로 겨루고 견제하는 놀이이다. 아침·점심·저녁도 숫자 3. 입법·사법·행정 삼권 분립. 그리고 트로이카 (troika; 말 3필이 나란히 달리며 끄는 탈것의 총칭.). 사실 이밖에도 살펴보면, 숫자 3관 관련된 일이 얼마나 많겠는가.
다시 감집게 이야기로 돌아간다. 도저히 능률이 떨어져 고친 감집게로 작업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해서, 내 농장에 오겠다는 분한테, 경산시장 ‘ㅇㅇ철물점’에 들러, 내 이름을 달고, 외상으로, 감집게를, 일본제품으로 하나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
작용점·받침점·힘점 세가지 힘이 조화를 이룬 새 감집게로 한 나절 나의 감따기는 이어졌다. 어찌나 능률적이던지. 감을 따는 동안 내내 생각한 것이지만, 우리네 삶 자체도 작용점·받침점·힘점 등 세 가지 힘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그 가운데 하나만 삐걱대어도 일이 꼬인다는 것을. 다만, 순간마다 어리석게끔 그 조화로움이나 ‘공조협력(共助協力)’을 잊음으로써 내가 일을 곧잘 그르치곤 한다는 때늦은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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