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2004.10.02 05:47

정어빙 조회 수:79 추천:8

- LA 한국의 날 장터에서

그들과 함께 있었다
소리와 소리가 부딪치는
그 속에 있었다

꼬치에 끼인 고기들이
지르는 소리였다
창자 속에 갇힌 돼지 피가
쌀과 당면에 뒤범벅이 되어 지르는 소리였다
줄지어 늘어선 소들이 갈비짝을 물고
아픔을 참는 소리였다
숯불 위에서 연기를 푹푹 뿜어대며 시간을 잊어버린 닭들의
울음소리였다
소리들이 모여 소리를 질렀다
소주, 막걸리, 동동주, 복분자,
떡볶기, 김치전, 순대, 오지어볶음, 오댕 . . . . 있어요!

사람들은 소리를 먹으며 간다
사람들은 소리를 마시며 간다
떼를 지어
내일이면 다시 찾아오는 허기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