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2014.08.25 14:56

이월란 조회 수:5

요가 (개작)


이월란(2014-8)


두껍지 않은 명상록이 되어
관절처럼 굳어진 페이지를 넘긴다
코브라 곡선 위로 함몰된 가슴 어디쯤에서
언젠가 잡아먹은 새 한 마리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

투명한 의자에 앉아 잊혀진 통증을 읽는다
한 번도 서로를 들여다보지 못한 손과 발은
마주볼수록 낯설다
눈을 감아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두 발에 실린 작은 카르마
비만해진 과거를 싣고 발을 떼는 것조차 두렵다
개와 고양이의 포즈로도 사람이 달리 보인다
비틀어보고 나서야 똑바른 길이 보인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뿌리 없이도 흔들리지 않는 섬이 된다
배가 들어온 적도 없는데 꽃이 핀다
배가 떠나간 적도 없는데 꽃이 진다

우뚝 솟은 산 위에서
뿌리 없이도 서 있는 나무가 된다
가지 끝에 만져지는 하늘 한 줌
꽃잎처럼 발끝에 심는다

꿈이라 높이 얹어 둔 가쁜 호흡
이제야 까치발로 내려 턱밑에 심는다
끊어진 숨 사이 관속처럼 누운 땅에
숨은 바람이 빠진다

침묵 속에서만 들리는 것이 있다
언어를 갈아 마신 호흡이 다시 가빠오면
합장하는 시선 아래 위태롭지 않게 그저,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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