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오는 밤에
2004.07.27 17:30
잠 안오는 밤에
홍인숙(Grace)
새벽 3시.
알 수 없는 내 안의 비명소리로 일어났다.
잠에 취한 거리를 깨우고 어스름 길목을 기웃거린다.
내 이름의 명찰을 달고 밤을 지키는 작은 방들을 둘러보고
새벽 이슬에 젖은 편지함에서 묵은 편지를 꺼낸다.
주인 없는 이웃 집 유리창에 호호 입김으로 흔적을 남기다가
점점 멀어지는 잠의 꼬리를 더듬어
아침으로 달리는 시계 바늘을 잡는다.
싸늘한 윗풍이 등줄기에 안개비로 내린다.
다시 잠을 청해야겠지..
허기를 느끼기 전 열심히 끼니를 챙기는 습관처럼
자야한다는 눌림으로 또 얼마나 많은 뒤척임을 해야할까.
관념. 그 질기디 질긴 상념의 꼬리.
요즘은 시가 써지지 않는다.
그 붉은 가을 하늘 아래 흩뿌려 놓았던 시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 줄의 자유로움도 용납하지 않는다.
머리만 닿으면 잠 대신 쏟아지는 맑은 상념.
날이 갈수록 요술을 부리는 베개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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