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79 | 처럼 | 오영근 | 2009.01.12 | 0 |
10578 | 징소리 | 정용진 | 2007.12.06 | 0 |
10577 | 몰래 카메라 | 김동찬 | 2007.12.06 | 0 |
10576 | 빈 방 있습니까? | 지희선 | 2007.12.10 | 0 |
10575 | 나는 지금 어디 서 있어야하나 ? | 이 상옥 | 2007.12.10 | 0 |
10574 | 가을 이야기 2 밤과 한가위 / 김영교 | 김영교 | 2007.12.11 | 0 |
10573 | 사랑은 산행 | 김영교 | 2007.12.11 | 0 |
10572 | 대통령을 찾습니다 | 오영근 | 2007.12.12 | 0 |
10571 | 추워지는 늦가을 | 노기제 | 2007.12.14 | 0 |
10570 | 옷갈이 | 노기제 | 2007.12.14 | 0 |
10569 | ○ 만여 번째 박치기 | 이주희 | 2013.04.15 | 0 |
10568 | 봄날의 꿈 | 박정순 | 2009.04.11 | 0 |
10567 | 부활의 아침의 기도 | 박정순 | 2009.04.11 | 0 |
10566 | 삶이란 | 성백군 | 2009.04.13 | 0 |
10565 | 양란(洋蘭) 앞에서 | 이용애 | 2008.10.26 | 0 |
10564 | 어둠숨쉬기 | 이월란 | 2008.10.26 | 0 |
10563 | 빈궁 2007 | 송명희 | 2008.10.26 | 0 |
10562 | 삼 복 날 | 이상태 | 2012.08.11 | 0 |
10561 | 불로장수(不老長壽) | 정용진 | 2012.08.12 | 0 |
10560 | 8월 | 오연희 | 2012.08.12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