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지 마세요

2006.08.01 03:55

정찬열 조회 수:203 추천:5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씨주머니를 터뜨리는 봉선화의 꽃말은 ‘건들지 마세요’다. 건들기만 해도 터지는 게 또 있을까. 지역감정이다.  
보도에 의하면, 경남 창원대학교와 목포대학교에서 각각 30명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여름방학 상호 교류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참가 학생에게 교양과목 일반선택 3학점이 인정되는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7년째 시행되고 있으며, 영남과 호남의 대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양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지역감정을 해소하는데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우호를 다지고자 두 지역 당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이때, 연일 메스콤에 보도되고 있는 본국 광명시장 호남비하발언 파문과 최근 이곳 LA의 한 단체장이 보여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면서 착찹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광명시장은 시의원과 기관장이 모인자리에서 “전라도 X들은 이래서 안돼..”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LA 단체장은 얼마 전 부산시청을 방문하여 시장과 지역유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부산 시장이 지난해 LA 방문 중 큰 환대를 받았는데, 전남지사가 홀대받는 것에 비하면 비교가 되더라...”는 발언을 하여 동서갈등을 부추겼다.
  광명시장의 발언이 본국에서 파장을 일으키듯 이 사건이 미국 동포사회에 파문을 불러오고 있다. 지역감정에 불을 지펴 영호남 갈등을 부채질한 저의가 무엇일까.  
   실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잘못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 씻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곳 발언 당사자는 긴급 소집된 LA 호남향우회 이사회에 나와 자신의 폄하 발언을 부인했다. 부산시청 환영식에서 발언을 똑똑히 들었던 참석자가 한 두 명이 아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면 깨끗이 해결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져버렸다.  
   O.C 호남향우회에서는 ‘신문을 통한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공개석상에서의 실언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몇 사람을 만나 변명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공인의 자세이며,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조직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광명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그의 발언에 대한 비판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시장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그런데 이곳 단체장은 공개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지역감정은 일부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구시대적 유물이며 허깨비다. 이 망령을 되살려 이익을 챙기려 해서는 안 된다. 영남사람도 호남사람도 모두 동서갈등의 피해자다.
   본국에서는 뜻있는 인사들이, 그리고 양 지역 사람들이 앞장서서 지역감정을 치유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줄 안다. 갈등을 치유하고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세칭 사회 지도층 사람들이, 없어져야 할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다녀서야 되겠는가.
  목포대학과 창원대학 학생들을 본 받아야 한다. 봉선화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책임질 수 없는 짓 하지 마세요. 건들지 마세요.”
    (2006년 8월 1일 광주매일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