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2019.03.14 06:03

김재교 조회 수:9

우수(雨水)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석청 김재교

 

 

 

 

 봄은 절름절름 어정쩡 찾아온다. 요즈음 낯과 밤의 기온 차이가 너무 심한 탓이겠지만 어제 아침은 잠일대 호수안개로 피어 올랐다. 잔디마당과 울타리 위 장미 나뭇가지에 흰 꽃이 피었다. 저녁이면 봄이 작년에 떨어진 낙엽 밑에 숨었다가 다음날 햇살이 치면 고개를 들기를 반복한다. 봄은, 가을처럼 한 번에 오지 않는다. 겨울 여신이 변덕스러우니까, 밀려갔다가 당기면 따라 온다. 이제 우수다. 울타리 자목련이 보라색 꽃봉을 열고 잠일대 호숫가에 홍매화와 청매화도 꽃 문을 하나둘씩 궁둥이를 들먹거리며 열고 있다. 잠일대 호수와 만경강은 연일 희뿌옇다. 토방 수선화도 흙덩이를 이고 지고 솟아올라 온다.

 

 작년에는 이때쯤 남원 욕모정으로 산수화를 촬영하러 갔었다. 시설바람이 무척이나 불었다. 다음날 새벽 4시쯤, 현관문을 열고 보니 눈이 내렸다. 큰일이다. 자목련과 홍매, 청매화도 만발한데 눈은 계속 내린다. 아침에 보니. 온 천지가 하얀 세상으로 변했다. 자목련에도 홍매와 청매도 흰 꽃처럼 하나 더 피었다. 만경강 갈대도 흰 모자를 쓰고 강가 살구나무와 버드나무에도 눈꽃이 피었다. 나는 소리쳤다. 이런 모습은 평생 불 수 없는 순간이다. 카메라에 모두 담았다. 햇살이 치니, 눈은 순간에 녹아 영롱한 수정이 꽃송이마다달린다. 이 광경을 어떻게 수필로 표현할까?

 

 조금 있으니, 시우동 컴우님의 문자가 왔다. 눈이 많이 왔는데 복수초가 눈 속에 피어 있단다. 나는 열시쯤 시우동 설경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눈 속의 노랑 복수꽃과 온 산의 설경은 자연 그대로였다. 카메라 셔터가 불이 났다.

 이렇게 봄이 오는 길목은 변덕스럽다. 옛글에 천유불측풍우(天有不測風雨)하고 인유조석화복(人有朝夕禍福)이란 성인의 말씀이 있다. 하늘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조석으로 화와 복이 있으니 항시 조심하라는 말씀이다. 봄은 살을 자르는 겨울추위와 비바람을 다 다듬고 다지며 온다. 울안 자목련과 같이 성질이 급하면 실수가 많다.

 

 나는 가슴 조인다. 새벽마다. 날씨를 살핀다. 올해는 늦추위가 없길 바란 뿐이다. 감자도 작년보다 추위 때문에 10여일이나 늦게 심었다.

                                                 (2019. 3. 우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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