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2004.11.07 19:10

박영호 조회 수:140 추천:10

  
      겨울 나무

      겨울 나무 가지를 친다
      한아름 껴안고 싶은
      아름드리 등걸을 찾아
      잎만 무성했던 소망의 가지와
      고통의 세월이 박아놓은 괭이들을
      심장에서 찍어내듯
      도끼로 후려쳐대지만
      버둥댔던 내 인생처럼
      바람 속을 휘젓는 허한 손짓이고

      가지가 잘린 나목들은
      그래도 푸른 하늘을 이고
      여인들의 흰 알몸으로  
      눈에 안기어 오는데
      정작 내 가슴속에는
      부등켜 안을 나무 한 그루가 없구나

      그래도 어찌하랴
      내 가슴이 매말라서 자라지 못한 것
      남은 실가지라도
      가꾸면서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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