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끓이며

2004.10.11 05:58

장효정 조회 수:16

         차를 끓이며
                                       장 효 정


이른 아침
투명한 내 윈도우에
햇빛이 기웃대면
나는 다기와 함께
내 마음의 창도 깨끗이 닦아
차를 끓인다

녹슨 시간들을 헉헉 토해내며
요동치며 들끓는 따끈한 물
진록색 잎맥에 부으면
아질아질 피어오르는 다향

하얗게 부풀던 내 아픔
후후 불어내고
끈적끈적한 삶의 찌꺼기들
어지러운 간밤의 꿈도
뜨거운 물에 헹구어 건져낸 후

그리움 한 방울 떨구어
아릿한 가슴에
수액을 넣으면

내 안에 있는 마른 골짝마다
시원한 물줄기 흘러
막힌 가슴 뚫어내리고
내 혈관 속 미세한 신경세포까지
기쁘게 깨어나는 아침

일상에 찌든 내 마음의 때
파아랗게 씻기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9 안경 김학천 2012.06.22 0
198 변하는 말과 꼬리아 김우영 2012.06.23 0
197 부러운 사람 정어빙 2012.11.15 0
196 비단잉어 정용진 2012.09.15 0
195 그림자가 흔들리면 판이 깨져요 성백군 2012.06.27 0
194 보이는 게 다 가 아니다 장정자 2012.06.28 0
193 신간소개 sonyongsang 2012.06.30 0
192 오 마 이 하나 님 최향미 2012.07.04 0
191 황당한 처방 노기제 2012.07.06 0
190 절벽의 새 윤석훈 2012.07.07 0
189 노래하는 별 윤석훈 2012.07.07 0
188 성공학 개론 윤석훈 2012.07.07 0
187 두 개의 방 윤석훈 2012.07.07 0
186 Anchor Bar 윤석훈 2012.07.07 0
185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김수영 2012.07.07 0
184 마지막 날을 엄마와 함께 지희선 2012.07.09 0
183 사노라면 김수영 2013.11.25 0
182 눈빛 윤석훈 2012.07.08 0
181 기 죽이지마 최향미 2012.07.08 0
180 눈꽃 동아줄 2012.07.09 0