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헤엄치다
2014.10.22 06:17
땅을 헤엄치다
이월란(2014-9)
나는 일찍이 땅 위에서 숨 쉬고 헤엄치며 살도록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살아갈수록 숨이 가빠지고 자꾸만 고꾸라진다. 며칠 내내 엎어져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는 오래된 습관.
어쩌면 나는 물고기였을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지느러미가 없다. 꼬리가 없다. 비늘이 없다. 아가미가 없다. 부레가 없다.
두 팔을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며 입술은 아가미처럼 뻐끔거린다. 공기방울들이 코끝에서 날아오른다. 콧구멍이 땅을 향하지 않을 때마다 락스물이 심장을 찌른다. 땅 없는 몸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엑스선 사진을 찍을 때처럼 호흡이 멈춘다. 아주 오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새처럼 날아오른다. 하늘같은 땅 위로.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79 | Feminism in Sylvia Plath’s "Daddy" | 이월란 | 2014.05.28 | 17624 |
10578 | 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 | 이월란 | 2014.05.28 | 8236 |
10577 | 벌초 | 김희주 | 2015.01.25 | 7081 |
10576 | 세도나 | 백선영 | 2004.09.12 | 7030 |
10575 | 쁨바 쁨바 그 사이에 | 김영교 | 2005.01.31 | 6990 |
10574 | 미주 힌인 소설연구 6 | 박영호 | 2006.06.19 | 1647 |
10573 | 새롭지만은 않은 일곱 '신인'의 목소리 | 이승하 | 2005.12.19 | 1628 |
10572 | Cajun or Creole? | 이월란 | 2014.05.28 | 1411 |
10571 | 내가 죽는 꿈 | 오연희 | 2006.02.23 | 1120 |
10570 | 정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조만연.조옥동 | 2005.01.12 | 1052 |
10569 | 채송화 | 차신재 | 2014.10.01 | 1021 |
10568 | 돈 언니 | 김영강 | 2006.02.23 | 980 |
10567 | - 내 사랑 진희 - | 이 상옥 | 2006.05.15 | 883 |
10566 | 미주 한인소설 연구 (5) | 박영호 | 2006.02.27 | 865 |
10565 | 이런 날은 | 정국희 | 2015.01.12 | 777 |
10564 | 재외 동포 문학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 | 박영호 | 2004.08.23 | 761 |
10563 | 타인의 축제 | 김영문 | 2007.09.30 | 743 |
10562 | 감 | 김영교 | 2005.12.23 | 722 |
10561 | 파리 | 정해정 | 2006.02.10 | 692 |
10560 | 알래스카 여행 이야기 | 정찬열 | 2005.11.23 | 6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