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일 1
2004.10.16 20:52
알 수 없는 일
- 반 고흐가 그리워지던 날 -
홍인숙(그레이스)
아침 일찍 화구를 챙겨 바다로 나갔다.
갑자기 일출을 스케치하고 싶었다.
넘실거리는 파도가 밀려오는 찻집에서
회색의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다.
이 땅위의 민들레가
모두 하늘로 올라가 그곳에서 만발한다면,
그리고 때가 되어 일제히 지상으로 꽃잎을 내린다면
바람결에 춤추듯 홀씨를 흩뿌린다면
수많은 홀씨들이 일제히 눈가루처럼 내려온다면
홀씨 마다 작은 방울을 달고 음악으로 내려온다면
솜털 같은 홀씨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쏟아진다면
환상의 꼬리가 꼬리를 물고, 물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까지 가서 멈추었다.
왜 민들레 홀씨가 고흐를 그리게 했을까.
일출을 그리기 위해 바다로 떠난 날
하루종일 캠퍼스 가득 민들레 홀씨만 그렸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9 |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를 읽고 | 길버트 한 | 2004.10.21 | 119 |
218 | 러미지 세일/꽁트 | 오연희 | 2004.10.21 | 62 |
217 | 내소사(來蘇寺) | 정용진 | 2004.10.20 | 44 |
216 | 치악산(稚岳山) | 정용진 | 2004.10.20 | 44 |
215 | 은어사전 | 김혜령 | 2004.10.20 | 162 |
214 | 국화옆에서 | 오연희 | 2004.10.20 | 95 |
213 | 수종사(水鍾寺) | 정용진 | 2004.10.17 | 48 |
212 | 떨어진 국향에도, | 백선영 | 2004.10.17 | 58 |
211 | 쓸쓸한 날에 | 홍인숙(Grace) | 2004.10.16 | 55 |
210 | 눈물 | 홍인숙(Grace) | 2004.10.16 | 76 |
209 | 기다림은 텔레파시 | 홍인숙(Grace) | 2004.10.16 | 70 |
208 | 나무에게 | 홍인숙(그레이스) | 2004.10.16 | 41 |
» | 알 수 없는 일 1 | 홍인숙(그레이스) | 2004.10.16 | 38 |
206 | 바다가 하는 말 | 홍인숙(Grace) | 2004.10.16 | 37 |
205 | 가을, 꽃보다 나무가 더 아름다운 건... | 강학희 | 2004.10.16 | 44 |
204 | 단풍 | 김영교 | 2004.10.15 | 25 |
203 | 재미시인의 시 감상 | 길버트 한 | 2004.10.13 | 83 |
202 | 착한 헤어짐 - 원태연 | 홍인숙(그레이스) | 2004.10.13 | 135 |
201 | 종이 학 ( 조정권 교수 평론) | 백선영 | 2004.10.13 | 61 |
200 | 삐에로 | 백선영 | 2004.10.13 | 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