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일 1

2004.10.16 20:52

홍인숙(그레이스) 조회 수:38 추천:2



    알 수 없는 일
    - 반 고흐가 그리워지던 날 -


    홍인숙(그레이스)



    아침 일찍 화구를 챙겨 바다로 나갔다.
    갑자기 일출을 스케치하고 싶었다.

    넘실거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찻집에서
    회색의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 땅위의 민들레가
    모두 하늘로 올라가 그곳에서 만발한다면,
    그리고 때가 되어 일제히 지상으로 꽃잎을 내린다면
    바람결에 춤추듯 홀씨를 흩뿌린다면
    수많은 홀씨들이 일제히 눈가루처럼 내려온다면
    홀씨 마다 작은 방울을 달고 음악으로 내려온다면
    솜털 같은 홀씨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진다면
    환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물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까지 가서 멈추었다.
    왜 민들레 홀씨가 고흐를 그리게 했을까.

    일출을 그리기 위해 바다로 떠난 날
    하루종일 캠퍼스 가득 민들레 홀씨만 그렸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