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
2014.08.25 14:55
처서
이월란 (2014-8)
비 오고 독 비듯
비가 오고 당신이 간다
흉년의 바람처럼 눈은 왜 시리는지
해산의 징후 같은 이슬이 내리고
나는 예전처럼
긴소매 옷을 꺼내어 가을을 입는다
냉을 삼키고 입이 비뚤어진 모기처럼
할 말을 잃고 휑한 옆구리
논에 물댈 일도 없어
눈은 하릴없이 책을 말린다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는
당신은 그저 울기만 하고
지심 매던 주름진 사람들은
저물 때를 알아 죽은 땅에 벌초를 한다
발 없이도 세상이 간다
한 풀 꺾인 더운 바람이 되어
오래된 당신이 간다
이월란 (2014-8)
비 오고 독 비듯
비가 오고 당신이 간다
흉년의 바람처럼 눈은 왜 시리는지
해산의 징후 같은 이슬이 내리고
나는 예전처럼
긴소매 옷을 꺼내어 가을을 입는다
냉을 삼키고 입이 비뚤어진 모기처럼
할 말을 잃고 휑한 옆구리
논에 물댈 일도 없어
눈은 하릴없이 책을 말린다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는
당신은 그저 울기만 하고
지심 매던 주름진 사람들은
저물 때를 알아 죽은 땅에 벌초를 한다
발 없이도 세상이 간다
한 풀 꺾인 더운 바람이 되어
오래된 당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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