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2014.10.04 23:04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차신재
여름 끝에서
*매미가 한바탕 크게 울었다
그 격렬한 흐느낌과 몸부림에 놀란
수 많은 목숨들이
TV 화면 속으로 뛰어 들고
다급함을 알리는 건지
신명이 난 건지
한 옥타브 올라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곤두박질치는 물살을 가르며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한 여름
지루하게 서 있던 미루나무가
미친 듯 몸부림치고
순하게 잘잘거리던 냇물이
벌떡 일어나
온몸을 뒤틀며 구정물을 토해낸다
계곡의 급물살을
아슬아슬 가르는 구명줄에
목숨을 걸고 매달린 사람들
거센 파도에 휘둘리는 미역줄기처럼
후루루 후루루 몰려다니는 숲과 나무들
찢어진 채 주저앉은 비닐 하우스
허리까지 차오른 물길 속에서
쓰러진 벼를 바라보는 허탈
진흙 범벅 가재도구를 쓰러 안는
아낙네의 울음 투성이
쓰레기와 흙탕물로 뒤엉켜 버린
꿈, 희망, 분노, 절망 같은 것
휩쓸리는 물살 속에
뒤틀리고 헝클어지는
가난한 삶을 보며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의심만 시퍼렇게 짙어가는 사람들.
*2003년 9월 한반도를 휩쓸었던 태풍 "매미"
차신재
여름 끝에서
*매미가 한바탕 크게 울었다
그 격렬한 흐느낌과 몸부림에 놀란
수 많은 목숨들이
TV 화면 속으로 뛰어 들고
다급함을 알리는 건지
신명이 난 건지
한 옥타브 올라간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곤두박질치는 물살을 가르며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한 여름
지루하게 서 있던 미루나무가
미친 듯 몸부림치고
순하게 잘잘거리던 냇물이
벌떡 일어나
온몸을 뒤틀며 구정물을 토해낸다
계곡의 급물살을
아슬아슬 가르는 구명줄에
목숨을 걸고 매달린 사람들
거센 파도에 휘둘리는 미역줄기처럼
후루루 후루루 몰려다니는 숲과 나무들
찢어진 채 주저앉은 비닐 하우스
허리까지 차오른 물길 속에서
쓰러진 벼를 바라보는 허탈
진흙 범벅 가재도구를 쓰러 안는
아낙네의 울음 투성이
쓰레기와 흙탕물로 뒤엉켜 버린
꿈, 희망, 분노, 절망 같은 것
휩쓸리는 물살 속에
뒤틀리고 헝클어지는
가난한 삶을 보며
하나님은 무얼 하신대유
의심만 시퍼렇게 짙어가는 사람들.
*2003년 9월 한반도를 휩쓸었던 태풍 "매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79 | Feminism in Sylvia Plath’s "Daddy" | 이월란 | 2014.05.28 | 17624 |
10578 |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 이월란 | 2014.05.28 | 8236 |
10577 | 벌초 | 김희주 | 2015.01.25 | 7081 |
10576 | 세도나 | 백선영 | 2004.09.12 | 7030 |
10575 | 쁨바 쁨바 그 사이에 | 김영교 | 2005.01.31 | 6990 |
10574 | 미주 힌인 소설연구 6 | 박영호 | 2006.06.19 | 1647 |
10573 |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 이승하 | 2005.12.19 | 1628 |
10572 | Cajun or Creole? | 이월란 | 2014.05.28 | 1411 |
10571 | 내가 죽는 꿈 | 오연희 | 2006.02.23 | 1120 |
10570 | 정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1052 |
10569 | 채송화 | 차신재 | 2014.10.01 | 1021 |
10568 | 돈 언니 | 김영강 | 2006.02.23 | 980 |
10567 | - 내 사랑 진희 - | 이 상옥 | 2006.05.15 | 883 |
10566 | 미주 한인소설 연구 (5) | 박영호 | 2006.02.27 | 865 |
10565 | 이런 날은 | 정국희 | 2015.01.12 | 777 |
10564 | 재외 동포 문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 박영호 | 2004.08.23 | 761 |
10563 | 타인의 축제 | 김영문 | 2007.09.30 | 743 |
10562 | 감 | 김영교 | 2005.12.23 | 722 |
10561 | 파리 | 정해정 | 2006.02.10 | 692 |
10560 | 알래스카 여행 이야기 | 정찬열 | 2005.11.23 | 6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