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아침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뒷모습을 보고
돌아와 어수선한 부엌에 서면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상이 그립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흰 쌀밥에
가시 발려 올려지는 생선구이
따스한 국 한그릇.

아이들이 먹다 남기고 간 프렌치 토스트
메플시럽에 찍으며
어머니를 기다리다

일어나
햅쌀 한 줌 씻는다.
남편 주려고 얼려 논 생선을 녹이고
아이들 주려고 끓여 놓은 국을 데운다.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내 부엌에서
나의 밥상을 차린다.
고소히 익어가는 밥 냄새
알맞게 구어지는 생선
따스히 덥혀진 국의 불을 끄며
나는 나의 어머니가 되어
아직 어린 내 영혼을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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